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9일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져 있는 국회 상황과 관련해 여당의 양보를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와 대통령 관저에서 조찬간담회를 갖고 "여당이 양보하면서 국정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행보가 필요한 때"라며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 문제를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여당이 한발 물러설 것을 주문한 것을 각 당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앞서 한나라당은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개방형 이사를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선임한다"로 규정을 바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주체를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고, 열린우리당은 "개방형 이사제는 사학법 개정의 핵심"이라며 한나라당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노대통령 "여당이 국정의 큰 틀에서 봐달라"
이날 조찬회동은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전날 오후 양당 원내대표들에게 전격 제안해 성사된 것이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 실장의 연락을 직접 받고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상의해 참석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이미 사학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해 모종의 '합의'가 있지 않았겠냐는 관측이 제기됐었다.
예상한 대로 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여당의 양보를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국정운영은 여야뿐 아니라 여당과 정부 사이에도 서로 주고 받는 일이 필요하다"며 "국정의 큰 틀에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회 구조상 다수결만으로는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의가 중요하고 핵심은 협상"이라고 현 여소야대 구조를 여당의 양보를 촉구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또 3.30 부동산 대책 관련 입법 문제에 대해 "최근 환율과 유가 요인이 겹쳐서 만약 부동산까지 기조가 흔들리면 경제가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양극화 해소에도 부동산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조찬간담회는 오전 7시에 시작해 한 1시간 5분간 진행됐으며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조찬간담회가 끝난 뒤 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관저 뒷산 산책로를 약 20분간 산책했으며, 노 대통령은 산책로 곳곳에 얽힌 사연을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소개해줬다고 정 대변인이 전했다.
여당 교육위원들 반발…민노당은 비정규직법 처리 여부에 촉각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주문을 여당이 수용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사학법 개정 문제는 열린우리당의 '개혁 정체성'과 연관된 문제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나 열린우리당 교육위원들은 한나라당의 개방형 이사제 완화 요구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완강한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이 끝까지 고집을 피울 경우, 김원기 의장이 3·30부동산 입법과 국제조세조정법,주민소환제법 등 정치적 논란이 없는 민생법안을 중심으로 직권상정하고 민주노동당의 협조를 얻어 통과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11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당의 입장을 정할 방침이다.
한편 민주노동당도 이날 조찬간담회 결과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민노당 입장에서는 이날 회담 결과가 비정규직법안 처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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