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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던 신당, '포기 선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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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던 신당, '포기 선언'만 남았다

<정세분석> 정몽준 창당 강행 여부로 관심 이동

민주당의 신당 추진이 사실상 포기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8.8 재보선 참패 직후부터 신당 창당을 공론화했으나 내부 분란으로 신당추진위 구성조차 늦어졌고, 이렇다 할 외부인사 영입 실적은 전무하다. 급기야 신당추진위원장의 입에서 '추진위 해산'이란 단어까지 터져 나왔다.

김영배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9월 15일까지 지켜보고 어렵다고 판단되면 추진위를 해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상 대선후보 등록 2개월전(9월 27일)에 선대위를 구성키로 돼 있으므로, 그 전에 안되면 (신당추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그러나 추진 불가능 선언을 하면 일부에서 당을 나가려 하는 등 내부에 혼란이 올 것 같아 수습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내심 '신당 포기'를 결정해 두고, 수습책 강구에 착수했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지리멸렬 끝에 포기 선언만 남겨둔 민주당의 신당 추진**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민주당이 처한 딱한 처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8.8 재보선 직후만 해도 정몽준 이한동 박근혜 김종필 등 당외 인사와 이인제 의원 등 당내 반노(反盧)세력까지 다양한 구상이 제기됐다.

그러나 신당 추진의 확고한 중심이 없었고, 외부인사와의 공식적 영입 접촉도 극히 최근에야 이뤄지기 시작했다. 실적은 전무하다.

영입의 핵심이라 할 정몽준 의원은 독자신당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김영배 위원장도 정 의원 합류 가능성에 대해 "30대 70 정도로 좀 어려운 편"이라고 인정했다.

박근혜 의원은 "노무현 후보와는 함께 안 한다"며 여러 차례 공언한 상태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도 "다음 달 말부터 움직이겠다"며 신당 합류 거부의사를 피력했다.

이한동 전 총리만이 "백지신당이 돼야 한다"며 원칙적 동참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민주당조차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눈치다.

이같은 대선주자급뿐 아니라 여타 인사 영입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 대선주자들이 모두 신당을 외면하고 있는 데다 정국이 너무 유동적이어서 만난 사람들마다 모두 고개를 젓더라", "언론계와 전직 관료들을 접촉했는데 우리 당 사정이 좋지 않은 탓인지 모두 신중하고 불투명한 반응들 뿐" 등의 이야기만 흘러 나오고 있다.

***당 대표 교체 정도의 신당, '하나 마나'**

정몽준 의원 등 대선주자급 영입이 무산된다면 사실상 민주당의 신당 추진은 '하나 마나'라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 경우 신당의 대통령후보는 노무현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 없다.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은 당 대표 등 지도부 뿐이다. 지도부 교체와 외부 수혈로 소위 '신장개업'하는 것이다.

예컨대 한화갑 대표 등 호남에 뿌리를 둔 동교동계 지도부가 퇴진하고 당내 개혁세력과 외부 영입인사로 새 지도부를 구축해서 '탈DJ'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꺼진 '노풍'을 재점화시킬 만큼 위력적인 외부 인사 영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또 "총선을 앞둔 시점도 아닌데 지금의 민주당에 합류하려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느냐"는 비관적 전망이 훨씬 우세하다.

그렇다면 애써 신당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식의 비아냥만 살 뿐인 신당이라면 아예 중간에 포기하고, 노 후보를 중심으로 한 선대위체제로 조기에 전환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김영배 위원장이 9월 15일로 시한을 못박고, '신당추진위 해산'을 언급한 배경이다.

***정몽준 창당 강행 여부에 관심 몰려**

9월15일까지 극적인 변화가 벌어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따라서 포기선언만 나오지 않았을 뿐, 민주당 신당 추진은 이미 무산됐다는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제 정가의 관심은 정몽준 의원의 독자신당이 과연 위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냐로 모아진다. 정 의원은 "원내교섭단체는 될 수 있다"고 말해 왔다. 20명을 끌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보다 유력하다.

민주당의 신당 창당이 무산될 경우 탈당 가능성 제1호는 이인제 의원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몽골과 러시아 방문차 이미 출국했다. 9월 10일경 귀국 예정이다. 이를 두고 "자신의 뜻대로 풀리지 않는 정치권을 피한 것"이라는 해석이 그럴 듯해 보인다.

이 의원이 설령 탈당한다 해도 함께 갈 의원은 3-4명에 불과할 것이란 당내외 관측을 고려할 때 민주당에서 정몽준 당으로 몸을 옮길 의원은 몇 되지 않을 듯하다.

정 의원은 또 간간이 한나라당을 언급하면서 일종의 '추파'를 던져왔다. 하지만 '병풍'이 이회창 후보에게 결정타를 먹이지 않는 한 한나라당을 이탈할 의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병풍'은 이미 어느 한쪽에게도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는 '진흙탕 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더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정몽준 의원이 예고대로 출마선언과 독자 창당 수순을 밟을 것인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그가 실제 창당에 나선다면 대선구도는 '막판 타협'의 여지만 남겨둔 채 3자구도로 정립될 것이다.

이제 정 의원도 계속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결정을 늦추고 시간만 끌기는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그가 예고한 9월 10일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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