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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재 협정에 '문화재 반환' 이 명시되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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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문화재 협정에 '문화재 반환' 이 명시되지 않은 이유는

[일본은 왜 문화재를 반환하지 않는가?] 번외편 ⑥ 일본 측이 문화 협정을 제안한 이유는?

한일 양국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반출된 문화재의 반환 여부를 둘러싼 문화재 반환 문제를 논의하고 제7차 회담에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문화재 및 문화 협력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면서 문화재 반환 교섭을 타결했다. 이를 보통 '문화재 협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문화재 반환 문제를 논의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협정 명칭에 '문화재 반환'이 없고 '문화 협력'이 있는 것일까? 이번 칼럼에서는 일본 정부가 문화재 반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상했던 '문화 협정'을 중심으로 문화재 협정과 그 명칭에 '문화재 반환'이 없는 이유와 '문화 협력'이 들어간 이유에 대해 살펴본다.

외무성의 문화 협정 구상

일본 측은 제2차 회담에서 "만일 문화재를 한국 측에 인도한다면, 그 전에 문화 협정 체결에 대해 협력했으면 한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당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지만, 일본 측은 이미 문화 협정으로 문화재 반환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일본 측이 제안한 문화 협정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이었을까?

외무성이 문화재 반환 문제 해결 방식으로 문화 협정을 본격으로 검토한 시기는 제6차 회담이었다. 1962년 2월에 작성한 '문화재 문제 해결 방침에 관한 건(토의용 자료)'를 통해 문화재 반환 문제 해결 방식을 검토해 보자.

먼저 한국의 입장에 대해 "제1차 일한회담 개시 이래, 청구권 문제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 있는 한국 문화재 반환을 주장하고 ···(중략)··· 문화 협정 체결은 바람직하지만, 문화재 반환 문제는 그와 분리해서 해결하고 싶다는 의향을 드러내고 있으며 향후 회담에서도 이와 같은 종래의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문화재 반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한 문화 협정을 체결하고, 그 일환으로 현재 인도 가능한 국유 문화재를 인도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해결책"이라고 결론지었다.

외무성은 이와 같은 입장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안을 검토했다.

① 제1안: 단독 의정서 또는 교환 공문에 따른 방식

일본국정부는, 일한국교정상화를 경축하는 일본 국민의 기분을 표명하기 위해, 그리고 한국에 있던 많은 문화재가 조선 동란으로 없어졌다는 사실 및 한국 출토 문화재의 상당수가 현재 일본 국내에 보관되어 있어, 그것이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한국정부 및 국민이 열망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여, 별첨 목록에 기재된 한국 출토 문화재를 가급적 빨리 한국정부에 인도한다.

② 제2안: 문화 협정을 체결하고 그 일환으로 인도하는 방식

일본국정부는, 이번에 조인된 일한문화협정의 정신에 비추어, ··· 이하 제1안의 그리고 이하와 동일

③ 제3안: 일한문화협력에 관한 의정서(가칭)에 따른 방식

〈제1조〉 일한 양국 정부는, 양국 간의 역사적, 문화적으로 극히 깊은 관계를 상기하고, 장래에 이 관계를 한층 긴밀히 하기 위해, 국교정상화 후, 되도록 빨리 문화협정을 체결하기로 한다.

〈제2조〉 일본국정부는, 장래 체결되어야 할 일한문화협정의 토대를 쌓기 위해, ··· 이하 제1안의 그리고 이하와 동일

〈제3조> 일한 양국 정부는 향후 일본국에서 한국으로 인도될 한국 출토 문화재를 포함하여, 각국의 국내에 보관되어 있는 문화재에 관해 학술, 문화 연구의 목적을 위해, 상대국 정부 및 국민에 대해 가능한 한 상호 편의를 제공하기로 한다.

▲ 외무성의 세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는 문서. ⓒ한일회담 관련 일본외교문서

세 가지 안은 '일한문화협정의 정신에 비추어', '한국의 학술, 문화 연구에 기여하기 위해'와 같은 표현은 학술문화 연구에 기여한다는 일본 측의 입장에서 문화재를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있으며, 문화재 반환 문제를 논의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환'이라는 용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즉 문화재를 반환받음으로써 과거사를 청산하겠다는 한국 측의 입장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의 의정서안 제시

일본 측은 제3안을 다듬어 제6차 회담 예비절충 제21회 본회의(1962년 12월 26일)에서 '일본정부와 대한민국정부 간의 문화상의 협력에 관한 의정서 요강(안)'을 제시했다. 이 요강안은 전문과 3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었는데, 제3안과 비슷하다. 하지만 제1조에서 '문화교류를 긴밀히 하기 위해', '학술, 문화 발전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해'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사용하여 문화교류나 문화 협력을 위해 문화 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하고 있다. 요강안 명칭도 '문화재 반환'이라는 표현 없이 '문화상의 협력'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또한 제3안에서는 '인도'라는 표현이 있었지만, 요강안에는 '기증'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즉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한 한국 측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채 단순히 문화교류나 문화 발전을 위해 문화재를 기증하겠다는 의도가 요강안의 제목과 내용에 담겨 있는 것이다.

한국 측은 이 요강안을 당연히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비절충 제23회 본회의(1963년 1월 23일)에서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해 "국교정상화 이후에 양국 간의 문화 협력을 촉진하고자 하는 정신에는 원칙적으로 찬성이나, 이 문제는 한일 간의 현안 문제의 하나로서의 문화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연결시킬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반박했다(칼럼 제1부 ⑧ 참조).

협정 논의 및 문화재 반환 교섭 타결

한국정부는 제7차 회담을 준비하며 주요 의제에 관한 방침을 세웠다.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해서는 '문화재 문제에 관한 훈령'(1965년 3월 17일)이라는 최종 방침이 작성되었다. 이중 문화 협정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 한국정부의 문화재 반환 문제 관련 방침. ⓒ한일회담 관련 한국외교문서

한국정부는 제6차 회담 당시 일본 측이 제시한 요강안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한민국정부와 일본국정부 간의 문화재 및 문화문제에 관한 의정서(안)'을 작성했다.

<전문>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는 양국 간의 문화에 관한 역사적인 깊은 관계와 대한민국이 그의 역사적 문화재에 대하여 가지는 깊은 관심을 고려하고, 또한 양국 간의 학술과 문화의 발전 및 연구에 기여 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협정한다.

<제1조>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는 양국 간의 문화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방도를 조속히 강구하기로 한다.

<제2조> 일본국 정부는 본 의정서의 효력 발생 후 가능한 한 조속히 부속서에 명시되는 한국 문화재를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인도(turn over) 하는 것으로 한다.

<제3조>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국 정부는 각기 자국의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및 기타 자료 편집시설이 보유하는 문화재를 타방 국의 국민으로 하여금 연구케 하는 기회를 주기 위하여 가능한 한 편의를 제공 하기로 한다.

이 의정서안과 일본 측의 요강안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제1조와 제2조로 문화 협력과 문화재 반환 문제를 분리했다는 점이다. 한국 측은 문화 협력을 강조한 일본 측 요강안에 반대했지만, 이를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 대신에 '문화관계 증진'이라는 표현으로 제1조를 설정한 것이다. 그리고 한국 측이 주장해 왔던 '인도'라는 명목으로 문화재를 반환한다는 제2조를 설정함으로써 문화 협력과 문화재 반환 문제를 분리시켰다. 이와 함께 의정서 명칭을 '문화재 반환'이 아닌 '문화재'로 했는데, '반환'이 들어갈 경우 일본 측이 거부할 것이기 때문에 '문화재'로 한 것이다.

협정안 논의는 1965년 6월 15일에 개최된 제4회 문화재소위원회에서 이뤄졌다. 한국 측이 '대한민국과 일본 간의 문화재 문제 해결 및 문화협력에 관한 의정서 요강(안)'을, 일본 측이 '문화상의 협력에 관한 일본국과 대한민국 간의 협정(안)'을 제시했다.

일본 측은 협정안 명칭을 비롯하여 문화재 반환 문제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도록 협정안을 작성했고, 특히 제2조에 "일본국정부는, 대한민국에서의 학술 발전 및 문화 연구에 기여하기 위해 및 대한민국 국민이 자국의 역사적 문화재에 대해 가진 깊은 관심을 고려하여, 대한민국에 대해 부속서에 열거하는 일본국 정부 소유 문화재를, 가능한 한 빨리 인도하기로 한다"를 규정함으로써 문화 교류를 강조하는 일본 측의 입장을 유지했다.

한국 측은 의정서안과 동일하게 문화 협력과 문화재 반환 문제를 분리하여 조항을 작성했고, 후자에 관해 "제2조 일본국정부는 이 협정서의 효력 발생 후 6개월 이내에 부속서에 열거된 대한민국의 문화재를 대한민국정부에 대해 인도하기로 한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지체없이 인도 수속 등에 관한 협의하기로 한다"고 규정했다. 논의 끝에 한일 양국은 각자의 입장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형태로 '대한민국과 일본국 간의 문화재 및 문화협력에 관한 협정'을 작성·합의했다(칼럼 제1부 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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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문화재 협정과 그 명칭에 '문화재 반환'이 들어가지 않은 이유와 '문화 협력'이 들어간 이유를 살펴봤다. 일본 측은 협정에 문화재 반환 문제의 성격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문화 교류를 강조하면서 문화 협정 체결을 제안했다. 한국 측은 일본 측의 입장도 어느 정도 반영하여 문화 교류 관련 조항도 작성하고, 문화재 반환 문제의 성격도 드러내기 위해 문화 교류와 문화재 반환 문제 관련 조항을 분리해서 규정했다. 일제강점기 당시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를 반환받을 권리가 있다는 한국 측의 입장과 불법적인 문화재 반출은 없었다는 일본 측이 입장이 문화재 협정과 내용에도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 참고문헌

한일회담 관련 한국정부 외교문서 및 일본외교문서

엄태봉, <한일 문화재 반환 문제는 왜 해결되지 못했는가?-한일회담과 '문화재 반환 문제의 구조'>, 경인문화사,

2024.

엄태봉 강원대학교 교수

엄태봉 교수는 문화재 반환 문제, 강제동원문제, 교과서 문제 등 한일 간의 역사인식문제를 연구하고 있는 한일 관계 전문가다. 역사인식문제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로 <한일 문화재 반환 문제는 왜 해결되지 못했는가?>, <교과서 문제는 왜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가?>, <일본 '영토·주권 전시관'의 영토 문제 관련 홍보·전시에 대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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