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신문>은 "이형모 전 대표는 성희롱 사건에 책임을 지고 지난 9월 대표이사직을 자진사퇴한 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경영복귀 의사를 노골적으로 표시하면서 돌연 시민의신문 주주총회에 나타났다"며 "더구나 그는 자신이 사퇴한 이유를 직원들의 탓으로 돌렸다"며 진술서를 공개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 최대주주 자격으로 참석해 신임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등 경영권 행사를 시도했다. 이날 주총은 2,3대 주주의 의결권까지 위임받아 온 이 전 대표의 의결권 행사로 결국 파행됐고 다음 주총은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태다.
다음은 <시민의신문>이 공개한 피해자 진술서의 일부. (…) H 단체의 운영위원장인 이형모는 회의 할 때나 마주칠 때 인사하면서 가슴 쪽에서 가까운 팔의 윗부분을 살짝 꼬집고, 허벅지를 살짝 때리곤 했다. 상당히 기분이 나쁘고 그런 행위들에 대처 못하는 것이 조금씩 두려워지기 시작했지만 인사하면서 동시에 그런 행위를 하고 지나치는 것에 대한 대처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달리 어떤 행동을 취할 수도 없었다.(…) (…)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소식지 문제로 시민의신문 사장실을 방문했을 때,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때 허벅지 쪽 찢어진 청바지 속으로 손을 집어넣고 문지르면서 찢어진 청바지는 입고 다니지 말라고 했다.(…) (…) 2006년 8월 29일 화요일에 품의서 결제를 받기 위해 시민의신문 사장실에 들어갔다. 한참 얘기를 한 후, "A씨는 애기엄마 같지 않아. 너무 이뻐"라는 말을 했다(간혹 이런 말을 자주 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나오려고 하는데, 문을 열려고 하니까 (문은 사장실 쪽으로 당겨 열게 되어 있다) 내 뒤로 와서 두 팔로 내 양팔을 살짝 잡으면서 자신의 몸을 밀착시키면서 본인의 성기를 내 엉덩이 쪽에 살짝 비비는 것이 느껴졌다(전에도 이런 일이 한번 있었는데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도 너무 겁이 나서 난 얼어버렸다.(…) (…) 2006년 3월 3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쯤 이형모가 H 단체 사무실에서 잠깐 할 일이 있다고 회의실에서 있었고, 나는 소식지 제작 및 다른 업무가 많이 밀려서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이형모가 소식지 만든 것을 보여 달라고 했고, 내가 있는 사무실 쪽으로 와서는, 'A씨 한번 안아 봐도 될까?'라고 말했고, 난 그때 너무 당황스러워 꼼짝도 못하고 서 있었는데, 내게 다가오더니 나를 살짝 안았다. 아주 큰 수치감과 두려움을 느꼈는데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는 것 때문에 무서워서 그냥 얼어 있었다.(…) (…) 나는 수차례 이형모의 이런 행동들로 인해 심한 수치심을 느꼈고, 직장 내 자신의 권위를 통해 아랫사람에게 행해지는, 쉽게 반응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적극 반응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자괴감에 무척 시달려야 했다.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형모가 행한 행위보다 그 행위에 적극 대응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심한 자책으로 괴로웠다. |
"경영권 행사하기엔 도덕성, 경영능력 상실했다"
<시민의신문>의 이 같은 폭로는 최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하려고 하는 이 전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시민운동 전문지 대표의 자격뿐만 아니라 경영자로서의 도덕성을 상실했다고 판단한 직원들 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
<시민의신문> 직원들은 수 차례에 걸쳐 성희롱을 한 이 전 대표가 시민운동가로서의 도덕성을 상실한 점을 문제삼으며 경영권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손을 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와 그 부인 등은 지난 14일 임시주총에서 직원들이 성희롱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성희롱 한 걸 본 적이 있느냐', '직원들이 음모로 사장을 내몰았다'고 대응했다.
<시민의신문> 직원들은 이에 대해 "이 같은 발언들은 본인이 벌인 불미스러운 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직원들을 오히려 모함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 <시민의신문> 직원들은 경영에 있어서도 이 전 대표가 사퇴한 뒤 <시민의신문>이 경영상 위기상태로 몰린 데에는 무리한 차입금을 이용하고 사업확장에 열중했던 이 전 대표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시민의신문>은 현재 사장 선임 연기로 인해 주거래 통장이 압류됐으며 직원들의 임금은 지난 10월 이후 체불된 상태다.
"시민단체들의 엽기적인 무관심 혹은 외면"
또한 <시민의신문>이 성희롱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이를 이 전 대표의 개인적인 문제로 무마하려 했다는 진술까지 나오면서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적잖은 파장을 낳고 있다.
<시민의신문>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장기간 성추행을 겪어 온 피해자가 사건의 전말을 공개하려고 하자 <시민의신문> 이사진으로 관여하는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피해자를 불러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가 사과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하자"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터넷 매체 <대자보>의 이창은 편집국장은 이날 <시민의신문> 기고를 통해 "이 전 대표의 엽기적 행각보다 더 엽기적인 시민단체의 무관심 혹은 외면"이라며 "사실상 시민의신문 파행의 일차적 책임은 바로 시민의신문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시민운동 진영, 그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14일 주주총회에도 참관자 자격으로 참석하는 등 이번 사건의 추이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봐 온 이 국장은 "<시민의신문>을 개인의 소유물로 여기는 이 전 대표의 뻔뻔함은 어쩌면 개인의 욕심과 아집이 빚어낸 것이 아닌 시민사회단체의 무관심이 키워낸 '적반하장'의 전형적 사례"라며 "시민운동 지도자들이 시민의신문 파행 이후 거중 조정에 나서거나 이 전 대표의 몰상식을 준엄하게 꾸짖었다면, 어떻게 주총에 나와 40%의 지분이라는 산술적인 표를 갖고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힐 수 있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시민의신문>은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본지 특별취재팀은 이번 사건이 시민운동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음을 알면서도 더 이상 운동사회 안에서 성폭력이 지속되면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사건 내용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이 보도가 성희롱 사건에 대한 음모설과 오해를 풀고 운동사회 성폭력에 대한 재논의의 촉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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