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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은 신중해진 것일까, 소심해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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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은 신중해진 것일까, 소심해진 것일까?

〈기자의 눈〉'사회적 책임론' 제기한 대통령의 책임

노무현 대통령은 18일 신년연설에서 "양극화를 비롯해 우리가 부닥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미래의 도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생각과 행동이 달라져야 한다"며 '사회적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사회적 책임론'을 제기한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에 정작 양극화 해소를 위한 '책임 있는' 정책 대안이나 방향 제시는 빠져 있었다.

청와대는 또 19일 이날 신년연설에서 제시한 문제의식의 완결판 격인 노 대통령의 '미래구상'을 발표하는 시기를 연기했다. 노 대통령은 당초 취임 3주년인 2월 25일께 우리 사회의 나아갈 방향과 이를 위한 정책 대안 등을 제시한 '미래구상'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사회적 책임론'은 책임회피용?**

이번 신년연설에서 '사회적 책임론'을 제기한 노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대략 이렇게 설명될 수 있다.

사회적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지 않으면 미래 사회의 위기가 올 수 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가 그동안 열심히 일했지만 결정적으로 이해 갈등 문제에 부딪쳤다. 이런 갈등의 문제는 대통령이 풀 수 없으며, 자신의 주장과 이익만을 관철하려는 무책임한 주장과 비판으로 오히려 갈등이 조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책임 있게 생각하고 책임 있게 행동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며 이해 갈등 조정의 책임 소재를 사회의 문제로 돌렸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갖는다 해도 이해 갈등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한 사회 내에 존재할 수밖에 없고 이런 갈등을 수렴.조정하는 것은 결국 정부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이해 갈등을 공익적 차원에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조정하라는 것이 국민들이 정부에 행정 권력을 맡긴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차원에서 노 대통령의 '사회적 책임론'은 정부의 역할을 스스로 축소하거나 방기한 측면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노 대통령의 이번 신년연설은 양극화에 대한 인식이나 해소 방안에 있어 진전된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그래프와 도표를 동원하면서 양극화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지만 정작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는 원론적 수준의 얘기만 늘어놓았을 뿐이다. 정책 대안 측면에선 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취임사와 다를 게 없었다"고 평가했던 2005년 신년사에서 한 발도 나아간 게 없었다.

김윤철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은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면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무엇을 할 것인지, 또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우선순위라도 보여줬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김 실장은 "이해 갈등 구조가 존재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가가 정책적 방향과 우선순위를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논의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현 정부가 '이해 갈등 조정자'로서 지나치게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극화 해소', 지지자 결집 수단에 불과한 것인가?**

따라서 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가든 별 상관이 없는 것처럼 "일단 사회적 논란을 지켜보겠다"는 정부의 소극적 태도는 "과연 양극화 해소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바로 그런 틈새에 '양극화 해소를 지지세력 재결집을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들고 나온 게 아니냐'는 야당 측의 지적도 비빌 언덕이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19일 당초 2월 25일께 하기로 한 '미래구상' 발표를 무기한 연기하면서 이 같은 의구심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청와대의 이런 결정은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찬반 입장이 뚜렷하게 갈려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뒤로 미루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노대통령, 신중해진 것일까, 소심해진 것일까?**

오는 25일 신년기자회견, 2월 25일 취임 3주년 기념행사 등 노 대통령이 입장을 밝힐 기회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은 아직은 성급하다고 할 수 있다.

청와대는 19일 "노 대통령이 양극화에 대한 의제를 던졌고 이에 대한 각계의 검토와 논의가 하나하나 다져지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나가는 게 좋겠다"며 차근차근 순서를 밟아가려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할 때 '결론'부터 제시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실패했다면 이번엔 '문제제기'부터 하나하나 꺼내 놓겠다는 것이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도 "대연정 등 그간 대통령이 의제를 제시해서 논란만 일으키고 실행되지 않은 것이 많았다"며 "문제가 심각하다고 무조건 급하게 갈 수는 없고 노 대통령의 이런 문제제기 방식이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려는 신중한 태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그러나 "이런 평가는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기업, 노조, 정당 등 각 주체의 이해를 조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아나갈 것인지 로드맵을 갖고 있다는 점이 전제돼야만 성립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신년연설에서 '양극화 해소'의 구호를 들고 나온 노 대통령은 신중해진 것인가, 아니면 소심해진 것인가? 이에 대한 판단은 앞으로 '이해·갈등 조정자'로서의 정부 역할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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