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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할 말은 하겠다'고 하는 판에…"

"反FTA 광고 사실상 불허 결정, 홍보에 더 도움될 것"

농촌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립니다.
한미 FTA 진정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이것은 지난 9일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심의기구)가 '소비자가 오인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조건부 방송가' 결정을 내렸던 한미 FTA 반대 TV광고의 자막 내용이다. 또 심의기구는 이 광고에 '국가기관에 의한 분쟁의 조정이 진행중인 사건에 대한 일방적 주장이나 설명을 다루는 표현'이 있다며 "관련 멘트 일체를 수정해야 방송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을 사실상 '방송 불허'라고 간주한 한미 FTA 농축수산 비상대책위원회,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미FTA 반대 TV광고의 '조건부 방송가' 결정을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촌 사람이 잘 살아야, 도시 사람도 잘 살지"…소비자 오인 표현?
▲ 한미 FTA 반대 광고 시사회 ⓒ전국농민연합회

이번 광고는 한미 FTA 6차 협상이 시작되는 오늘 15일부터 1개월간 MBC, KBS, SBS 등 지상파방송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건부 방송가' 결정으로 인해 당초 예정대로 광고가 방영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조건부 방송가' 판정을 받은 광고가 시사회 형식으로 상영됐다. 예전 방송 프로그램의 형식을 본따 '고향에서 온 편지'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광고는 두 편으로 제작됐다. 두 편 모두 경남 함안의 주민들이 출연해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한 뒤 조문호 사진작가의 작품이 자막 및 나레이션과 함께 보여진다.

이 중 한 편에 출연한 경남 함안 장포마을 주민 신무선 씨는 "큰아야, 난 FTA 몰라서…. 너그는 알지만 나는 모른다. 이제 조금 살까 싶어서 그랬지만 우찌돼서(…)눈물이 나온다"고 말하며 또 다른 주민 김순연 씨는 "촌 사람이 잘 살아야, 도시 사람도 잘 살지"라고 말한다.

광고의 감독을 맡았던 김경형 영화감독은 "워낙 농민들이 하실 말씀이 많아서 골라내는 데 애를 먹었고 광고도 계획과 달리 2편을 제작하게 됐다"며 "실제로 농사 짓고 있는 분들이 도회지에 사는 자식들과 사람들에게 얘기하시는 것을 그대로 찍었다"고 말했다.

이번 광고의 기금을 모으기 위해 '농축수산 비상대책위'는 지난 12월부터 농가당 1가마씩 쌀을 모으는 '나락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영화인대책위'는 30여 명의 스탭들의 자원봉사와 카메라, 필름 등의 기자재 및 후반작업을 관련업체의 협찬을 받아 영상물을 제작했다.

"홍보효과 더 커지니 차라리 잘됐다!"

민주노동당의 강기갑 의원은 "한미 FTA를 두고 이 정부는 독재시대에나 했던 행보들을 해 왔다"며 "대통령도 '할 말 하겠다'고 하는 판에 돈들여 현장의 절규를 담아 만든 광고를 못하게 막는 일에 정말 입이 쫙 벌어진다"고 밝혔다.

강기갑 의원은 "한미 FTA의 최대 피해자인 농민들이 오죽하면 나락 한가마씩 갹출해서 피눈물 나는 모금을 했겠냐"고 덧붙였다.

스크린쿼터 대책위의 정지영 공동대표는 "심의위원들이 이번 광고에 대해 지적한 표현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국정홍보처에서 하고 있는 광고에 대한 지적과도 정확하게 합치한다"며 "같은 심의잣대를 그 쪽에도 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광고에만 불가 판정을 내리다니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냐"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이번 광고에 불가 판정을 내린 심의위원들은 박정희 시대와 똑같은 사고로 심의에 임했을 것"이라며 "저희들은 이 CF가 가난한 농민들 돈으로 얼마나 큰 홍보효과를 누릴지 의문스러웠지만 심의위원들 덕분에 엄청난 홍보효과 노리게 됐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김경형 감독은 "심의를 걱정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방송광고심의위원회 기준표를 보면서 편집했고 전혀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심지어 광고 제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문의를 했는데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해줬다"며 "심의결과를 말해주니 이런 통보는 처음 봤다며 다들 어이없어 하더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저도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적은 돈으로 황금시간대를 사기도 어려웠는데 정부가 이렇게 도와주면 투자한 돈 몇 배 이상의 효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방귀 뀐 놈이 성내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꼴"

'범국본', '농축수산 비상대책위', '영화인대책위' 등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는 한미FTA 찬성광고를 TV, 라디오 방송은 물론 신문, 잡지 등 각종 언론매체에 하루가 멀다 하고 실으며 혈세를 쏟아 붓고,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정보 조작'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사실이 보도까지 됐다"며 "그런데도 심의기구는 정부측 찬성 광고에 시정을 요구하거나 방송중단을 건의하지도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심의결과는 가재는 게 편,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미 FTA 체결에 혈안이 된 정부의 손을 들어주고, 한미FTA 반대 입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며 "심의기구는 농민과 영화인이 직접 제작한 광고에 대해 즉각 재심의하라"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당초 계획대로 오는 15일에 광고가 방영되지 못하더라도 그 이후 한미 FTA 협상시기에 맞춰 광고를 내보낸다는 계획이다.

'조건부 방송가' 판정이 내려진 "고향에서 온 편지" 동영상과 메이킹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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