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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농업과 먹을거리도 지역자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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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농업과 먹을거리도 지역자치로"

[토론회] 한국 '지역 먹을거리' 운동의 미래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한국에서도 구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월부터 대구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운영 중인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켜 나가자는 것.

민주노동당 주최로 23일 오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대도시 먹거리 정책과 농업 회생 전망' 국제회의에서는 중앙집중형 농산물 거래체계와 한미 FTA 등이 한국 농업과 식품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 먹을거리 운동'이 논의됐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 위기에 처한 한국"
▲ ⓒ프레시안

이날 발제자로 나선 김종덕 교수(경남대 심리사회학)는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이 약 25%밖에 되지 않는데도 농민들이 모두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한국 농업이 위기에 처한 역설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대다수의 농민들은 영농 비용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농산물 판매가는 낮아져 영농 수입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경제적 압박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은 농촌의 고령화와 더불어 한국 농업의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생산과정과 생산자를 잘 모르는 정체불명의 먹을거리로 인해 먹을거리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먹을거리가 주원인이 돼 생기는 아토피는 4명의 아동 중 1명, 소아천식은 6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며 "이는 우리의 먹을거리 문제가 갈 데까지 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종덕 교수는 "농업위기와 먹을거리 위기를 가져온 주된 원인은 바로 '세계식량체계'"라고 말했다. '규모와 효율성'에 기초한 농기업이 주도하는 '세계식량체계'는 농민을 농촌에서 떠나게 하며 소비자의 식품안전을 위협한다. 그러나 한국은 오히려 WTO 체제와 FTA 협정을 통해 이 체계에 더 깊이 편입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이에 대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로컬푸드 운동이란?

'지역에서 생산한 먹을거리를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지역 먹을거리 운동'(로컬 푸드 운동)은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다. 미국 뉴욕, 노르웨이 오슬로, 하와이 마우이, 케냐 나이로비, 이집트 카이로, 인도 라다크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생산자와 인근지역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며 △먹을거리의 지역생산과 지역소비가 이뤄지고 △지역의 필요에 의한 생산이 이뤄지며 △지역의 자연조건과 환경에 맞는 지역농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운동은 자유무역으로 대표되는 세계식량체계가 발생시키는 많은 문제점들을 해소해준다. 생산자와 소비자를 수천㎞ 이상 떨어지게 만드는 세계식량체계에서는 식량의 수송거리(푸드 마일·food mile)가 멀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증가시킨다. 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투입하는 비료와 농약으로 인해 환경과 식품안전을 해친다. 한편 시장의 논리가 지역이 생산하는 농산물 품목을 제한해 지역의 음식문화를 파괴하기도 한다.


"농업과 먹을거리를 시장과 정부에만 맡기지 않겠다"
▲ '대구경북 농업자치연대'의 김병혁 사무국장 ⓒ프레시안

또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대구시의 사례가 소개됐다.

'대구경북 농업회생과 지역자치를 위한 사회연대(대구경북 농업자치연대)'의 김병혁 사무국장은 "더이상 먹을거리 문제를 시장이나 정부에만 맡겨놓을 수 없었다"고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전개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대구경북 농업자치연대는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안동 가톨릭농민회,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전교조 대구시지부, 대구 한살림 등 지역의 농민단체와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지난 2월 결성됐다. 이 단체는 지난 7월 21일부터는 매주 금요일 대구시 각 지역을 순회하며 농민장터를 진행해오고 있다.

현재 농민장터는 매회 2000~5000명의 손님을 불러모으고 있다. 주민들이 "왜 다른 구로 옮겨가냐"며 섭섭해할만큼 호응도 높다고 한다. 또 농민장터의 성공은 대구시내 지역단체들 사이에 지역 먹을거리 운동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일반 사업장이나 학교급식에 대한 직거래 운동도 빠르게 추진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

김병혁 사무국장은 "농민장터는 지역의 시민단체와 농민회의 적극적인 협력과 매주 농민장터를 1시간 가량 생방송으로 방영했던 대구MBC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지역 농업 정책을 위한 협의회를 만들자"

'지방의제21 전국협의회'의 김택천 총장은 "지역 먹을거리 운동은 농업의 진흥뿐만 아니라 복지와 소비자 권리까지 고려하는 '지역 사회적 합의' 차원에서 전개되야 한다"며 "이를 위해 농민, 종교단체, 학교, 지역의회, 행정기관이 참여하는 '지역농업정책결정 협의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로컬푸드시스템 연구회'의 허남혁 간사는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한국의 지역 먹을거리 운동이 한미 FTA로 인해 커다란 장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허 간사는 "광역자치단체까지 한미 FTA의 조항규정에 적용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온다면 지방단체나 중앙정부가 로컬푸드를 활성화하고 싶어도 국가-투자자 소송제와 충돌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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