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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정연주 노조' 계속되는 KBS의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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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反정연주 노조' 계속되는 KBS의 앞날은?

"KBS 보수화의 결과…KBS 노조, 더 넓게 봐야"

11대 KBS 노동조합위원장 선거에서 '반(反) 정연주 사장' 노선을 내세운 박승규-강동구 노조가 당선됨에 따라 KBS 앞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앞선 10대 노조가 정연주 사장과 극한 대립을 계속하면서 KBS의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회사의 경영 자체가 소모적인 양상으로 흘러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박승규 위원장은 선거 과정에서 '코드박살 막강노조, 강한노조, 복지대박'을 구호로 내세웠고, 취임 일성으로 "정연주 사장이 만들어 놓은 KBS의 정치적 예속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루하게 끌어 온 정연주 사장과 노조의 대립 상태는 지속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정 사장이 지난달 27일 취임사에서 "새로 구성될 노조 집행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와 소통을 할 것이며 대승적으로 상생의 동반자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제안해 놓은 상태이며, KBS 안팎에서도 "노조가 더 이상 정략적 싸움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어 박승규 노조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연주 사장의 2기도 참 힘들 것 같다"
▲ 지난 6월 정연주 연임에 반대하며 선전전을 펼치고 있는 KBS 노조원들. ⓒKBS 노동조합

박승규 노조는 지난 7일 결선투표에서 2392표(66.2%)를 얻어 1180표(32.6%)를 얻은 기호 1번 손관수·최선욱 후보를 1212표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지난달 노조가 요구한 사장추천위원회가 무산되고 KBS 이사회의 독자 면접을 통해 정연주 사장 연임이 결정되면서 박승규 노조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후보 간에 이렇게 득표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지난 10대 진종철 노조가 '정연주 연임 저지'에 전념하면서 방향타를 상실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간 경쟁, 뉴미디어의 성장, 방송통신융합 움직임, 방송시장 개방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해 노조는 어떤 방향성도 제시하지 못했다.

또 이번 노조 선거과정에서 "10대 노조가 조합원 고용안정을 위해 적립된 신분안정기금에서 쟁의기금으로 11억 원을 전용했다"는 '조합비 유용'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는 10대 노조 관계자들이 선거운동을 도운 박승규 후보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는 돌발 변수였다.

하지만 박승규 후보 측은 두 배 넘는 표차로 낙승을 거뒀다. 지난 4대 선거 이후 가장 높은 득표율이었다. 이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정 사장에 대한 반대 기류가 의외로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어쨌거나 정연주 사장의 2기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직원들의 박탈감, 상실감을 달래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지난 2년간 강성투쟁을 주도했던 전 노조의 중앙위원과 일부 집행부 간부들이 박승규 후보 측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은 사실이지만 전처럼 파괴적인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10대 노조가 전적인 신뢰를 받았다고 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노선을 그대로 계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박승규 노조'는 'KBS 보수화'의 결과?

한편 지난 10대 노조를 일부 계승한 박승규 후보의 당선에 대해 진보 성향의 언론학자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비판적 시각을 보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전규찬 교수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번 노조 선거에 대해 "KBS 구성원들의 보수화가 표현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언론노조운동의 퇴행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노조가 사회진보라는 큰 비전을 갖고 움직이지 않고, 사내 복지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은 보수화된 기득권 노조운동의 경향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KBS만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노조의 현주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KBS가 정치적 논란 때문에 더욱 부각되었을 뿐 다른 언론노조들도 물밑에서 이뤄지는 경향은 똑같다고 본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의 양문석 사무처장은 "공영방송 안팎으로 방송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노조가 공영방송의 공영관을 어떻게 세워나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정치적 논란에 집중됐던 선거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KBS 노조, 이제는 더 넓고 멀리 봐야"

막 당선된 박승규 집행부에 대해 향후의 활동 방향을 단정하기는 이른 만큼 KBS 안팎에선 새 노조가 전 노조의 '반 정연주' 일변도의 소모적 노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지적이다.

KBS 관계자는 "KBS 노조는 사실상 경영참여까지 하면서 KBS 내부에서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KBS가 어디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노조에 부여된 의무 중 하나"라며 "이런 방향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규찬 교수는 "코드니 반 코드니, 친 정연주니 반 정연주니 하는 저열한 논의에서는 이제 KBS 구성원 모두가 손을 떼야 한다"며 "이런 정치판을 접고 공영방송의 의의에 착안해 고민하지 않으면 KBS가 더 이상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고 강조했다.

양문석 처장도 "KBS 노조가 기존의 고립을 벗어나서 사회와 노동계, 그리고 시민사회와 연대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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