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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心은 한나라당에, 黨心은 민주ㆍ민노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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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心은 한나라당에, 黨心은 민주ㆍ민노당에

사학법 개재정 파동, 왜?…'개혁정체성' 갈등 재연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애당초 5.31 지방선거의 결과가 일차적 관심사가 아니었다. 노 대통령은 수차례 "대통령은 미래를 내다보면서 길게 보고 가는 자리"라며 "당장의 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왔었다.

그러다 보니 4월 국회의 '암초'인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여당과 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이 지난 주말 여야 원내대표들과 조찬간담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문제에 대해 "여당의 대승적 양보"를 주문한 것은 노 대통령의 이런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은 대통령의 요구를 단칼에 잘라버렸다. 우리당은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강금실 예비후보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거의 더블스코어로 뒤지는 등 전국적으로 풍전등화와 같은 상황이다 보니 '양보'를 생각할 수 있는 계제가 전혀 아니다.

청와대-여당, 사전 조율 없었나
▲ 노무현 대통령이 4월29일 여야 원내대표들과 조찬간담회에 앞서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는 대통령 요구에 여당이 '정면 반발' 하는 모양새를 지켜보면서 겉으로는 담담한 표정이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은 국정책임자로서 고심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당은 당의 입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청 분리' 원리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여당의 원내 전략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거나 지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와의 물밑 접촉도 아닌 '공개적인' 자리에서 여당의 양보를 주문한 것을 여당 역시 최고위원회의, 의원총회 등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거부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모양새였다. 아무리 대통령이 먼저 부주의하게 발언했다 하더라도 대통령과의 차별화 내지 '딴 배를 탈 수도 있음'을 전제로 한 항명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정황이었다.

특히 전날 갑작스럽게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조찬회동을 제안하면서도 청와대와 여당은 야당에 각자 다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눈여겨 볼만한 대목들이다.

지난달 29일 조찬에서 노 대통령은 사학법 재개정 문제 등과 관련해 여당의 양보를 주문하면서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할 수도 있다"며 "지금 생각해보니 힘만 가지고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노 대통령이 조찬회동에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게 '한나라당에게 양보하는 게 국정을 푸는 길이다, 식사하러 올 때 그런 생각을 안 했다면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말까지 했다"고 밝혔다. 김한길 원내대표 측도 "당청 간에 사전 조율이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당, 민주-민노당에 민생법안 처리 협조 요청

또 김한길 원내대표가 청와대 조찬회동을 전후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나 민생법안 처리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한 것도 청와대와 여당의 시각차를 극명히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청와대 조찬회동 일정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달 28일 밤 김한길 원대대표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만났다. 김 대표 측의 제안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하면서 "부동산 관련법, 주민소환제 등 민생법안 처리를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민생관련법안을 김원기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고 한다. 또 민주노동당에게 가장 중요한 비정규직법안 처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여당 입장에서는 우선순위에 있는 법안이 아니다"며 양보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이어 청와대 회동 다음날인 30일 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를 만나 5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 처리 과정에 민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결과적으로 부동산 대책 등 민생법안 처리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손을 내민 반면, 열린우리당은 민주당과 민주노동당과 손을 잡고 가겠다는 서로 다른 전략을 드러냈다.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다시 불거진 당.청 간 갈등은 지난해 7월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때 이후 반복돼 온 문제인 것이다. 즉, '개혁 정체성'을 둘러싼 대통령과 여당의 시각차다.

따라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해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짜고 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은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 '이중 플레이'라는 의혹은 이번 일을 통해 노 대통령은 여당에 치우치지 않는 '초당적 리더십'과 '안정적 국정운영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반면 여당은 '개혁 정체성'을 강조해 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 결집을 꾀할 수 있다는, 다시 말해 당-청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행보라는 시각을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호 신뢰를 크게 잃은 현재의 청와대와 여당 관계를 고려할 때 이런 정교한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되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지방선거 후 여권 개편의 전주곡…노 대통령 '레임덕' 시작?

그런 점에서 이번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둘러싼 여권의 혼선 양상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장 갈라서진 않아도 장차 '이혼' 수순을 밟아 갈 것임을 미리 보여주는 예고편의 성격이 짙다. 그렇게 될 경우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또 한 가지 결과는 노 대통령의 레임덕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여당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현실 정치에 옮길 수 있는 길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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