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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대표팀'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빙상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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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대표팀'을 방치하는 무책임한 빙상연맹

[프레시안 스포츠]伊 현지서도 '따로 훈련' 할 듯

현재 한국의 쇼트트랙 대표팀은 사실상 두 개로 철저하게 분리돼 있다. 여자팀의 박세우 코치는 남자선수인 안현수까지 데리고 훈련하고 있고, 남자팀의 송재근 코치는 진선유, 변천사 등 여자선수 2명과 함께 훈련하고 있는 것이다. 오랫동안 계속돼 온 파벌 간 반목을 대한빙상경기연맹(빙상연맹)이 방치했기 때문에 생겨난 결과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이같은 비정상적인 훈련은 다음달 동계올림픽이 펼쳐지는 토리노에서도 계속될 전망이어서 우려를 낳고 있다.

〈프레시안〉이 입수한 빙상연맹의 현지 훈련계획안에 따르면 박세우 코치 팀과 송재근 코치 팀은 2일 토리노로 같이 떠나긴 하지만 서로 같이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적다.

송재근 코치 팀은 4일 토리노에서 아오스타로 옮기고 박세우 코치 팀은 다음날 아오스타로 출발한다. 송재근 코치 팀은 6일 다시 토리노로 이동해 훈련을 하게 되고, 박세우 코치 팀은 9일에 토리노로 옮긴다. 되도록이면 송재근 코치 팀과 박세우 코치 팀이 같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연맹의 노력(?)이 여실히 느껴지는 대목이다.

빙상연맹은 "현지 훈련계획은 미정이며 정상적인 대표팀의 훈련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계획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쇼트트랙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시각이다.

태릉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쇼트트랙 대표팀에는 행정(비디오 분석 포함)을 담당하는 코치가 있지만 외부 코치가 선수촌에 들어와 자신이 믿는 한쪽 팀의 비디오 촬영 및 분석을 해주고 있기도 하다. 빙상연맹의 고위 관계자는 "동계 올림픽까지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일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에 이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연히 비디오 분석을 할 수 있는 대표팀의 코치가 따로 있는 상황에서 외부 코치를 쓴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파벌 간의 갈등을 제어하고 중재해야 할 빙상연맹이 오히려 이를 눈 감아주는 것은 물론 부추기고 있는 격이다.

선수 엔트리 결정 문제도 그렇다. 남자팀의 엔트리는 남자팀 코치가, 여자팀의 엔트리는 여자팀 코치가 최종 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 하지만 쇼트트랙 대표팀이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 아니라 오해의 소지가 다분하다. 다른 남자선수들이나 여자선수들과 떨어져 훈련을 받는 일부의 남녀 선수는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어른들의 싸움에 올림픽을 위해 피땀 흘려온 애꿎은 어린 선수들만 희생양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구심을 없애기 위해서는 토리노로 떠나기 전에 각 종목별로 선수들 간의 기록 비교가 절실하다. 남녀 팀 코치가 동계올림픽에서의 선수 기용과 전략의 기본 틀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선수들의 기량을 정확히 분석한 뒤 현지에 가서 이상징후를 보였을 때 다른 선수로 교체해야 잡음이 없다. 하지만 빙상연맹은 선수들 간의 기록 비교를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저 두 팀의 코치들이 원만한 합의를 통해 엔트리가 발표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뒤 쇼트트랙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게 빙상연맹의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쇼트트랙 대표팀은 단결된 모습이 나타날 수 없는 구조다. 자칫하면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은 한국 팀의 전체 성적보다 박세우 코치가 지도했던 선수들과 송재근 코치가 지도했던 선수들 간의 대결 구도로 점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사건건 갈등을 반복했던 두 파벌 간의 싸움이 밖으로 새 나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늘 '시간이 약이겠지'라는 자세로 일관했던 무책임한 빙상연맹이 가져 온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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