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역 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점거농성에 대한 언론보도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파업의 폐해를 부각시키고 노조의 폭력성과 불법성에만 초점을 맞춘 '반노동적' 편향보도를 반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20일 논평을 발표해 "언론은 평균연령 50세의 건설노동자들이 극한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철저히 외면했다"며 "특히 조선, 중앙, 동아 등 수구보수 신문들은 철저히 사측의 입장을 대변하고 정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며 더욱 강경한 대책을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방송의 보도 태도도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배제한 채 '극한대치' 상황만을 중계식으로 나열하거나 피해규모만을 부각하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켰다"고 평가했다.
"SBS 가장 심각, KBS 단순 나열, MBC 대치상황만 전달"
민언련은 방송 3사 중 SBS의 보도가 가장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SBS 보도에 대해 민언련은 불법 다단계 하도급의 구조적 문제 해결, 임금삭감 없는 주5일제 실시, 하루 8시간 노동 등 노조의 핵심적인 요구사항은 빼고 '임금 15% 인상' 요구만을 부각시켰으며, 포스코의 대체인력 투입이 점거농성의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음에도 노조의 불법점거만을 문제 삼았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SBS는 원청사업자로 이번 사태 해결의 가장 큰 열쇠를 쥐고 있는 포스코를 '직접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보도하면서 마치 노동자들이 엉뚱한 곳에 '화풀이'하고 '생떼'를 부리는 것처럼 몰았다"면서 "<8시 뉴스>는 포스코 측의 경제적 피해 등에 대해선 14일과 18일 2차례나 다뤘으면서 건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등 파업의 원인이 된 문제에 대해선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민언련은 또 SBS가 지난 19일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포항 건설노동자와 연대하기 위해 포항으로 이동하려다 경찰과 충돌을 빚은 사건을 전달하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경기에 비 피해까지 극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파업에 시민들은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고 보도하는 등 시민의 불편을 강조해 시민과 노동자를 분리하고 반목을 조성하는 전형적인 파업 보도의 구태를 반복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한편 KBS 보도에 대해 민언련은 "'극한 대립'에만 초점을 맞춘 채 노조, 포스코, 정부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나열하는 그쳤다"고 평가했다.
또 KBS가 "포항제철은 법적으로 노조와 협상을 할 수 있는 어떤 권한이나 책임도 없어 난감해 하고 있다"고 포스코 측의 주장을 그대로 전한 점,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고 제3의 업체를 점거해 농성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라는 포항상공회의소 등의 주장을 부각시킨 점 등에 대해서도 민언련은 비판했다.
또 MBC 보도에 대해서는 "경찰과 노조의 대치 상황만을 전하는 '겉핥기' 보도만을 반복했다"며 "갈등이슈가 발생했을 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대립현상에만 주목하는 방송의 선정주의적 보도태도를 그대로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조ㆍ중ㆍ동은 '그러려니' 하더라도..."
민언련은 또 "경찰에 의해 한 명의 노동자가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는 '뇌사상태'에 빠지고 임신한 여성까지 부상당하는 일이 벌어졌음에도 이런 사실은 방송에서 전혀 알리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노동자를 몰아붙여 '굴복'을 얻어낸다면 당장의 사태는 '봉합'할 수 있겠지만 해결되지 않은 묵은 갈등은 언젠가 다시 폭발할 수밖에 없다"며 "반복되는 파업의 원인으로 언론의 이같은 편향적인 보도 태도를 빼놓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 해 순이익만 5조9천억 원을 기록한 국내 최대 재벌회사의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8시간 노동'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를 내걸고 사투를 벌여야 하는 현실 앞에서 방송기자들이 '불법'에만 초점을 맞추고 '폭력'만 부각하는 게 과연 정상이냐"고 비난했다.
이들은 "조ㆍ중ㆍ동 같은 신문들이야 '그러려니' 하더라도 방송만큼은 편향적인 파업보도의 구태를 끊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사태의 본질을 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방송보도의 변화를 촉구했다.
민언련은 "여론몰이만 판치는 '포스코 보도', 사태 악화시킨다"는 또 다른 논평에서 "대부분의 신문들은 이번 파업사태를 '노조의 폭력성', '파업으로 인한 피해'에만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고 신문들의 보도행태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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