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성별전환 지침 너무 까다롭다"
지난 6일 대법원이 마련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을 보면 오동구가 법적으로 여자가 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 지침에 따르면 성별정정을 하려면 만 20세가 넘어야 하고, 남자에서 여자로 성별 정정을 원하는 경우 군대를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 20세가 넘어 성인이 되어도 부모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성별전환이 거의 불가능하다. '성공적으로 살아왔다'는 것도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의 지침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혼인한 적이 없고 자녀가 없을 것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 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을 것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할 경우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면제받았을 것 등이 성전환의 조건으로 제시돼 있다.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 지침 제6조 (성별정정의 허가기준) 법원은 심리결과 신청인에게 다음 각호의 사유가 있음을 인정한 경우에는 성별정정을 허가할 수 있다. 1. 신청인이 대한민국 국적자로서 만 20세 이상의 행위능력자이고 혼인한 사실이 없으며, 신청인에게 자녀가 없음이 인정될 것 2. 신청인이 성전환증으로 인하여 성장기부터 지속적으로 선천적인 생물학적 성과 자기의식의 불일치로 인하여 고통을 받고 오히려 반대의 성에 대하여 귀속감을 느껴온 사정이 인정될 것 3. 신청인에게 상당기간 정신과적 치료나 호르몬요법에 의한 치료 등을 실시하였으나 신청인이 여전히 수술적 처치를 희망하여, 자격있는 의사의 판단과 책임 아래 성전환 수술을 받아 외부성기를 포함한 신체외관이 반대의 성으로 바뀌었음이 인정될 것 4. 성전환 수술의 결과 신청인이 현재 반대의 성으로서의 삶을 성공적으로 영위하고 있으며, 생식능력을 상실하였고, 향후 종전의 성으로 재전환할 개연성이 없거나 극히 희박하다고 인정될 것 5. 남자에서 여자로의 성전환(MTF)인 경우에는 신청인이 병역법 제3조에 의한 병역의무를 이행하였거나 면제받았을 것 6. 신청인에게 범죄 또는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나 목적으로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고 인정될 것 7. 기타 신청인의 성별정정이 신청인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아니하여 사회적으로 허용된다고 인정될 것 |
"성기수술 조건, 최악의 독소조항"
이에 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선전환자 성별변경 관련 법 제정을 위한 공동연대'는 8일 성명을 내고 "대법원의 지침이 성전환자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성전환 수술' 조건에 대해 "많은 성전환자들이 호르몬 요법이나 1차 수술(대체로 가슴수술)로 외관만 일정한 성징을 갖춘 채 생활하고 있고, 성기수술을 조건으로 내건 것은 많은 형태의 성전환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며 "최악의 독소조항"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할 때 남성성기 형성수술은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의료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상태다.
또 대부분의 성전환자들이 사회적 차별로 인한 소외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이와 같은 기준으로 인해 극소수의 부유한 성전환자들에게만 법적 성별정정이 허용되는 '또다른 차별'을 낳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천지방법원에 여성에서 남성으로의 성별정정을 신청한 김모(28) 씨의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외과적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인정돼 재판부가 성별정정을 허가한 사례가 있으나, 대법원의 지침에 의하면 이런 사례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성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결혼한 후에는 안 되고"
성별정정 허가신청을 '만 20세 이상'으로 한정한 기준에 대해서도 "성정체성이 일반적으로 사춘기 또는 그 이전에 발아하고 형성되는 점을 감안할 때 성별정정을 성인으로 한정하는 것은 성정체성 혼란의 고통을 성년이 될 때까지 감내하라는 요청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 '혼인한 사실이 없을 것', '자녀가 없을 것'이라는 규정도 "어쩔 수 없는 사정에 의해 혼인한 경우나 자녀에게 동의를 얻은 경우까지 성별정정을 불허해 일반적인 인권의 원칙에 어긋나고, 성전환자들의 고통을 죽을 때까지 안고 가라는 명령"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밖에 '성공적 삶'의 기준에 대해서도 "호적 등의 문제로 인해 대다수의 성전환자들이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성공적 삶'은 애당초 불가능한 조건일 수 있다"고 반발하는 한편, 인우인 보증 및 직계가족의 동의, 호적변경 내용 표시 등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들은 '성전환자 성별변경 등에 관한 특별법'을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해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되도록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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