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관의 불법도청 문제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이 6일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을 긴급체포한 이후 과연 김대중 정부 시절 도청 자료의 보고 라인이 밝혀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검찰 수사가 일반 국정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도청 실태에 대한 조사가 주조를 이뤘을 뿐, 도청 자료의 종착역을 파악하는 것은 무리였다. 따라서 김 전 차장에 대한 조사가 도청자료 보고 라인을 밝히는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 체포로 '도청자료 보고라인' 규명될까**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이날 체포한 김 전 차장을 상대로 도청 지시 여부 및 도청 내용 보고 여부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7일경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검찰이 김 전 차장에 대해 '참고인 조사'를 건너뛰고 바로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이미 국정원 감청부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김 전 차장이 '도청'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장은 2000년 4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국정원 내 국내 담당인 2차장을 지냈으며, 김 전 차장 재임 기간 동안 도청이 가장 활발히 이뤄졌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김 전 차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4개월 후인 2002년 3월 감청 장비가 완전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성 전 차장, 여권 실세에 '정보보고' 의혹**
따라서 검찰이 이미 도청 실태에 대한 자료를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김 전 차장에 대한 조사는 도청 자료의 보고라인 파악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차장은 국내담당 차장으로 도청을 총괄하며 실무진으로부터 도청 자료를 보고 받아 국정원장이나 '정치권 실세'에게 보고하는 '고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02년 '진승현 게이트' 당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이 검찰에 소환될 때, 권 전 고문은 김 전 차장으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김 차장이 찾아 온 것은 최규선 씨에 대한 정보보고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뒤 현 정부가 들어선 날에도 와서 보고한 적이 있다"고 말하는 등 여권 실세에 수시로 정보보고를 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었다.
이에 따라 김 전 차장이 도청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외부'에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어, 김 전 차장 조사 결과에 따라 국정원 내부에 집중돼 있던 도청 수사가 '국정원 외부 인사'에 대한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