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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급물살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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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구조조정, 급물살 탄다

교육부, 강력한 '대학 구조개혁 계획' 발표

대학 구조조정의 흐름이 급류를 탈 전망이다. 지난 3년 간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했던 국립대학의 학과 혹은 전공과정은 내년부터 교수를 새로 채용할 수 없다. 또 서로 다른 지역에 위치한 사립대학의 통폐합도 이제까지는 금지돼 왔지만 앞으로는 허용된다.
  
  교육부, 대학 구조조정에 팔 걷고 나서다
  
  교육부는 8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06년도 대학 구조개혁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것이 대학 구조조정이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대학의 정원미달 사태,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불균형 등이 그 배경이다.
  
  하지만 경제관료 출신의 교육부총리가 추진한 대학 구조조정 치고는 그 성과가 너무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는 주로 경제계에서 나온 목소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월 18일 발표한 '수요자 지향형 대학교육 개혁방안'을 통해 보다 적극적인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의 전공별 정원과 기업의 인력수요 사이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또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학 간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8일 교육부가 발표한 조치는 강도 높은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의 이날 발표에는 국립대와 사립대에 관한 내용이 모두 담겼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4일 노무현 대통령이 "중등교육에는 박수를, 대학교육에는 타박을 주자"라고 한 발언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립대, 입학정원 못 채운 학과에는 교수 신규채용 못해
  
  교육부는 우선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국립대에 대해 상당히 가혹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날 교육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년 간 계속 지원자가 정원보다 적었던 국립대의 모집단위(학과, 전공)는 내년도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줄어든 정원은 같은 대학 내의 '특성화 학과'에 배정된다. 특성화 학과는 정부가 지정한다. 또 정원미달 때문에 규모가 줄어든 학과는 퇴직 교수가 발생해도 새로 교수를 채용할 수 없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정부가 해당 대학의 전체 정원을 강제로 줄인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신입생의 지원이 저조한 학과는 폐지될 수밖에 없다. 교수를 새로 뽑을 수 없고, 입학정원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위태로워지는 것은 인문학과 자연과학 등 기초학문 분야다. 교육부는 기초학문 보호와 육성을 위한 별도의 조치를 마련하기로 했다. 정부가 지정한 지역별 거점 대학의 기초학문 분야 학과와 BK21 사업 수주 성과가 우수한 학과 등이 보호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사립대 통폐합의 장애물을 허물다
  
  교육부는 사립대학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의 통폐합이 쉽지 않았다. 다양한 규제 때문이었다. 이번 교육부의 조치는 이런 규제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많은 사립대학들이 서로 통합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불거진 가톨릭대와 서강대의 통합 논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번 교육부의 조치는 이같은 흐름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함께 교육부는 사립대에 대해서도 지원자가 적은 학과의 축소를 유도할 계획이다. 국립대와 달리 사립대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강제적인 수단을 쓸 수 없다. 대신 정부의 재정지원을 이용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만성적인 정원미달 학과의 입학정원을 줄이지 않고 그대로 놔두는 사립대학에 대해서는 정부의 각종 재정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주기로 결정했다.
  
  대학 구성원 간의 갈등, 학문 후속세대 양성 위기 극복이 과제
  
  현재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은 주로 대학 간의 통폐합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올해까지 국립대 간 통합은 10개 대학(전남대-여수대, 강원대-삼척대, 부산대-밀양대, 공주대-천안공대, 충주대-청주과학대)에서 진행 중이거나 이미 완료됐다. 또 사립대의 경우 8개 대학(가천의대-가천길대, 고려대-고려대 병설 보건대, 삼육대-삼육의명대, 동명정보대-동명대)에서 통합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번에 교육부가 발표한 조치는 대학 간 통폐합뿐 아니라 정원미달 학과의 축소 혹은 폐지 움직임도 가속화화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학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는 대학들은 심각한 학내 분규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4월 19일 고려대는 학내 분규를 주도한 학생들에게 출교 조치를 취했다. 출교 조치는 해당 학생의 학적을 말소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고려대가 학생들에게 너무 가혹한 징계를 취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당시의 학내 분규가 대학 통폐합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고려대의 학내 분규는 올해 초 고려대와 고려대 병설 보건대(이하 보건대)가 통합한 데서 유발된 것이다. 통합 후 고려대 측은 보건대 학생들의 총학생회 투표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일부 고려대 학생들이 보건대 학생들의 투표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려대의 출교 조치는 이 과정에서 보직 교수들과 충돌한 학생들에게 취해진 것이다.
  
  고려대의 사례는 대학 통폐합 과정에서 어떤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대학 통폐합의 결과로 지명도가 낮은 대학의 학생들이 소외되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단지 고려대만의 경우가 아니다. 밀양대와 통합한 부산대도 이와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그런데 8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로 대학 간 통폐합을 촉진하고, 지원자가 적은 학과를 폐지할 경우 이런 갈등이 더욱 많은 대학에서 재연될 수 있다. 대학 구성원 사이의 갈등을 평화롭게 해소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 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학과의 교수 신규채용을 중단하겠다는 정책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연구자들이 교수 임용 이외의 진로를 찾기 힘든 학문 분야는 타격을 받게 된다. 학문 후속세대의 보호와 육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로 떠오른다.
  
  이같은 과제들에 대해 교육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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