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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 대표 '정계개편 조급증'의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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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화갑 대표 '정계개편 조급증'의 속내는?

"그는 지금 정치생명 걸고 도박 하고 있다"

민주당은 과연 10.25 재보선에서 승리했을까? 한화갑 대표의 공언대로 정계개편의 중심이 될 수 있을까?
  
  40대0이라는 열린우리당의 기록적인 재보선 패배율에 묻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입은 내상은 만만치 않다. 특히 장차 정계개편의 기축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전통 있는 군소정당' 민주당의 자존심과 한계는 이 시점에서 눈여겨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한화갑 대표는 26일 "분당 이전의 상태로 가지 않으면 여당은 '노무현 당'에 불과하다"며 "민주당과 함께 가지 않는 한 여당은 활로가 없다"고 흔들었다. 그러나 한 대표의 이런 반응을 조급함의 발로로 해석하는 민주당 내의 시각이 적지 않다.
  
  정계개편-햇볕정책 오락가락, 왜?
  
  한 대표는 이날 "유엔 회원국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는 만큼 유엔 결정이 PSI에 참여해 검색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금 대북 강경 제재론을 천명한 것. 재보선 직전이던 지난 23일 한 대표는 호남에서 '남북 경협 유지'를 주장하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 의지를 보였었다. 강경론→포용론→강경론으로 오락가락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한 대표가 정계개편과 관련해 한나라-민주 공조론을 제기하는가 하면 북핵 국면에서 갈지자 행보를 보이게 된 배경에 대해 "한 대표가 평상심을 잃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한 대표가 당심과 다른 행보를 보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한 대표가 정치권에서 5% 안에 드는 보수주의자라는 것. 둘째는 곧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여권에 항의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 셋째는 스스로 대권주자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가 특별히 강조한 것은 두 번째 이유였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나머지 두 가지는 굳이 따져볼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정치인으로서 사실상 생명이 끝난 마당에 그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SK 그룹으로부터 4억 원을 받고, 같은 해 당 대표최고위원 경선 당시 하이테크하우징 박 모 회장에게서 6억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항소심에서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에 2년, 추징금 10억 원을 선고 받아 조만간 있을 대법원 판결에서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한다.
  
  한 대표의 형량을 가늠할 만한 대상이 있다. SK 그룹으로부터 2억 원을 받은 김민석 전 의원은 지난해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 원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호웅 전 의원은 하이테크하우징 박 모 회장으로부터 1억5000만 원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얼마 전 의원직을 잃었다. 이들과 혐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한 대표의 의원직 상실은 초읽기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한 대표가 최근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에 처리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내심을 비친 대목은 위기감의 발현으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 현 상황에서 한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그는 정계개편 과정에서 자연히 배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화갑의 적은 '시간'…고건의 민주당?
  
  게다가 한 대표는 당 내에서도 적지 않은 갈등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당의 진로와 관련해 한 대표는 당심과 크게 유리돼 있다. 당내 다수가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를 희망하고 있음에도 한 대표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26일 한 대표는 "고 전 총리가 민주당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의 체념상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는 정치권 외곽을 도는 고 전 총리의 뻣뻣한 태도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으나, 스스로 대권주자가 되려는 욕심이 있다는 민주당 관계자의 전언과 맞물려 미묘한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한 대표는 지난 9일 K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직접 대선후보로 나설 의향을 묻는 질문에 "못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었다.
  
  한 대표가 고 전 총리에게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다. 고 전 총리 측은 한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면 자연스럽게 민주당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대표와 고 전 총리의 냉기류와 관련해 "한 대표가 민주당과 호남,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더욱 큰 문제는 민주당 내에서 '한화갑의 우군'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안팎에선 한 대표가 당 대표를 맡아 오는 동안 주요 당직을 '한화갑 사람들'이 장악했다는 말이 많다. 자연히 배제된 세력과의 갈등은 필연적이다. 여기에 각종 공직선거 후보 공천 과정에서의 불만까지 얽혔다.
  
  이런 맥락에서 25일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텃밭이나 다름없는 전남 신안과 화순을 잃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신안군수로 당선된 박우량 씨는 당초 민주당 후보자로 내정됐다가 재심에서 번복 당하자 한 대표의 '낙하산 공천'을 비난하며 당을 뛰쳐나간 인사다. 게다가 신안은 한 대표의 지역구다. 화순군수로 당선된 전완준 씨도 당초 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했던 인사다.
  
  중앙당의 무리한 공천이 결국 패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5.31 지방선거 당시 조재환 사무총장의 공천헌금 파동으로 홍역을 앓은 바 있고, 7.26 재보선, 10.25 재보선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엇비슷한 갈등을 지속적으로 겪어 왔다.
  
  '한화갑 이후'의 구상들 분주해
  
  이런 이유들로 인해 민주당의 자체적인 "재보선 승리" 판정은 당 밖에선 울림이 없다. 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에서조차 민주당이 정계개편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는 세력은 거의 없다. 그 대신 한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면 민주당, 고 전 총리와의 연대가 시간차를 두고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보다 많다. 대법원 확정판결이 연기되더라도 민주당은 내년 2월 전당대회를 예정해 놓고 있어 한 대표는 당권을 내 놓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당 안팎에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린 한 대표가 정계개편 공론화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결국 시간이 없기 때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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