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건설노조원들의 포스코 점거 사태가 자진해산으로 일단락됐지만 상황이 완전 종료된 것은 아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국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 멈춘 것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반면 정부는 '불법필벌'의 원칙이 통했다며 자화자찬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21일 성명을 내고 "경찰의 폭력에 의해 하중근 조합원이 뇌사 상태에서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고, 건설노동자들이 제기한 원청사의 책임성 문제 역시 그대로 남아 있으며, 대체근로를 주도한 포스코의 불법행위 역시 그대로 남아 있다"며 "정부와 자본은 사태를 오판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건설노동자들은 자체 대의원 대회를 거쳐 비상대책위를 구성해 새롭게 전열을 정비할 예정"이라며 "포스코 농성이 일단락됐다고 해서 전국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 멈추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한 "정권과 자본, 보수언론들의 야비한 공격에 노동자들의 분노는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며 "이는 더 큰 투쟁이 해일처럼 밀어닥칠 전조라는 것을 똑바로 알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임을 잊지 말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에 그 개선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20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번 포스코 사태는 건설 현장의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서 비롯됐다"며 "다단계 하도급은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공사부실은 물론 노동자에 대한 중간착취로 이어진, 모두가 다 아는 고질적인 병폐임에도 불구하고 건설교통부는 구조 개선을 위한 아무런 노력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또한 "건설 현장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로, 건설노동자들이 생존권의 위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부 등 관련 부처들은 포항 건설노동자들의 불법 점거만 부각시키고 있다"고 비난하는 한편, 이번 점거 사태가 원청업체인 포스코의 대체인력 투입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했다.
한국노총은 "포스코 사태는 대공장, 고임금 사업장의 임금인상 투쟁이 아니라 평생을 건설 현장에 몸 바쳐 온 고령 노동자들의 생존권 투쟁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겠다"
이에 반해 행정자치부는 21일 오후 이용섭 장관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해 "노조가 불법 점거 9일만에 자진해산하고 경찰이 집행부를 검거함으로써 큰 충돌 없이 (사태가) 마무리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는 법과 원칙에 따라 일관되게 엄정 처리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표명과 대화와 타협에 의한 해결을 바라는 국민의 성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자평했다.
이 장관은 특히 "그동안 노사관계에서 지켜 왔던 '합법보장, 불법필벌'의 원칙을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며 "단순 가담자는 선처하겠지만 불법 점거 주동자와 폭력 행사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물어 국법질서를 확립해 나가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 장관은 또한 "정부는 앞으로도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불법·폭력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함으로써 '살기 좋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뒷받침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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