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만과의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세이브를 따낸 박찬호(샌디에고 파드리스)가 일본 전(5일)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박찬호는 4일 〈샌디에고 유니온트리뷴〉을 통해 "(일제 강점기는) 얼마나 처절한 역사였는가. 내 할아버지는 일본과 경기를 할 때 마다 승리하기를 원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지금은 과거와 다르다. 한일 관계도 좋아지기를 바란다. 일본과 경기를 할 때 이기길 원하는 것은 과거사 때문이 아니라 경쟁심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박찬호는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야구에 대해서도 한 마디 했다. "몇 년 전 나는 중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지켜봤지만 그저 고등학교 야구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TV를 통해 본 중국 야구는 메이저리그를 자주 봐서인지 파워가 몰라보게 향상됐다."
박찬호는 대만 전에서 최고 시속 147 Km의 강속구로 3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하며 해외파 투수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박찬호는 이 경기에서 37개의 투구수를 기록해 4일 중국 전에는 등판할 수 없지만 5일 일본 전에는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한 경기에서 30개 이상 투구 시 이틀 연속 마운드에 오를 수 없다'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투구수 제한 규정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 통산 106승을 올린 박찬호는 지난달 28일 도쿄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이치로는 나의 라이벌이다. 그는 매우 뛰어나다. 메이저리그가 아닌 곳에서 (나와 이치로가) 각자의 나라를 대표해 싸우게 된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라고 밝혔다. 박찬호가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리거 이치로와의 투타 대결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의미다.
이치로는 박찬호의 발언에 앞서 "한국과 대만이 향후 30년 동안 일본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들겠다"며 한국 선수들의 일본 전에 대한 승부욕을 부추겼다.
일본 전에는 서재응을 제외한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등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여기에 아마추어 시절부터 '일본 킬러'로 각인돼 있는 '범해외파' 구대성도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대만 전에서도 날카로운 제구력과 특유의 두둑한 배짱을 마운드에서 선보인 구대성은 지난 1일 뉴욕 메츠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미국의 스포츠전문 채널 〈ESPN〉과 일본 대표팀의 오 사다하루(王貞治) 감독은 한결같이 "한국팀의 해외파 마운드가 뛰어나다"는 의견을 냈다. 팽팽한 투수전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큰 일본과의 경기에서 박찬호를 포함한 전,현직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손끝에 한국 야구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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