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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궁에 빠진 노대통령의 '미래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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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미궁에 빠진 노대통령의 '미래구상'

[기자의 눈] "대통령이 답 내놓는다고 현실 되던가"

"결국 증세(增稅)가 아니냐?"

"증세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일자리 대책, 사회안전망 구축, 미래대책을 제대로 해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고 화두를 던져 촉발된 '증세 논란'이 최근 전개되는 양상은 마치 '스무고개' 놀이 같다.

노 대통령은 25일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통해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당장 증세(增稅)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언론과 정치권에서 제기한 증세 논란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정략적 공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증세가 아닌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모든 대답을 먼저 내놓고 가는 것만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아니다"며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겼다.

***"국민이 반대하는 일 할 만큼 용기 있지 않다"**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 이후 불거진 증세 논란에 대해 청와대는 불만을 제기해 왔지만 증세 논란은 노 대통령 스스로가 촉발시킨 측면이 크다.

'미래구상'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처음으로 밝힌 지난해 10월 출입기자단과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캐나다 멀로니 전 수상 얘기를 꺼냈다. 멀로니 수상이 지난 1991년 캐나다의 만성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연방부가세를 도입한 것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멀로니 수상은 (연방부가세 도입으로 총선에서 패해) 결과적으로 당을 몰락시켰지만 캐나다를 구했다"고 높이 평가했었다.

또 노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정부는 이미 톱다운 예산을 도입해 예산절약과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탈세를 막기 위해 거래의 투명성을 높여가고 있지만 이런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곧 증세가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던 것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날 "국민이 반대하는 일을 대통령이 무리하게 하려고 한다면 어리석은 일이 될 것이며 저는 그런 어리석은 일을 할만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며 증세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캐나다 멀로니 수상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누가 소신있는 정치인이냐"를 물었던 것을 떠올리면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최근 수 개월 사이에 노 대통령이 언명했던 내용들을 한 줄에 꿰어붙여놓고 볼 때 앞뒤의 짝이 잘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대통령이 답 내놓는다고 현실 되던가"**

또 노 대통령은 이날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마련과 관련해 다른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왜 답을 내놓지 않고 논쟁을 촉발했냐"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더라도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다"며 "오히려 대통령이 주장하면 바로 태도가 바뀌고 정치적 공격의 빌미가 된 일도 한둘이 아니다"고 항변했다.

노 대통령은 "모든 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답을 먼저 내놓아야 된다는 생각은 반드시 옳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대통령이 말한다고 해서 그게 다 책임있는 일이 되고 그게 현실적인 일이 됐는가"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국민연금을 둘러싼 논란을 예로 들면서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모든 대답을 먼저 내놓고 가는 것만이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법이 아니다"고도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원 확보 문제에 대해 "대통령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라며 "대통령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은 국민 여러분께 상의드리는 것이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사회적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노대통령, 한나라당으로 화살 돌렸지만 한나라은 "환영"**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오히려 지금은 증세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감세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 봐야 할 때"라면서 여론의 관심을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 쪽으로 돌리려 했다.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기초연금을 주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감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돈 쓸 일은 끝없이 내놓으면서도 세금을 깎자는 주장의 타당성과 책임성을 따져보지 않으면 그나마 어렵게 꾸려가고 있는 지금의 우리 재정마저 위태롭게 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계진 한나라당 대변인은 "다행스러운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신년 연설에서 밝힌 증세 입장을 일주일 만에 물러섰다는 점"이라면서 "야당이 주장했던 감세정책에 대해 타당성을 따져보자는 것은 오히려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동당 심상정 원내부대표는 "부유층에 대한 증세론을 이야기 할 때인데 감세 부당론을 말함으로써 사회적 논쟁 구조를 후퇴시켰다"며 "오늘 대책이라고 말한 세원 발굴, 고소득자 탈루 방지 등은 양극화를 위한 재원 마련이 아니더라도 조세정의 차원에서 평소에 시행해야 하는 것들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이쯤 되면 노 대통령이 지난해 말부터 예고해 온 내용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정말 아리송해진다. 노 대통령은 당초 2월 말 취임 3주년을 맞아 '미래구상'을 내놓겠다고 예고했던 것도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기한 연기했다. 일각에선 5.31 지방선를 감안할 때 '미래구상' 발표가 그 이후로 미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들을 '스무고개'로 끌고가면서 역설적이게도 노 대통령이 그토록 좋아한다는 건강한 토론과 합리적인 대화를 저해하는 현재의 정치 담론구도가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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