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 대통령으로부터 한방 세게 얻어맞았다. 한물 간 미국 전투기를 강매하려다가 폴란드 대통령이 "정치적 압력에 굴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즉각 거부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미 전투기 강매에 재미를 본 부시가 다른 나라에게 이를 되풀이하려다가 국제적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아울러 폴란드 정부처럼 주체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하지 못한 우리 정부의 외교자세도 함께 망신을 당한 셈이라 하겠다.
***부시의 노골적인 미 전투기 구매 강매**
부시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알렉산드르 크바니에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워싱턴에서 가진 폴란드기자들과의 간담회 도중에 폴란드 공군의 전투기교체사업에 경합중인 미국 록히드 마틴사의 F-16 전투기를 구매해 줄 것을 공개리에 요구했다.
부시는 간담회 도중 폴란드의 공군 현대화사업을 화제로 삼으며 "우리는 폴란드 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기종을 선택하기를 바란다"며 "우리는 F-16이라 불리는 굉장한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노골적인 F-16 구매압력에 다름 아니었다. 폴란드는 오는 11월12일 최종입찰을 거쳐 연말까지 미그-21 전투기를 대신할 다목적 전투기 48대를 선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전투기 수주전에는 현재 미국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F-16를 위시해 프랑스 다쏘사의 미라지 2000-Ⅴ, 스웨덴·영국 합작사인 BAE시스템-사브의 그리펜 JAS-39기 등이 경합중이다. F-16은 미국 공군 외에도 한국과 이스라엘 등에서 공군의 주력기로 운용되고 있으나, 엔진이 하나만 장착된 까닭에 전투나 사고시에 조종사의 낮은 생존률이 결함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는 문제기종이다.
부시는 폴란드가 미 전투기를 사줄 경우 반대급부도 함께 제시했다.부시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행동계획의 요구사항을 충족한다면 새 회원국의 가입에 대해 미국은 전향적 입장"이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F-16을 사주면 폴란드의 NATO 가입을 지원사격하겠다는 제안에 다름아니었다.
***폴란드 대통령, "미국의 정치적 주장이 영향 미치지 못할 것"**
이 소식을 접한 크바니에프스키 대통령은 그러나 같은 날 폴란드 언론과의 기자회견에서 "현재 진행중인 신형 전투기 선정에 정치적 주장이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는 "소련제 MIG-21기를 대체할 다목적 전투기 48대 선정 작업에 미국등으로부터의 정치적 주장이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며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해 이를 분명히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크바니에프스키 대통령은 "다음주 워싱턴을 방문하는 목적의 하나가 전투기 선정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점을 미국에 알리는 것"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 마디로 말해 부시의 공개적인 미 전투기 구매 압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격을 가한 셈이다. 전형적인 장군멍군이다.
이같은 폴란드의 대응을 지켜본 국내의 한 군사전문가는 "F-16은 하도 사고가 빈발해 우리 공군이 차기전투기를 구매하게 만든 대표적 낙후기종"이라며 "한국에서 F-15를 강매해 재미를 본 부시가 이번에는 폴란드에 F-16을 강매하려다가 세게 한방 맞은 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비록 폴란드가 우리보다 미국의 정치군사적 압력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나라이기는 하나 폴란드의 이번 대응은 우리에게도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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