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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총리는 야당 맘에 쏙 드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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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임 총리는 야당 맘에 쏙 드는 사람으로"

[여야5당 청와대만찬] 노 대통령, 탈당요구는 거부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후임 총리 인선 문제에 대해 "야당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을 빨리 지명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열린우리당 김한길, 한나라당 이재오, 민주당 이낙연, 민주노동당 천영세, 국민중심당 정진석 등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만찬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이미 인선해 놓고 발표만 기다리는 듯"**

가장 관심을 모았던 후임 총리 인선 문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총리의 오랜 공백 사태는 국민들이 보기에 불안할 것"이라며 "국정공백이 없도록 빨리 총리 임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재오 대표는 "민생에 전념할 수 있는, 온화한, 덜 무서운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비정치인 총리를 주문했다. 이낙연 대표는 "덜 무서운 총리, 포근한 총리"를, 정진석 대표는 "정치적 중립성 강한 인물"을, 천영세 대표는 "양극화를 해결할 사람"을 각각 요구했다.

노 대통령은 한편 이해찬 전 총리를 '칼 총리'라고 하면서 "여러분에게 불편했을지 몰라도 대통령에게 편한 총리였다. 일 욕심 하나는 알아줄 만했다"고 극찬했다.

***'탈당' 요구에 노 대통령 "배신정치 될 우려 있다"**

노 대통령의 당적 정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노 대통령은 "형식적으로 당적을 버린다고 해봐야 그것은 위선적인 것"이라고 거부했다. 노 대통령은 "정당정치 현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당적 정리는) 배신정치나 위선정치가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다만 "나 때문에 당에서 피해를 입을 때는 당적을 정리하고 싶어서 정동영 의장과도 그런 얘기 나눈 적이 있었다"며 "청와대에서 잘못하면 여당의 지지도가 떨어지는데 그럴 바에야 서로 나눠서 책임을 지면 어떠냐는 말을 한 적도 있다"고 한때 탈당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낙연 대표는 "양극화 해소에 집중하겠다는 말씀이 공허하게 들리는데 대통령의 당적 이탈이 해법이 되지 않겠냐"고 당적 정리를 요구했다. 이 대표는 "깨끗한 정치, 탈권위 정치 등 의미 있는 진전에도 불구하고 선거에 관련된 집착으로 희석되는 부분이 있는데, 당적 이탈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중립 지킬 테니 코드인사 하도록 도와달라"**

노 대통령은 또한 인사와 관련해 야당 대표들이 '탕평인사'를 주문하자 "(국정운영) 지지도가 낮은데 서로 손발이 안 맞으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정치적 중립을 지킬테니 코드(인사)로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 외에 "현실적으로 야당이 법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국정운영이 어렵다"며 "그간 야당이 협조해줘서 법안들이 많이 통과된 것에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정치현실에서 대통령이 야당에 대해서 설득을 하면 마치 배신을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잘못된 점이 있다"며 "여당과 대통령의 관계도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이지 (서로) 장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미국이 FTA와 관련해 한국에 압력을 가한 부분은 없다"며 "새로운 경제시장을 향해 세계시장에 뻗어나가자는 관점에서 시작한 것"이라며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FTA 협상 경위를 보면 미국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 양심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면서 "일방적으로 미국의 계산대로만 되지는 않을 것이며 최대한 우리 이익을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국내 피해 계층이나 집단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책을 세우겠다"며 "우려도 있지만 우리 국민의 역량을 믿고 결단했고 앞으로 대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도 충분히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4월 임시국회에서 사법개혁안과 국방개혁안의 통과를 여야 대표들에게 당부했다.

***이낙연 "지나치게 진지해…농담도 별로 오가지 않았다"**

한편 이날 만찬에서 이재오 대표는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지역구를 가진 우리당 당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선거사범 단속에 형평성을 잃을 수 있고 여성 재소자 성추행 사건에도 책임이 있다"고 법무부 장관 교체를 촉구했다.

그는 또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관이나 공무원들의 사실상의 선거개입이 있는데, 이 점에 대해 대통령이 각별하게 신경을 써달라"고 주문했다. 이 대표는 이와 함께 "사학법 재개정에 노 대통령이 도와달라"고 주문했다.

천영세 대표는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비정규직 관련법에 대한 신중한 처리와 한미 FTA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고, 정진석 대표는 "한미 FTA는 반드시 가야 할 길이지만 농촌 문제에 대해선 각별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길 대표는 "비정규직 관련법은 10여 가지 쟁점 중 2가지를 남겨놓고 의견차이가 있다고 해서 통과시키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비정규 근로자들을 방기하는 결과가 되고 만다"고 반박했다.

이날 만찬회동에 대해 이재오 대표는 "전반적인 대화 속에서 든 느낌은 노 대통령 본인이 지지도가 많이 떨어진 것을 알고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치의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비상한 인식이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향후 정치적 현안에 대해 무리수를 두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회담 분위기에 대해선 원내대표들의 반응이 다소 엇갈렸다. 김한길, 이재오 대표는 "회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편안하게 진행됐다"고 했으나, 이낙연 대표는 "지나치게 진지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농담이 별로 오가지 않았다"며 "와인 한 잔을 받았는데 이를 모두 마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가벼운 얘기는 꽃 피면 부부동반으로 한 번 더 오라는 정도였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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