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수 이진영의 멋진 플레이가 결정적이었다." (한국 김인식 감독)
"우익수(이진영)의 호수비와 유격수(박진만)의 정확한 홈송구가 컸다." (일본 오 사다하루 감독)
5일 펼쳐진 한일 야구대결은 수비에 의해 승부가 갈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두 차례 결정적 호수비로 꺼져가던 불씨를 살려냈다. 이는 내외야의 짠물수비, 작전수행 능력과 함께 기동력을 앞세운 일본의 '스몰볼' 전략을 무색케 했다.
***한국의 빛나는 수비는 이승엽 결승포의 밑거름**
한국 팀의 빛나는 수비는 모두 4회말에 나왔다. 일본은 이와무라, 오가사와라의 연속안타로 무사 주자 1, 2루의 기회를 잡았다. 후속타자 사토자키의 희생번트로 상황이 1사 주자 2, 3루로 바뀌자 한국은 좌완투수 봉중근을 투입했다. 봉중근은 발빠른 왼손타자 가와사키를 내야 땅볼로 유도했고, 유격수 박진만은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정확한 홈송구로 3루 주자를 잡아냈다. 대만 전 마지막 순간 몸을 날리는 수비로 경기를 마감한 박진만이 또다시 수비에서 큰 몫을 한 셈이다.
하지만 후속타자 이치로가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일본의 기회는 계속됐다. 니시오카는 우익수 쪽으로 가는 3루타성 타구를 쳐냈지만 이진영의 다이빙 캐치에 타구가 잡히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망가야 할 상황에서 득점을 뽑지 못한 일본은 이때부터 심리적으로 쫓기기 시작했다. 상대 투수의 공을 최대한 오래 지켜보며 정확한 타격으로 안타를 만드는 정교한 플레이를 하던 일본이 조금씩 힘이 빠졌다.
7회말에도 일본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한국 덕아웃의 절묘한 투수교체 타이밍과 바뀐 투수 구대성의 활약 때문이다. 무사 1루 때 마운드의 오른 구대성의 첫 상대는 2번 타자 니시오카. 니시오카는 희생 번트로 어떻게든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2루)에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노련한 구대성은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며 희생 번트를 쉽게 내주지 않고, 삼진으로 니시오카를 돌려 세웠다.
일본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호치〉는 "일본이 7회말 결정적인 1점이 필요했을 때 니시오카가 희생 번트를 실패했다"며 일본의 빈틈 없는 작전 야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향후 30년 간 일본을 넘보지 못하게 하겠다"는 발언으로 한국을 자극했던 일본의 이치로는 경기 뒤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점수를 내야할 때 못 냈다. 한국 선수들은 반면 훌륭한 플레이로 점수를 잘 냈다"며 추가 득점에 실패한 순간을 크게 아쉬워 했다.
결국 4회 두 차례의 호수비와 7회 구대성의 노련한 투구는 8회 이승엽이 결승 투런 홈런을 터뜨리는 밑거름이 됐다.
***고개숙인 일본야구의 두 영웅**
5일 한일 전이 펼쳐진 도쿄돔은 일본 프로야구의 상징이다. 도쿄돔의 1루 출입구에는 '오 게이트', 3루 출입구에는 '나가시마 게이트'라는 표시가 있다. 도쿄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전설적인 스타 오 사다하루(1루수)와 나가시마 시게오(3루수)를 영원히 기념하기 위한 배려다.
오 사다하루는 일본 팀의 감독이었고, 아테네 올림픽 때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나가시마 시게오는 관중석에서 한일 전을 지켜봤다. 일본 야구의 두 영웅이 이 경기를 주시한 상황에서 한국이 아시아 최강인 일본 야구의 콧대를 꺾은 것은 뜻깊은 일이다. 그것도 지금까지 일본이 스스로 한 수 위라고 호언장담하던 수비에서 한국이 앞섰다는 점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한국과 일본은 오는 16일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에서 펼쳐지는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2라운드에서 다시 맞붙는다. 특히 일본은 5일 경기에서 부상으로 등판하지 못한 '한국 킬러' 와다 쓰요시의 등판이 예상돼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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