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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의 전쟁' 스타트…사방이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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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의 전쟁' 스타트…사방이 '지뢰밭'

노선갈등-당청갈등-정계개편 '삼각 암초' 복판서 출항

우여곡절 끝에 김근태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열린우리당의 방향타를 쥐게 됐다. '만년 2등'의 꼬리표를 떼고 처음으로 '대장' 노릇을 하게 됐지만 김 위원장의 진로는 온통 지뢰밭이다.

모험보다는 '안정된 길'을 권하는 측근들도 있었지만 선거사상 최악의 대참패라는 성적표 앞에 안정된 길이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정동영 전 의장의 의장직 사퇴와 암중모색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처럼 김 의원 앞에 놓인 험로도 개인의 선택 영역이 아니었던 셈이다.

따라서 이제부터의 관건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누가 살아남아 대권경쟁 스타트 라인에 서느냐의 싸움.

"언젠가 정동영을 부르는 날이 다시 올 것"이라는 정 전 의장 측근들의 희망까지도 당분간 김 위원장의 진로에 덤으로 얹혀 있다. 막강한 '고건 외풍' 앞에 당력 회복 없이는 대권주자라는 간판도 무의미하다는 건 아주 간단한 공식이다. 당 재건의 키를 쥔 김 위원장의 행보가 그래서 주목된다.

노선 갈등 해법이 첫 시험대

적극적으로 보면 김 위원장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일단 조건이 마련됐다. 정동영 전 의장이 당의 안정적 수습을 당부한 이래 '김근태 비토론'을 적극적으로 제어해준 것은 당분간 '의도적인 흔들기'를 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대안 부재론에서 출발한 이상 김근태 체제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다른 세력들의 공감대도 높다. 게다가 김근태 체제에는 사상 초유의 전권이 부여됨으로써 역대 어느 당의장보다 강력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조건을 바탕으로 당 재건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경우 1~2% 대에 맴도는 개인 지지율 제고는 물론 리더십과 경쟁력을 갖춘 범여권 후보로 대중들에게 각인될 수 있다. 자연히 연말께부터 본격화될 정계개편에서 '김근태 정치'를 무기로 주도권 접수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재 김 비대위원장 주변에서는 연말까지 지지율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상정하고 있기도 하다.

이를 위해선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각종 정책에 대한 반성적 평가와 대안제시가 시급하다. 하지만 당장 비대위 구성 뒤로 넘긴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과 진단, 당의 진로 문제를 둘러싼 노선 갈등이 예고돼 있다.

무엇보다 당 재건의 기초가 되는 지지층 분석에서 첫 번째 싸움이 시작된다. 김 위원장을 여전히 '좌파'로 보는 당내 보수 성향의 중진을 비롯해 경제관료 출신, 일부 실용파들은 우리당의 지지기반 중 중산층이 대폭 한나라당으로 이탈한 점에 주목한다. 따라서 부동산 규제 완화, 재벌정책 완화 등 정책적 '우향우'를 지지기반 회복의 관건으로 본다. 나름대로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근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재야파와 개혁성향 의원들은 '말뿐인 개혁'에 대한 반성과 이에 따른 개혁 정체성 강화를 주문한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 원인을 개혁세력의 이탈이라고 확증할만한 근거가 다소 빈약해 보인다. 김 위원장의 정치 노선이 이런 주장에 근접해 있어 설득력과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실패하면 당 내분의 쳇바퀴만 돌리는 꼴이 될 수 있다.

아직은 노 대통령과 함께 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청와대 및 정부와의 관계설정 문제도 김 위원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김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싸고 '계급장 떼고 붙자'고 했던 경험이 있다. 당 복귀 직후에는 "경제관료들 중에 시장맹신주의자들이 있다"고 직격한 적도 있다. 적어도 경제정책에 있어서만큼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이에 따라 한미 FTA, 부동산 문제, 양극화 해법, 성장동력 회복, 복지정책 강화 등 민감한 이슈를 놓고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을 공산이 농후하다. 9월 정기국회를 전후해 당의 정책기조가 확연히 드러나겠지만 당장은 한미 FTA 연착륙에 다급한 청와대에 김근태 체제가 어떤 입장을 제시할지 주목된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한 '선거 책임론'도 당 내에선 부글부글 끓고 있다. "민심의 '흐름'을 수용하겠다", "한두 번 선거로 나라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이 민주주의는 아니다", "선거에서 진 것이 나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는 등 잇따른 노 대통령의 '마이웨이'성 발언으로 당 쪽의 불만은 더욱 고조돼 있다.

이런 당과 청와대 사이의 정서적, 정책적 갈등구조에 현존 권력과 미래 권력 사이의 쟁투성 문제까지 중첩될 경우 수습은커녕 여권 분열의 기폭제로 발전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현재 김 비대위원장으로서는 노 대통령과 갈라서는 시나리오는, 최소한 아직까지는 상정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비대위원장은 최소한 한미 FTA 문제에 대해서만은 청와대 측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고, 이를 계기로 당과 청와대 사이에 균열구조가 커져나갈 경우 그가 과연 어떤 입장을 취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정계개편 문제도 언제든 활화산 될 수 있어…그에겐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당장은 금기시 되고 있지만 우리당 진로의 분수령인 정계개편 문제도 김근태 체제가 피해갈 수 없는 암초다. 특히 노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지금과 달라질 경우 이 문제는 우회가 불가능한 거대한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당 내에선 고건 중심의 정계개편이 공공연하게 거론될 정도로 '고건 대안론'이 떠오르고 있다. 또한 일부 중진 의원은 "당을 떠날 사람은 떠나게 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당 해체론을 주장했다. 친노직계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는 개혁신당 창당설은 물론이고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지역주의 회귀'를 비판하며 통합론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구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모두 김근태식 통합론과는 마찰이 불가피한 구상들이다.

결국 당내 노선갈등, 청와대와의 관계설정 문제, 정계개편 등의 문제는 아주 작은 사안 하나만으로도 대형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폭탄인 셈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개인적인 대권 플랜과 당 재건의 내용을 맞춰야 하는 이중고도 있다.

비대위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년 초까지. 그러나 정치적 시간표는 이보다 훨씬 앞당겨져 있다. 김 위원장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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