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11월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예선에 나섰던 한국은 일본의 삿포로돔에서 대만에 치욕적인 역전패를 당했다. 하지만 3년 뒤 한국은 국가 차원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대만 야구에 깨끗이 설욕했다.
한국은 3일 도쿄돔에서 벌어진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박찬호, 서재응 등 해외파 마운드를 앞세워 대만을 2대0으로 제압했다.
각각 서재응과 린잉위를 선발로 내세운 한국과 대만은 3회까지 0대0의 접전 양상을 이어 갔다. 하지만 4회초 한국은 홍성흔의 좌익선상을 타고 가는 2루타로 선취점을 뽑았다. 5회초에도 한국팀의 주장인 이종범은 좌익수 쪽 펜스를 맞추는 통렬한 1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한국은 6회말 위기를 맞았다. 1사 2루 상황에서 한국의 김인식 감독은 잠수함 투수 김병현을 내리고 한,미,일 3국의 프로야구를 경험한 백전노장 구대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구대성은 후속타자 린웨이추의 공을 잡았지만 2루 송구가 늦어 상황은 1사 1,2루로 바뀌었다. 하지만 구대성은 정교한 제구력으로 후속타자들을 각각 내야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했다. 특히 상대 타자의 의표를 찌르는 바깥쪽 승부구는 효과적이었다.
7회말 구대성에 이어 마운드를 이어 받은 박찬호는 시속 146 Km의 강속구와 체인지업으로 대만 타선을 꽁꽁 틀어 막았다. 단 10번의 투구로 7회를 마무리한 박찬호는 8회에도 자신감 넘치는 투구를 보였다.
이종범은 대만 전에 앞서 대표팀 선수들에게 "9회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라는 말을 했다. 3년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뼈아픈 동점을 허용한 것도 9회말이었기 때문. 한국은 당시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결승타를 맞았다.
이종범의 말처럼 한국은 9회말 위기를 맞았다. 잘 던지던 박찬호가 선두타자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박찬호는 후속타자 두 명을 각각 3루 땅볼과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하지만 대만의 후친룽이 투수 키를 넘기는 내야안타를 만들어 냈다. 국내 최고의 유격수 박진만도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공시간이 긴 타구였다.
마지막 기회를 잡은 대만은 대타로 찬치야오를 내세웠다. 찬치야오는 박찬호의 공을 잘 받아쳤다. 하지만 유격수 박진만이 몸을 날리며 이를 막아냈고, 2루에 재빠르게 토스했다. 아찔한 순간이었지만 박진만의 결정적 호수비가 한국을 살려낸 셈이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사실상 2006 월드베이스볼클래식 8강행을 결정지었다. 한국은 4일 최약체인 중국만 제압하면 8강에 진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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