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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영자 복귀' KBS가 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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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우먼 이영자 복귀' KBS가 할 일인가?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먼저 기준ㆍ심의절차 만들어야

공영방송 KBS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하고 있다. 시청률 경쟁에 따른 방송의 저질화와 상업화를 막고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춘 질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는 뜻에서 국민이 시청료를 낸다. 이런 ‘공영방송’ KBS가 ‘상업방송’도 시청자들의 눈치를 살피는 ‘물의를 빚은 연예인 방송 복귀’에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개그우먼 이영자씨가 KBS ‘TV 내무반 신고합니다’에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미 지난 15일 육군 청성부대에서 진행된 이 프로그램의 녹화에서 윤인구 아나운서와 공동 MC를 맡았다고 한다. KBS는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을 살핀 뒤 다음달 12일 정기개편에서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먼저 분명히 해야 할 점은 특정인의 방송출연이나 복귀를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범법자다’ ‘국민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마약범이다’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특정 연예인에 대해 아예 방송출연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아니다.

문제는 연예인 측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출연 여부를 결정할 공영방송 KBS에 있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을 방송에 복귀시키느냐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지난 2001년 ‘다이어트 거짓말 파문’으로 방송계를 떠난 이씨는 불과 1년만인 지난해 4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게릴라 콘서트’에 잠깐 출연했다가 시청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방송복귀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자 지난달에는 SBS측에서 ‘콜럼버스 대발견’ 프로그램을 통해 일일 MC를 맡아 방송 복귀가 예상됐다. MBC, SBS의 ‘이영자 모시기 경쟁'에 공영방송 KBS마저 나선 꼴이 됐다.

‘미디어 비평’과 같은 공공성이 높은 독립프로그램을 문화방송은 물론 교육방송에서도 만들었지만 공영방송 KBS는 주저하고 있다. 대신에 시청률이 보장되는 ‘물의 연예인 모시기’에 급급한 이런 방송에 대해 시청료를 계속 지불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앞선다.

물론 한번 실수한 연예인에 대해 방송을 언제까지 금지시켜야 하느냐는 동정론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의 공인의식 부족을 탓하면서도 일정한 시청률이 보장되는 유혹을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뿌리치기 힘든 현실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물의를 빚은 연예인들의 방송복귀 문제에 있어서 공영방송에서조차 원칙도 심의과정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PD나 제작진들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둬서는 안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MBC의 경우 지난 3월14일 ‘베스트 극장-나나, 정준을 만나다’ 편에서 2001년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돼 사회적 물의를 빚었던 탤런트 정씨를 복귀시켰다. 2년만의 방송복귀인 셈인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기준으로 돌아왔는지 시청자들은 알지 못한다. 운전면허 부정취득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톱스타 이승연씨의 경우 거의 5년 정도 방송을 중단했어야 했다. 그러나 무면허 음주운전사고를 낸 탤런트 김지수씨는 ‘자성기간’조차 없이 바로 일일연속극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방송사들 마음대로 원칙 없이 ‘물의 연예인들’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이다.

연예인들의 죄목도 다양해졌다. ‘단골손님’ 마약범, 무면허 음주운전에서부터 파렴치한 원조교제, 성추행, 성폭행, 사기행각 등등. 연예인들의 수만큼이나 범죄내용도 다양화되고 그 건수도 늘어났지만 방송사의 대응은 여전히 연예기획사 로비에 노출된 PD들의 자의적 판단에 맡겨두고 있다.

연예인들은 공인이며 이들은 청소년들의 우상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는 만큼 이들의 파렴치한 범죄행각에 대한 방송사들의 납득할 수 없는 조치는 시청률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영방송사는 법치사회의 준엄함과 그 사회적 책무의 중대함을 원칙과 기준을 통해 실천해야 한다.

KBS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물의를 빚은 연예인 찾아다니며 출연섭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이에 대한 기준과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 과정을 심의할 내부 심의원회 혹은 기존 시청자위원회 등에서 심의하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다. 그런 결정과정을 거쳐서 누구든 방송출연과 복귀가 이루어진다면 이런 비판은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KBS가 이런 것 하나 투명하게 또한 설득력 있게 처리하지 못한다면 대표적 공영방송사 타이틀을 포기해야 하며 시청료도 요구해서는 안 된다. 상업방송과 구분되지 않는 공영방송에 굳이 시청자들이 돈을 내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방송위원회도 더 이상 무능함과 무기력함에 빠져있어서는 안된다. 방송계 전반의 문제를 감시, 지도해야 할 방송위원회가 이처럼 중대한 사안에 대해 간단한 지침서 내지 원칙 조차 제시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각 방송사의 자율을 존중하겠다는 방송위원회의 뜻은 높이 평가하지만 이처럼 공,민영방송사가 원칙도 없고 과정도 생략된 채 일을 처리하는 것을 좌시하고 있을 때 방송위원회의 존재 의의 자체가 의문시 될 것이다.

인간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있을 때에만 민주주의는 제대로 작동될 수 있다는 점을 공영방송사들에게 강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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