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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모험'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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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북한의 '미사일 모험'은 성공할까?

'북한 미사일' 논란에 대한 전문가 시각

북한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 관련 보도들이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발사가 임박했다는 추정에서부터 발사시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제(MD)를 활용해 발사된 미사일을 요격시킬 가능성에 대한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1998년 8월 '광명성 1호(대포동 1호)' 발사를 떠올리며 미국과 일본을 비롯해 우리 정부까지 '초긴장' 상태다.
  
  당초 미국과 일본발 외신들은 북한이 지난 주말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일단 별다른 상황의 변화 없이 주말은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둘러싼 미·일과 북한 사이의 팽팽한 대립 국면은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북한이 정말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할까? 미국과 일본발로 쏟아져나오는 정보들이 사실이라고 가정한다면 북한은 왜 갑작스레 이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일까?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는 '미사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까?
  
  북한이 정말 '미사일 시험 발사' 강행할까?
  
  미국발로 전해지는 여러 정보들은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옛 대포동)의 미사일 발사기지에서 사거리 6700㎞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의 연료주입을 마쳤거나 주입 직전의 단계에 와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같은 사거리는 북한에서 미국의 알라스카에까지 이를 수 있는 성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난 주말 북한이 미사일 발사실험을 강행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왔지만 일단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됐던 'D-데이'는 지났지만 미·일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된 것은 아니라며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할 것인지 여부는 철저하게 북한 지도부의 결심에 달린 부분이어서 쉽게 예측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지, 아니면 (미국에 대한) 시위를 하고 끝낼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미사일 발사 강행으로 초래될 한반도 정세가 북한에 그다지 좋을 일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미사일을 발사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도 "현재까지는 미국이 촬영한 위성 사진을 놓고 해석하는 수준이어서 정확히 알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문가는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던 것처럼 가능성은 크다"고 설명했다.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결국 현재까지의 정보만으로 쉽게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강행 여부는 그로 인해 얻는 득실에 대한 철저한 계산에 따를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의도와 목적은 무엇일까?
  
  "美 '악의적 무시' 전략의 변화 유도가 목적"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설명이다.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을 비롯해 금융제재와 마약 등 불법활동에 대한 미국의 압박으로 북한은 현재 숨쉬기가 힘든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 북한으로서는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김근식 경남대 교수의 설명이다.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뉴욕을 방문해 미 재무부 관리들과 위폐 관련 회동을 가졌고 지난 4월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도 미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만나려 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더욱이 지난 1일 힐 차관보에게 평양에 한번 오라고 초청했지만 미국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김근식 교수는 "북한은 최대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으나 미국이 '무시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 난망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결국 미사일 발사 움직임은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는 부시 행정부에 위기 의식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목적이 깔려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북한 전문가도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관심을 끌어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압박 효과를 노렸을 것"이라며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최근 이란 핵 문제가 풀려가는 상황도 북한에 하나의 메시지를 줬을 것이라고 김근식 교수는 추정했다. 이란 핵을 둘러싼 최근 상황이 김 위원장에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지 않으면서 강경 일변도로 나가니 결국 미국이 대화에 나서더라'는 교훈을 줬을 수 있다는 것.
  
  더욱이 북한은 과거 이같은 강경 전략으로 협상 국면을 만들어냈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1998년 북한이 '광명성 1호'를 쏘아올렸을 때 클린턴 행정부는 페리 특사를 파견했으며 이는 결국 1999년 '페리 프로세스'에 이어 2000년 '북미 공동 코뮤니케'로 나아가는 북미간 직접 대화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김연철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1998년에 광명성 1호를 발사했을 때나 지난해 핵보유 선언과 같이 북한이 '벼랑끝 전술'을 사용했을 때 협상 국면이 조성됐던 과거의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라는 전술을 협상 국면으로의 전환을 위한 카드로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남북관계도 현재 북-미간 교착 상태를 탈피하는 데에 별다른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김근식 교수는 분석했다. 북한은 노무현 정권이 5.31 지방선거 이후 사실상 레임덕에 들어감으로써 남북관계가 현재의 장기 교착 상황의 돌파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은 접은 듯 하다는 얘기다. 결국 미사일 문제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킴으로써 위기감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정면돌파를 꾀하는 것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도라고 풀이해볼 수 있다.
  
  '미사일 카드'가 부시 대북강경정책의 변화 끌어낼까?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카드가 당장 미국의 대북 강경 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1998년과 많은 부분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무엇보다 1998년은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가 정권을 잡고 있었던 데 반해 지금은 그보다 더 강경한 부시 행정부가 미국을 움직이고 있다. 더욱이 일본도 더욱 강경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전현준 선임연구위원은 "1998년은 미국이 핵 문제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긴 했지만 지금처럼 경제제재까지 동원해 전방위적으로 북한을 옥죄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더욱이 9.11 이후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더욱 강경해진 것이 그 때와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전 연구위원은 "만약 북한이 실제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현재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1998년 당시는 핵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었던 것이지 미국이 대북 강경정책을 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현재 부시 행정부의 기조는 '대북 적대 정책'이라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차이"라고 설명했다.
  
  김근식 교수는 "앞으로의 정세는 부시 대통령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부시 행정부가 더욱 강한 압박으로 나설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현재는 '압박'과 '무시'가 공존하고 있다면 미사일 발사가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본격적인 제재로 갈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내 비판여론 고개 들 수도…중간선거 앞둔 부시에겐 압박 될 것"
  
  그러나 김근식 교수는 "현재 부시 행정부가 과연 위기를 더 고조시킬 여력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핵문제도 해결이 안 된 상황인 데에다가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로 국내를 비롯한 여론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더 '세게' 나오기는 힘든 것이 부시 행정부를 둘러싼 환경이라는 얘기다.
  
  그는 "위기가 고조되면 미국 내에서 더 이상 대북 무시 전략은 안되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했다. 당장 힐러리 클린턴 미 상원의원도 미사일 문제가 불거지자 특사 파견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오히려 위기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미국 내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위기 고조의 책임을 부시 행정부의 강경정책으로 돌리는 여론이 미국 내에서 힘을 받게 될 경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부시 행정부가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과의 직접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여기에 최근 급격하게 친밀해지고 있는 북중관계라는 변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6자회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막대해졌으며 그것은 분명 북한에 유리한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사일은 핵문제와 달라…시험발사 하더라도 제재 근거 없다"
  
  또 미사일 문제는 핵과 달라서 강력한 제재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이 문제를 회부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재 조치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안보리 제재는 국제법적으로 어렵다"며 "제재 조치의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핵 문제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제재의 근거와 수단이 존재하지만 미사일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CTR)가 있긴 하나 국제협약적 성격은 없다고 이 전문가는 설명했다.
  
  더욱이 지난 1998년과 같이 북한이 "미사일이 아니라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이라고 발표한다면 미국와 일본이 제재 조치를 취한다 하더라고 국제적 공조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김연철 교수도 "인공위성과 군사용 미사일은 사실 구분이 애매하다"며 미사일 문제는 핵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했다. 지난 1998년에도 미국은 '제재' 운운하며 펄쩍 뛰었으나 결국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을 발표하게 하는 데에 만족해야 했다.
  
  북한이 실제 미사일 발사까지 나아갈지, 위기를 고조시켜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머물지는 현재로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카드'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정세에 변화를 불러올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변화의 양상 또한 쉽사리 예측하기는 힘들다. 결국 김 위원장의 의도대로 북미간 직접대화의 돌파구 마련이라는 정세로 풀려나가게 될지, 부시 행정부의 더욱 강경한 대북 압박 정책의 정당화라는 악수로 작용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북한은 모험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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