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팔레스타인에 1억2천만 유로 지원

이스라엘 반발…하마스, 조건 없으면 환영

유럽연합(EU)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1억2000만 유로(1억42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 지원금은 하마스 정권이 출범하기 전에 에너지 지원 등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EU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으며, 하마스는 환영 의사를 밝혔다.

***EU "하마스 정권 출범 이전 지원하는 것…인도적 목적으로 사용"**

EU의 베니타 페레로-발트너 대외관계 집행위원은 이같은 지원방침을 밝히고 이 지원은 무하마드 압바스와 현 임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U의 재정 지원은 하마스가 압승을 거둔 지난 1월 총선 이후 처음이다.

지원금 1억2000만 유로는 △유엔을 통한 팔레스타인 빈곤층 지원에 6400만 유로 △팔레스타인 정부 관리의 월급에 2000만 유로 △전기나 다른 에너지 비용에 4000만 유로가 각각 책정됐다.

EU측은 이 지원금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발트너 집행위원은 하마스 정권 이후의 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향후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모호한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반(反)이스라엘 무장 투쟁을 주도해 온 하마스가 많은 이들에게 테러조직으로 인식돼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EU가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는 비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EU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하마스의 총선 승리 이후 팔레스타인 자금 지원 중단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스라엘도 매달 팔레스타인으로 이체하던 돈을 중단한 바 있다. 이같은 움직임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파산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서방국가들의 중동 특사를 맡고 있는 제임스 울펜슨 전 세계은행 총재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대한 세수지원을 중단해 향후 2주내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파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도적 목적으로만 쓰일 것 어떻게 확신하나"**

하마스 지원이 아니라는 EU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EU의 이번 지원은 "시점도, 경로도 좋지 않은 잘못된 결정"이라 비난했다. 그는 "몇 주 후면 하마스 정권이 출범할 것"이라며 "유럽인들은 이 돈이 단지 인도적 목적으로만 쓰일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는가"라고 말했다.

미국도 일단 환영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이 돈의 쓰임에 대해 좀 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마스는 EU의 결정에 환영의사를 밝혔다. 하마스 대변인은 "(자금 지원이) 다른 조건을 내걸거나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권리와 교환하고자 하지 않는 한" 한 단계 옳은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러시아 통신사 〈이타르타스〉와 〈BBC〉등 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 지도부가 새달 3일 모스크바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이타르타스〉는 27일 미하일 카미닌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지만 구체적인 방문 일정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26일에는 알렉산드르 칼루긴 러시아 중동담당 특사가 양국의 이번 회담에서 하마스의 무력 사용 억제, 이스라엘에 대한 승인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서구의 반발을 인식한 듯 하마스 대표단을 직접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러시아의 하마스 지도부 초청은 중동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