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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風 연루 비리언론인 누군지 아십니까?

<김창룡의 미디어비평> '눈감고 봐주기' 풍토 고발

'세풍 수사' 결과 이석희 전국세청 차장과 한나라당 관계자로부터 '검은돈'을 받은 비리언론인 수가 2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는 소식은 누구보다 다수 언론인들의 의욕과 자존심을 짓밟는 비보다.

동아일보, 세계일보, YTN 등 주요 신문, 방송사 현역기자와 국장급 언론인들까지 망라돼 있다는 4월 8일 검찰의 수사결과발표는 한겨레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사들의 '보도자제 내지 축소'로 제대로 알려지지 조차 못했다.

해당언론사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자체 윤리강령에 따라 징계조치를 취해야 할 언론사 경영진들도 묵묵부답이다. 어느 언론사도 해당 언론인에 대해 해고 등 징계를 했다는 보도가 없다. 대신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비리 언론인 명단을 공개하라' '재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메아리 없는 공허한 울림으로 사라져가고 있을 뿐이다.

검찰 관계자를 인용한 '미디어 오늘'에 의하면 "기자뿐 아니라 현직 국장급 이상 등 언론사 고위간부도 포함돼 있다. 받은 돈의 규모는 최소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른다"고 한다. 여기다 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돈의 액수는 순수하게 본인의 계좌로 들어간 것만 해당되는 것으로 실제 관련자 조사를 했을 경우 금품수수의 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검찰은 공소시효를 내세워 어떤 기자가 얼마의 돈을 받았는지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기자들의 이 같은 금품수수가 배임수재에 해당하지만 공소시효 마감일인 지난 2002년 12월 17일이 지나 기자들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평기자는 물론 국장급 언론인까지 많게는 수천만원의 거액을 수수했지만 처벌은커녕 명단조차 알 수 없다니 이러고도 언론개혁을 입 밖에 낸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이 사건에서 심도 있게 논의돼야 할 사안은 적어도 네 가지다.

굵직굵직한 권력형 비리사건에 왜 언론인들이 단골로 등장하는가, 비리언론인들은 왜 처벌받지 않거나 받아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가, 언론계 내부에서 왜 이런 비리언론인 퇴출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가, 이를 예방하려는 법.제도는 과연 있는지 또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가 등이다.

첫째 비리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는 비리 언론인들 문제.

2002년 연초 소위 '윤태식게이트'의 정관계 로비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지검은 홍보성 기사를 게재해 준 대가로 주식 등을 받은 혐의로 10 여명의 기자, 간부, PD 등을 소환하여 사법처리했다. 여기에는 서울경제신문 사장까지 포함돼 기자와 국장 사장 등 언론계 전체의 윤리가 땅에 떨어졌지만 일회성 사건으로 사라졌다.

이 사건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영화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이번에는 스포츠지 기자, 부장, 간부들이 차례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스포츠서울 이기종 편집국장에 대해서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천만원을 선고하며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2002년 5월에는 파크뷰 아파트 특혜분양 사건이 불거졌다. 언론인 가운데 총 9명이 특혜분양의혹 대상이 됐으며 이중 1명은 해약했고 3명은 판매했으며 5명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인과 처제명의로 각각 33평형 아파트를 특혜분양 받은 것으로 알려진 동아일보 편집인 겸 전무이사는 이 문제로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리 언론문제가 과연 일부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일부'만의 비리인지, 과연 '우발적'인 비리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둘째 언론사주든 언론인이든 이들에 대한 형사처벌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비껴가는 식이었다.

기껏 실형선고를 하고도 집행유예, 형집행정지, 선고유예 등의 법적 은전을 베풀었다. 거액의 해외원정도박으로 외환관리법 위반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한국일보 장재국 전 회장의 경우 검찰에서 수사에 착수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다. 게다가 언론사 사주와 정치인에 대해서는 너그럽기 짝이 없는 법원은 어느새 그를 집행유예로 풀어줘 버렸다.

남들이 모두 '당신 언론사 사주는 범법자에 사기꾼'이라고 욕을 해도 해당언론사 기자는 말 한마디 못하는 풍토에서 '정의'를 부르짖는다는 것은 이상에 불과하다. 웬만하면 언론사 사주나 언론인들은 법치의 대상에서 제외되며 죄질이 무거워 실형을 받더라도 법의 특혜가 주어지는 방식이다.

셋째 언론계 내부에서 비리언론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침묵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국민의 알권리 운운'은 찾을 수 없고 사회부정과 비리에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던 신문사 방송사들이 자사 비리 기자와 간부에 대해서는 징계도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기자와 국장 등 언론인들이 수천만원의 돈을 받았다는 사실은 해외언론에서라면 사회면 톱기사 감이다. 해당기자나 간부는 즉각 해고감이며 형사처벌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는 시민단체나 언론전문지에서 언급하는 정도일 뿐 주요언론사에서 이 문제를 사회이슈화하지 않는다. 자체 언론사 윤리강령이 존재하지만 이 때문에 해고됐다는 기자는 아직 보지 못했다. 이런 언론계 내부의 '쉬쉬 풍토'가 언론비리를 양성하는 결과가 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런 악순환을 단절하고 비리언론인을 퇴출할 수 있는 자체 규정이나 법ㆍ제도가 없거나 존재해도 유명무실하다는 현실이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비리언론인 명단 공개'라는 윤리규정을 두고 있지만 예외적인 소수 언론에 한한다. 소수의 문제라고 치지도외시하며 그저 덮으려고만 한다. 점점 투명한 사회로 가고 있건만 일부 기자들의 지저분한 비리행각과 골프 등 향응접대에 대해서만큼은 마치 특권의 상징인양 눈감으려 한다.

기자, 국장, 사주 등 언론사의 총체적 비리가 가능하며 이것이 시시때때로 반복되는 이면에는 이를 조장하거나 묵과하는 세력과 사회비리구조가 있어야 한다. 그 한축을 형성하는 언론계 내부의 도덕불감증과 다른 한축을 형성하는 '언론인 봐주기식'의 검찰수사와 판결, 명단공개 거부가 통용되는 사회풍토가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이다.

검은 돈, 주식 받는 언론인들, 이들에게 회사윤리와 처벌규정을 내세우지 못하는 언론사 사주들. 검찰은 공소시효 운운하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며 명단공개 조차 거부하는 사회에서 소수의 비리언론인들은 한국 언론계를 계속해서 멍들게 할 것이며 국내 독자나 시청자들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 해외에서 한국 언론을 비리집단으로 매도하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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