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신문> 애독자라고 밝힌 사립학교개혁국민운동본부의 이상철 정책자문위원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시민의신문> 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울분에 찬 목소리로 이 같이 말했다.
이번 공동대책위는 성추행 사건으로 물러난 이형모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파행을 겪고 있는 <시민의신문>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조직한 것이다.
그러나 이상철 위원의 말대로 이날 공대위에는 문화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기자협회 등 3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을 뿐이었다. 1997년 전국 70여 개 단체들이 참여하며 '시민단체 공동신문'으로 꾸려졌던 <시민의신문>의 위상을 봤을 때 의아한 점이었다.
"정치개혁 위해 낙선운동 벌였던 시민단체들이…"
이번 공대위는 지난 5일 열린 시민사회단체 신년하례회에서 참가요청서를 배포한 뒤 답변이 온 단체들만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 인권단체의 활동가는 "계속 참가단체 모으고 있는 걸로 알지만 혹시 가해자와 연관있는 사람들이 단체에 있다는 이유로 운동진영 전체의 문제인 이번 사태에 소극적인 것이라면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전 대표는 지난 9월 스스로 관련된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현재 그 약속을 어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전 대표가 직책을 갖고 있었던 단체들은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특별한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 한국녹색문화재단 이사장, SBS문화재단 이사, 포스코청암재단 감사 등 스무 곳 이상의 단체에서 이사, 감사, 대표직 등을 맡고 있다.
또 <시민의신문> 노동조합 이준희 위원장은 "2004년 성희롱 사건이 있었을 당시 간부들이 이 대표가 물러날 사안이라고 스스로 결정한 바 있다"며 '시민운동 1세대'로 불리는 이들로 구성된 현재 시민의신문 이사진이 사태 해결에 노력하지 않고 있는 점을 질타했다. 이형모 전 대표는 2004년에도 <시민의신문> 내부에서 성희롱 문제로 물의를 일으켜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내용으로 노조와 합의서를 작성한 바 있다.
사안이 달라서…주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공대위 결성을 주도했던 언론연대 측은 "대부분 주요 단체들에게 참가요청을 한 상태"라며 "여성단체들은 일단 공대위가 성희롱 문제에 국한된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시민의신문>과 연대협력을 맺고 있는 다른 단체들 역시 참가 여부를 뚜렷이 표명하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 측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지난 주주총회 직후 이형모 사장에게 권고한 사항이 있다"며 "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 있고, 공대위 참가 여부는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내부토론이 필요할 듯 하다"고 밝혔다.
경실련 측은 "요청서에 별 내용이 없어서 판단이 어렵다"며 "또 우리가 (시민의신문) 주식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수단적으로 결합된 상황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이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이 다른 것은 아니고 시민단체들이 어떻게든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대위 참여를 제안하는 정식 공문이 온 바 없다"며 "공대위 참가 여부로 이번 문제에 관심과 의지가 있는지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더이상 직원들만의 싸움으로 남겨둬선 안 된다"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대로 가면 <시민의신문>은 문을 닫거나 '시민단체 공동신문'이란 간판을 내려야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서 있다"며 "<시민의신문> 정상화를 더 이상 직원들의 처절한 싸움으로만 남겨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그동안 우리는 시민의신문 이사회와 노조 비대위가 사추위를 구성하는 등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해 왔다"며 "그러나 소유구조에 있어 사실상 이형모 1인 지배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마침내 신문의 발행이 중단된 현실에 대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그리고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시민의 신문 이사회 측에 면담을 요청했으며 시민의 신문 사태 해결을 위한 수습 방안을 함께 마련할 것을 제안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형모 전 대표 직원 상대로 손배소 소송…"적반하장의 전형적 경우" 경실련 출신으로 <시민의신문> 창립을 주도했던 이형모 전 대표는 지난해 9월, 관련 단체의 간사로 있던 한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한 사실이 밝혀지자 대표직을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대주주 자격으로 참석해 이사회와 노동조합이 공동으로 추천했던 사장 후보의 선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주총을 결렬시켜 '사태 정상화'를 촉구하는 기자들과 시민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또 이 전 대표는 지난 9일 자사의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편집국장, 노조위원장, 기자 등을 상대로 1억80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민의신문은 지난해 단기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해 주거래 통장이 압류되고 신년호 발행이 중단된 상태며 직원들은 2개월째 급여를 못 받고 있다. 기자회견에서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전규찬 소장은 "오히려 시민사회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책임지고 변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적어도 시민사회계의 인사라면 정치인들처럼 말로 하는 가벼운 반성이 아니라 몸으로 실천하는 반성이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 인권단체 활동가는 "스스로 시민운동가라고 자임했다면 성추행, 약속 위반, 지분을 무기로 삼는 것 자체가 당연히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는 오랫동안 운동해 온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의 신학림 위원장은 "2년 전 성희롱 사건을 듣고 이형모 전 대표로부터 '지켜봐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좀 더 단호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적반하장의 전형적인 경우"라고 비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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