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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김근태, '적대적 공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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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동영-김근태, '적대적 공생'?

의장직 '바통터치', 양강 구도 유지도 염두에 둔 듯

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의 당 의장직을 승계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폐허나 다름없는 집권여당의 향후 진로를 좌우할 일차적 분수령이기 때문이다.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지만, 중론은 의장직 승계 쪽으로 모아진다.
  
  그럼에도 김 최고위원은 여전히 "고민 중"이다. 정동영 의장이 지난 31일 밤 단독 회동을 통해 던진 '의장직 승계' 제안이 적지 않은 정치적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은 '의장직 승계' 의견이 많지만…
  
  김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 여부는 아직까지 '당 수습과 재건'이라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맴돈다. 김 최고위원의 한 측근은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최고위원직을 던지는 게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민심에 대한 도리"라면서도 "하지만 진정으로 책임지는 자세가 무엇이냐에 대한 다른 얘기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언의 무게감을 가진 중진들은 '승계'를 권한다. 문희상 유인태 의원 등은 이미 김 최고위원에게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후임 지도체제 문제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7일)를 통해 결정하기로 함으로써 중진들의 여론몰이는 더 바빠졌다.
  
  문 의원은 2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자중자애하고 단결해야 한다. 최악은 대통령에게 책임을 돌리고,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는 내부다툼"이라고 했다.
  
  원혜영 의원은 이날 '집권당의 책임'을 강조한 한 신문 칼럼을 의원들과 중앙위원들에게 돌렸다. 원 의원은 "반성은 나 자신에서 비롯한 것이어야 할 것"이라며 지도부 책임론에 따른 내부 균열을 우려하는 말도 곁들였다.
  
  하지만 중진들의 이런 견해는 선거가 끝나기 전부터 있었던 '당 수습론' 내지는 '지도부 방어론'의 연장선 상에 있다. 선거 당일 정동영 의장과의 회동 직전까지만 해도 김 최고위원이 "역사 앞에 중죄인이 된 것 같다.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 쪽에 무게를 뒀던 점에 미루어, 중진들의 의견이 김 최고위원의 '결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동영-김근태 굳건하게 연합하고 있다"
  
  결국 '동반사퇴' 의지가 강했던 김 최고위원이 본격적으로 의장직 승계 여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 것은 정 의장과의 31일 단독 회동이 계기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최고위원 측에 따르면 양측의 회동 시간은 15분 가량이었다고 한다. 정 의장은 이 자리에서 "모양새 좋은 (선거) 마무리"를 당부했다. 또한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해 의장직을 승계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런 요지의 말을 들은 뒤 김 최고위원은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당의 문제, 참여정부 전체의 문제인데, 정 의장이 혼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니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가타부타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정 의장 측은 "특별히 정치적인 얘기를 한 자리가 아니었다"며 "진지한 제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정 의장의 제안이 진지했기 때문에 김 최고위원도 무거운 책임감으로 숙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두 분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은 당을 대표하는 두 정치지도자의 당 복구를 위한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며 "두 분이 굳건하게 연합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적대적 공존 위한 '신사협정'?
  
  우 대변인의 말대로 양측의 회동이 일차적으로는 당의 '대주주'들 간의 당 수습을 위한 불가피한 타협의 의미로 풀이된다. 현실적인 대안 부재론 앞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지도부 회의에 앞서 두 대권주자 간의 담판 형식으로 당의 진로가 논의됨으로써 대권 경쟁자인 양측의 '적대적 공생기'가 시작된 것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 의장이 김 최고위원에게 던진 '의장직 승계' 카드를 대권경쟁의 조기화를 방지하고 현재의 당 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자는 '신사협정' 제안으로 보기도 한다. 당 수습과 재건이라는 불가역적 명분으로 정동영-김근태 간의 대권경쟁 양자구도를 유지하자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만약 지도부 총사퇴 후 비상대책위 체제가 꾸려질 경우에는 구심점을 상실한 당의 진로가 지극히 불투명해지는 게 사실이다. 조만간 전당대회도 다시 치를 수밖에 없어 두 세력이 양분하고 있는 당 구조가 크게 뒤틀리고, 그 과정에서 '제3의 주자'가 '정동영-김근태 불가론'을 형성하며 부각될 여지도 넓어진다. 양측 모두 대권주자로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정 의장에게는 김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가 당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선거패배 책임을 묻는 각종 화살이 날아오기 전에 의장직을 내던짐으로써 상처를 최소화하는 한편, 차분하게 대권 프로그램을 다듬으며 와신상담의 시간을 갖기 위해선 최선의 방안인 셈이다.
  
  김 최고위원으로서도 처음으로 맡는 당의 간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면 위기의 시기에 '살신성인'의 자세를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자신의 리더십과 대중성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받아도 문제이고 안 받아도 문제인 '쓴 잔'
  
  그러나 의장직을 승계할 경우 뒤따르는 위험요인이 만만치 않아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만류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이 아직까지는 걸림돌이다.
  
  김 최고위원이 넘어온 공을 만지작거리면서도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한 측근은 "당내의 복잡한 상황이 있고, 의장직을 수행할 환경도 녹록치 않아 개인 김근태가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까 고민중"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김 최고위원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는 '승계 반대론'들은 대개 이렇게 대별될 수 있다. 우선 스스로를 '죄인'으로 규정한 이상 '백의종군'이 가장 합당한 처신일 수밖에 없으며, 그렇게 할 때 비로소 향후의 기회도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지금 전면에 나설 경우 오히려 '민주개혁세력의 퇴장'을 주장하는 여론의 역풍에 김 최고위원 혼자서 정면으로 맞서는 모양새를 자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당의장 승계' 문제는 김 최고위원에게는 지방선거의 패배에 못지 않은 위기 요소다. 이 '쓴 잔'을 받아도 문제, 안 받아도 문제라는 얘기다. 안 받을 경우는 위에 언급한대로 앞으로 당내에서 '민주개혁세력의 대표주자'로서의 입지를 더 이상 주장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최고위원측의 고민과는 별개로 오는 7일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 만큼 이 문제는 그의 개인적 결단을 떠난 측면도 있다. 그 과정을 거쳐 결국 김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가 결정된다면 이는 정동영-김근태 간의 '적대적 공생'을 위한 신사협정의 체결을 의미한다고 해석될 소지가 크다.
  
  이번 주말을 거쳐 7일의 연석회의에 이르기까지 열린우리당과 김근태 최고위원의 고민이 어떤 경로를 잡아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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