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태 열린우리당 최고위원이 4일 비상대책위 구성이 불가피해진 후임 지도체제 문제와 관련해 "눈앞에 보이는 혼란을 방치하기보다 당이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고 질서 있게 새로운 길을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혀 주목된다.
비대위 역할론 적극수용 시사
김 최고위원은 배포한 개인성명을 통해 "그것이 설사 독배를 마시는 일이 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중진들과 정동영계, 재야파 일부에서 "김 최고위원이 비대위원장을 맡아 임시지도부를 이끌고 가야 한다"고 한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최고위원은 "당과 정부가 할 일은 오직 국민의 심판을 받드는 길밖에 없다. 국민 심판에 응답해 새로운 국정운영 방향을 제시하고 당정이 합심해 국민의 요구를 실천하는 길밖에 없다"며 "국민의 명령을 따라 죽도록 일하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을 다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어 "나는 지방선거 과정부터 정동영 의장과 내가 공동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 의장이 사퇴하면서 당의 극심한 혼란을 막아달라는 간곡한 요청을 받고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과 의견을 나눠봤지만 두 분의 생각을 바꿀 수 없었다"며 "그러나 나는 최종적으로 두 분의 동반사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각 계파 구심력 상실로 비대위 논의 예측불가능
김 최고위원의 이런 입장은 선거참패의 충격과 내부갈등까지 겹쳐 지도부마저 자동 붕괴한 당의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비대위 구성이 불가피해진 만큼 당을 수습하고 재건하는 임무가 맡겨진 임시지도체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더욱이 그가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의 동반사퇴 요구를 뿌리쳤다면서 "독배를 피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 최고위원이 "이제 모든 의사결정은 당의 공론에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대로, 일단 김한길 대표가 소집한 6일 저녁의 중진모임, 7일의 국회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 등이 '김근태 비대위원장' 체제의 순항 여부를 가를 고비가 될 전망이다.
중진들은 현실적인 대안부재론 속에 당의 구심점 노릇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로 김 최고위원을 지목하고 있고, 각 계파의 입장도 김 최고위원의 역할론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에게 동반사퇴를 촉구한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은 각각 "어느 한 계파가 비대위를 추진하는 것에는 회의적이다", "현 사태에 대해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데 지도부 중에서 한 사람이 다시 비대위를 맡는다는 것은 사리에 안 맞다"고 밝히는 등 '김근태 비대위 체제'에 대한 반대 입장이 만만치 않다. 대권주자인 김 최고위원이 내년 2~3월로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비대위 체제를 맡는 것은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재야파를 제외하고는 각 계파들이 구심력을 상실한 것도 비대위 논의의 예측 불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정동영계로 분류되는 김혁규, 조배숙 최고위원이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를 당부한 정 의장의 차기 지도부 구상을 거부하고 사퇴 고집을 꺾지 않은 점, 김두관 최고위원의 돌출행동으로 친노계 내부에서 분열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점 등도 그렇다.
이에 따라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김한길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 김원기 국회의장이나 조세형 고문 등 무계파 중진이 당을 이끄는 방안 등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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