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특별감사 중간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도공사 사할린 유전개발 사업 의혹을 둘러싼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4월 재보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 측근인 이광재 의원의 연루 의혹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청와대, 한나라당, 이광재 의원간 공방전이 뜨거우며, <조선일보>가 '진실게임'에 가세했다.
***청와대 "한나라당, 언론 책임질 준비 돼 있나"**
청와대는 이날 오전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감사원 조사에 한계가 있다면 검찰에 조사를 의뢰해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공세에 나섰다.
청와대는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이 심증이나 의혹만 갖고 이 의원 부분을 고의로 증폭시키는 것은 정략적"이라면서 "그에게 '대통령의 측근'이자 '여권의 실세'라는 수식어를 붙여 권력의 비리, 더 나아가 대통령 주변의 비리문제인 것처럼 몰아가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관련 인사에게 엄정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과 근거 없이 공격을 가하는 것은 준별돼야 한다"며 "더욱이 대통령이나 주변사람의 도덕성을 흠집 내기 위해 '아니면 말고'식의 희생양을 만들어선 안 된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더 이상 부패의 진원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특히 "한나라당이든 일부 언론이든 의혹을 제기하려면 당당한 방식으로 책임 있게 해야 한다. 냄새만 피우는 비겁한 방식은 옳지 못하다. 그에 따른 책임도 지는 것이 합당하다. 언론은 문제가 있다면 구체적 물증과 증인을 확보해 제시해야 한다. 한나라당도 근거를 가지고 떳떳하게 문제를 제기해야 공당으로서의 신뢰를 얻는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이어 "돌아보면 이와 유사한 무책임한 문제제기가 어디 한두 번이었는가. 참여정부 출범 이후 주요 신문의 1면과 주요 면을 장식한 각종 '설(說)'들은 나열하기 숨이 찰 정도"라며 "이광재 의원만 하더라도 △'썬앤문 115억 불법대출 개입'설 △'골프장 회원권 사기분양 개입'설 등에 시달렸으나 모두 설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광재 "한나라, 일요일까지 증거 대라"**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도 이날 "한나라당은 일요일(10일)까지 증거를 제시하라. 증거를 제시하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최고의 책임을 지겠다"며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박근혜 대표가 최고의 책임을 져라"고 내주부터 시작될 대정부 질문 등을 통해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한 한나라당에 선공을 취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법률상 하나의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으로서 정식으로 제안한다"며 "내가 '철도청의 유전사업 참여'와 관련해 철도청에 압력을 행사했거나, 권유했거나, 은행대출에 관여했다는 증거를 일요일(3일 이내)까지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의원이 일요일로 시한을 정한 것은 내주부터 시작될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이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과 관련한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이 사건에 대해 나에 대한 근거 없는 의혹이 부풀려지고 있고, 급기야 국회가 다음 주부터 폭로정치의 장으로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며 "면책특권을 이용해 무한정의 폭로공세를 펼쳐 국민은 없고 정쟁만 있는 낡은 정치가 다시 시작돼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철도공사 문제는 드러난 것 이상이 있다'고 밝힌 것을 지적하며 "박 대표는 '드러난 것 이상이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며 "박 대표는 '낡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증거를 제시하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최고의 책임을 지겠다"며 "그러나 박근혜 대표가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박 대표도 최고의 책임을 지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낡은 정치'의 부활을 온몸으로 막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이 같은 주장을 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 의원은 "의혹 조사는 조사기관에 맡겨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나는 감사원이든 검찰이든 조사에 당당히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런 일로 국력이 낭비 되어서는 안된다"며 열린우리당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민생과 경제와 남ㆍ북 문제에 더욱더 매진해 달라. 이 문제는 내가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 의원은 썬앤문 사건 때도 부인했었다"**
이 의원의 계속되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이날 실태조사단을 우리은행과 석유공사 등에 파견해 진상조사를 계속했다. 민주당도 논평을 내고 이 의원의 해명을 촉구하며 가세해 여야가 이 문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11일부터 열리게 될 대정부질문에서 이 사건이 정치권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사실무근이다', '비겁하게 면책특권의 뒤에서 말할 게 아니라 나와서 해라'는 말은 이 의원이 썬앤문으로부터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을 때 줄곧 주장한 말"이라며 "결과는 어떠했나. 1억5백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다'로 끝났다"고 꼬집었다.
김 부대변인은 이어 "이 의원은 국회의원이 된지 몇 달도 안 된 2004년 9월 업계 전문가들의 수준을 능가한 석유 및 에너지 관련 정책 자료집을 무려 4권이나 발표했다"며 "이는 이기명 후원회장으로부터 소개 받은 석유전문가 허문석씨 측의 대필이나 제공은 아닌가"라고 질의했다.
그는 "이 의원은 의원회관으로 찾아 온 전대월 씨를 잘 모르면서 어떻게 부탁하자마자 즉석에서 허문석씨에게 소개 할 수 있는가"며 "전 씨가 노무현 대통령의 핵심측근에게 쉽게 접근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반증이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의원이 공개한 녹취는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계기로 녹취를 시작했는지, 왜 녹취록의 전문은 공개하지 못하는가"라고 추궁했다.
***<조선> 기자, "이화영 의원 기자회견 사실과 달라"**
한편 이날 오전 이광재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우리당 의정연구센터가 '허문석씨가 의정연구센터 모임에 세차례 참석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의 기사에 대해 "사실무근이다.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배모 기자도 개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기사는 모두 사실"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배 기자는 우리당 이화영 의원의 오전 기자회견과 관련, "이화영 의원은 작년 7~9월 의정연구센터가 에너지 정책과 관련한 간담회를 개최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이광재 의원이 조선일보를 상대로 낸 언론중재신청서에는 에너지 정책 간담회가 열렸고, 허문석씨도 여기에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며 "이광재 의원은 '허씨를 의정연구센터에서 주최한 에너지 부문 전문가 그룹 간담회에서 1, 2차례 만났다'고 중재 신청서에서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선일보는 허씨가 의정연의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고 보도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 7일자 보도는 "허씨가 의정연이 주최한 에너지정책 간담회의 자문역으로 참석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이화영 의원은 "의정연은 아직까지 그 누구도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이어 배 기자는 "이화영 의원은 의정연이 러시아 유전사업을 연구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의정연 소속 이광재, 서갑원, 김태년, 한병도 의원 등은 지난해 10월초 러시아 등 극동지역의 유전가스 개발 문제와 국제 수준의 석유개발회사 육성 방안 등 에너지 문제에 대한 4건의 정책자료집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배 기자는 의정연 소속 의원들이 로스트네프 간부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힌 사실과 관련해서도 "이광재, 이화영 의원 등 한국측 방문단이 러시아 하원과 정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는 조선일보 특파원이 동석했고, 로스트네프 간부도 있었다"며 "이는 3월14일자 신문에 기사화됐다"고 말했다.
배 기자는 이화영 의원이 '의정연의 누구와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조선일보는 의정연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내용을 확인했지만,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관계자가 누구인지 밝힐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배 기자는 "이화영 의원의 기자회견은 조선일보는 물론 본인의 명예를 직접 훼손하는 것"이라며 "이 의원의 양식있는 행동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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