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둘러싼 논란은 어쩌면 멀리 독일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2006 월드컵 열기보다 더 뜨겁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다.
더욱이 이와 관련한 미국과 일본 등의 외신들과 우리 정부의 발표, 그리고 북한의 주장이 각각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 미묘함은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우선 북한이 시험 발사를 준비중인 발사체가 '미사일이냐 인공위성이냐'는 부분에 각각 입장이 다르며, 예상되는 발사시기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유예 선언의 위반 여부 등에서도 시각이 너무나 다른 것이다.
<조선신보> "발사체는 '대포동 2호' 아닌 인공위성 '광명성 2호'"
가장 먼저 논란이 되는 것은 북한이 발사를 준비중인 발사체의 '실체가 무엇이냐'다. 미국과 일본의 관리들을 비롯해 외신들은 이 발사체가 '미사일'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외신들과 국내 언론 보도 역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운운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은 이에 대해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간 미묘한 사안에 대해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 온 것으로 평가되는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1일 평양발 기사를 통해 "'대포동 2호'라는 것은 허구에 의한 여론오도"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지난 1998년 쏘아 올린 '광명성 1호'에 대해서도 미국을 중심으로 '대포동 1호' 미사일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인공위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선신보>는 이날 '대포동 소동은 미국의 자작, 자연극'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위성보유국으로 되는 것은 너무도 당당한 자주권의 행사"라며 "논리적으로 말하면 운반로켓 백두산 2호에 의한 인공지구위성 광명성 2호의 발사는 앞으로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실험 발사를 강행하더라도 이는 인공위성인 '광명성 2호'를 위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기남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21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발사체 첨두 부분의 모양을 봐야 한다"며 "군사용 미사일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신기남 위원장은 또 인공위성이든 미사일이든 "그 잠재적 위험성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북한이 1998년에 발사한 것도 위성발사체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찰스 빅은 20일 군사전문 웹사이트인 <글로벌시큐리티>에 실은 논문에서 북한이 관측이 용이한 노출된 장소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은 인공위성 발사 시도이지 전략 탄도탄미사일 활동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빅 연구원은 대륙간 탄도탄 미사일과 인공위성 발사체 사이에는 아주 작은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인공위성과 미사일은 발사체에 탑재할 물체의 차이일 뿐 기술상 큰 차이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선신보>는 "문제의 본질은 발사 자체가 아니라 유관국들 사이의 안보상의 문제로 되는가에 있다"며 "서로 적대관계에 있으면 인공지구위성 발사도 군사적 목적으로 전환되는 것이며 관계가 좋으면 그렇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깼다" vs "합의 위반 아니다"
미사일 실험과 관련한 북한의 발표는 1999년 미사일 실험발사유예 선언(모라토리엄), 2003년 이후에도 발사유예를 유지키로 한 2002년 평양선언, 그리고 지난해 나온 9.19 공동성명 등이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이처럼 여러 차례에 걸친 합의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9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1999년 자신들이 서명했고 2002년 재확인한 미사일 실험발사 유예선언 상의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며 "실험 발사 유예 선언은 분명히 지난해 6자회담 참가국이 서명한 공동성명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관방장관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난 16일 "만약 탄도미사일이 발사되면 평양선언에 위반되는 행위"라고 반발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위반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선신보>는 "조선은 1999년 9월 미사일발사 임시 중단 조치를 발표했지만 부시 행정부 집권 후 (북미) 사이의 대화가 전면 차단됐던 2005년 3월 '미사일 발사 보류는 어떤 구속력도 받는 것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한성렬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도 2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에서 우리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모라토리엄 위반이라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당시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증진 회담이 한창일 때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미사일 시험발사를 일시 중지한다고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 개선이라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사일 모라토리엄만 지킬 의무는 없다는 얘기다.
"발사시기 임박했다" vs "한달 후일 수도 있고 1년 후일 수도 있다"
당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그 시기는 지난 주말이 될 것이라는 추정이 유력했었다. 그러나 주말을 넘기면서 "기상 조건이 뒷받침해주지 못했다"는 등의 해석이 나왔다. 'D-데이'는 지났지만 외신들은 북한이 발사체에 연료 주입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발사가 임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연료를 일단 주입하면 그 이전 단계로 되돌리기는 힘들기 때문에 다른 준비 단계와 달리 '연료 주입을 마쳤다'는 것은 발사가 임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아직까지는 연료 주입이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관련보고를 한 국가정보원 측은 발사대 주변에서 관측되는 연료통은 40개로 추진체의 연료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한 분량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기남 의원도 "현재 포착된 증거로 판단할 때는 (연료 주입을 끝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북한의 발사 실험이 임박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발사의 시기와 관련, <조선신보>는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고 있다. 이 신문은 "논리적으로 말하면 앞으로 언제든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은 한 달 후일 수도 있고 1년 후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발사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지도부라는 점에서 <조선신보>의 내용은 향후 그 시점이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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