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29일 오후를 넘어서며 열린우리당에 접수되는 재보선 전황보고가 심상치 않다. 잘못하다간 영천 1곳을 건지는 데 그치거나, 최악의 경우 '전패'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4곳 승리를 통한 과반 탈환은 '희망사항'으로 오래 전에 물건너갔다.
***우리, 영천이라도 건지자?**
전병헌 대변인은 이날 가장 자신있는 지역이 어디냐는 질문에 밝지않은 표정으로 "경북 영천"이라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공주연기, 영천 선거는 여전히 우위를 나타내고 있어 비관할 상황은 아니지만, 재보선이라는게 워낙 분위기 따라 하루하루가 다르다보니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말 외에 섣부르게 장담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쯤되자 여당은 그야말로 '영천 올인'에 돌입했다. 당초 "공주연기 아산과 함께 영남권 교두보 마련차원"이라던 낙관은 "영천이라도 건지자"는 분위기로 급변했다. 경북의 '영천' 한곳만 건지면, 나머지 5곳에서 전패하더라도 명분이 있다는 의미에서다.
문희상 의장은 이날 영천 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야는 지금 지역발전이냐 지역감정이냐를 두고 대결하고 있는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이번 선거는 영천이 발전할 기회를 맞고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마지막 길"이라고 주장했다.
자연히 무리한 공약이 뒤따랐다. 문 의장은 "기업도시 하나 만큼은 여당의 명운을 걸고 책임지겠다"며 기업도시 유치 공약에 대한 지역 여론의 냉소적 반응을 씻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는 "인구 10만 영천에 10조억짜리 공약을 하고 있다"는 야당의 비난에 대해서도, "삼성이나 현대가 투자하는데 있어 조(兆) 단위는 간단한 것"이라며 "기업도시 유치"를 호언 장담했다.
우리당 정동윤 후보는 급기야 "만약 산업형 기업도시를 유치해 내년 12월말까지 착공하지 못한다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결의문을 내기까지 했다. 배수진이다.
***박근혜 "꼭 지킬 수 있는 것만 약속하겠다" **
반면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여당은 표만을 의식해서 공약을 남발하고 있는데, 이는 영천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이라며 우리당의 '기업도시 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경상북도 1년 예산이 2조원인데, 영천에 대한 여당 공약은 10조원이나 있어야 가능하다"며 "이는 무책임을 뛰어넘어, 공약을 안 지키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난했다.
박 대표는 문 의장과 차이점을 두려는 듯 "나는 함부로 약속은 안 하겠다"며 "반드시 지킬 것만 약속드리고, 또 책임지고 지키겠다. 말보다는 열과 성의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전국의 군수산업을 영천에 유치하겠다"고 했다가 '실현성' 측면에서 호된 질책을 받았던 종전 공약을 이날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표는 "여러 차례 약속드린 바와 같이 영천을 저의 제2의 지역구로 생각하고, 영천 발전을 위해 당대표로서 예산과 개발 정책 등을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며, "지역 개발은 손발이 맞아야 하는데 한나라당 소속의 도지사와 함께, 국회의원, 시장도 한나라당이여야 하지 않겠냐"며 '텃밭 프리미엄'을 최대한 강조했다.
박 대표는 또 "여당은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서도, 지난 1년 동안 과연 뭘 했나"며 '여당 심판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등 정치놀음만 하다가 민생 경제는 내팽개쳤다"며 보수색이 짙은 지역 여론에 적극 호소하며, "이런 사람들을 더 이상 어떻게 믿을 수가 있나"고 강하게 비판했다.
***민노-무소속까지 약진, 야당 압승 전망도 제기**
한나라당은 영천 역전시 민주노동당과 무소속 후보 등의 약진에 힘입어 '여당 참패'를 현실화시킬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은 수도권에 첫 깃발을 꽂기 위해 성남중원 지역 유세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는 게 정론이고 조직표에서도 우리가 절대 밀리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경 대표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과반 의석을 얻고도 민생을 외면하고 개혁을 후퇴시킨 열린우리당, 거대 의석으로 개혁발목잡기와 국회 파행을 야기한 한나라당에게 가는 한 석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정형주 후보를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성남에서 살다시피 한 권영길 의원은 "11명의 축구선수가 월드컵 4강신화를 이뤄낸 만큼 민노당은 11명의 의원으로 진보정치의 4강신화를 이뤄내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우리당이 우세지역으로 분류해놓은 공주 연기에선 신당풍과 이 지역에서 5선을 지낸 부친의 후광을 바탕으로 무소속 정진석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는게 각당의 공통된 분석이다. 충남아산에서도 우리당 임좌순 후보의 낮은 인지도는 좀처럼 극복되지 않고 있고, 여론조사 추이를 봐도 남은 하루만에 뒤엎을 기세에는 못미친다.
"전체가 잘못되면 사퇴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던 문희상 의장의 호언장담이 '부메랑'으로 다가올 수 있는 상황전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