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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한미FTA '마감시간' 쫓겨 이성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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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부, 한미FTA '마감시간' 쫓겨 이성 잃고 있다"

[한미 FTA 뜯어보기 183] 각계 원로들 "한미 FTA 졸속 협상 중단해야"

학계, 종교계, 시민사회 원로들이 한미 FTA 졸속 협상의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2일 오전 서울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조찬모임과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 FTA 협상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며 잠정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우리의 입장과 제언'이라는 글을 통해 "한미FTA 협상을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는 것은 위험하다"며 "어떤 경우든 사회적 합의 없는 일정 강행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특히 정부가 미국측 일정에 따라 2월 이내에 협상을 마무리할 목적으로 이른바 빅딜을 강행하려는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미국과의 관계 증진이 곧 국익이라는 일방적인 논리로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외면해서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성훈 경실련 공동대표(상지대 총장),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이종훈 덕성학원 이사장(전 중앙대 총장), 임재경 언론인(전 한겨레신문 부사장), 주종환 한국사회경제학회 명예회장, 청화 스님(조계종 교육원장), 함세웅 신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8인이 참석했다.

"맹목과 졸속은 용납될 수 없다"
▲ ⓒ참여연대

이들은 "사실 산업경쟁력은 물론 협상경험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열세인 한국의 입장에서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까다로운 협상"이라며 "지난 8개월 여 총 5차의 실무협상에서 한국 정부의 주도력이 발휘되지 못하고 있고 협상결과도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지적했다.

즉 미국이 10여 년간의 FTA운영 경험과 정부, 의회, 계층간 치밀하게 조율된 표준 협상안을 바탕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의 협상대표단은 정부 부처간 충분한 조율도 없이, 다른 의견들을 가진 집단들의 적절한 참여가 보장되지도 않은 채 사전에 대비하지 못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열정적으로 한미FTA 협상의 필요성을 홍보하고는 있지만, 협상 내용과 결과를 제 때 정확히 공개하고, 관계 부처와 이해관계자, 각계각층 국민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민주적 절차가 존중되지 않았고, 협상 내용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국민 공감대와 합의 기반이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IMF 이후의 10년은 우리에게 개방은 불가피한 것이지만 맹신할만한 것이 아니며, 내부 개혁 프로그램과 부작용을 예방할 사회적 대책을 마련한 기반 위에서 선택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함을 알려주고 있다"며 "더욱이 한미 FTA는 수 세대의 삶을 좌우할 중대한 문제라는 점에서 맹목과 졸속이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원로들은 한미 FTA에 대해 각각 소견을 밝혔다. 다음은 그 중 일부다.
김성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니 끝 단추 끼울 데가 없지"

정부는 5대 거짓말을 했다. 첫 번째는 대통령은 3년동안 준비했다고 했지만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005년 9월 구두 동의를 받았다고 했다.

두 번째는 선대책, 후협상을 공식화했던 정부는 이번에는 각 분야에 대한 대책 없이 FTA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점이다.

세 번째는 대통령 훈령에 의한 통상절차를 어기고 있는 점이다. 공청회는 열리지 않은 채 대외경제장관 회의에서 결의했고, 그 다음날 미국에서 협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네 번째는 4대 선결요건이라 불리는 양보조건이 없었다고 하다가 서신 사본을 공개하며 4대 조건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섯 번째는 2006년 연두기자회견에서 FTA를 발표한 이후 부랴부랴 대외경제연구원이 손익보고서를 발표했는데 그로부터 1개월이 지난 뒤 똑같은 연구원에서 똑같은 박사가 결과를 3.5배 부풀려서 내놓았다.

이렇게 거짓말로 점철된 FTA에 대해 정부는 100회 넘게 장보고와 광개토대왕을 들먹이며 광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농민들의 광고는 불가 판정을 내렸다. 과거 독재시절에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첫단추부터 잘못 끼운 탓에 끝단추는 끼울 데가 없는 현상이다.

백낙청 "정부가 명백한 길을 안 가니까 우리가 모이게 된 것"

그간 FTA에 대해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올 때마다 정부는 협상이 진행되는 걸 지켜보고 반대하지 왜 미리부터 반대하냐고 말했다. 그러나 이제는 3월 말까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을 것인지 다 드러났다. 미국은 대부분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이제 정부가 결단할 시점이다.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미국의 의회 일정에 맞춰 밀고 나가느냐, 아니면 이 단계에서 숨을 고르며 선택할 것이냐. 그렇게 보면 이제 FTA 협상을 중단할 시점이라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정부가 이 명백한 길을 가지 않으려고 해서 우리는 모였다.

또 농민들의 반대 광고에 대한 통제까지 하는 것은 독재도 아닌데 말이 되지 않는다. 광고가 완전한 허위를 말하는 것이 아닌 이상 부분적인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이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사회에서 아무 문제도 없는 일이다.

정부가 마감시간에 쫓겨서 이성과 냉정을 잃고 있다. 한미 FTA 협상은 중단돼야 하며 충분히 검토되고 준비돼야 한다.

이종훈 "GDP 늘면 잘 살게 된다는 건 옛날에나 통하는 말"

GDP 성장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기만 한가? 아니다. 이제는 GDP가 국민소득에 얼마나 기여하느냐를 봐야 한다. 성장률이 높아도 GNI는 증가하지 않는다. 이것을 총체적 위기라고 부른다. 성장률이 낮은 게 문제가 아니다. 국가경제가 아니라 국민경제를, 성장 보다는 발전을, GDP가 아닌 GNI 차원에서, 경제 구조 차원에서 협상에 임해야 한다.

GDP가 늘면 잘 살게 된다는 것은 옛날 경제에서나 통하는 말이다. 수출이 잘된다고 외화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종래 양적 성장의 논리가 아닌 질적인 차원에서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를 생각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인본주의적 시장경제가 필요하다. 여기에 FTA가 플러스 효과인지 마이너스 효과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 관점에서 구조적으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가 FTA를 대할 때 중요한 논의가 돼야 한다. 다시 한번 정부가 FTA 협상을 검토하기를 바란다.

주종환 "FTA는 한국의 공동체적 기반 무너뜨릴 것"

이것은 American Consensus(아메리칸 콘센서스)를 도입하려는 것이다. IMF가 그 시도였다. FTA는 한국의 공동체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큰 문제다. 한국 민족의 해체를 가져오는 문제다.

존 겔러허와 로널드 로빈손은 1953년 논문에서 '선진국들은 시장 개방을 위해 필요하면 군함을 동원하거나 자유무역을 통해 압박한다'고 분석했다. 거기서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지켜가야 한다.

그간 협상과정을 보면 미국의 거대한 압박에서 약자에 대한 보호대책은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사회적으로 가장 약한 자에게 짐이 주어지게 돼 있다. 대선이라는 중대한 시기에 국민적 합의 없이 FTA를 체결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또 '칠레와의 FTA를 봤다시피 우리에게 협상이 유리하지 않냐'고 하지만 미국은 우리보다 산업적으로 월등히 유리한 나라다. 칠레와의 협상이 잘 됐으니까 미국과도 잘 될거다? 잘못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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