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신승남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다. 친동생이 특검팀에 의해 구속된 직후 스스로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본지는 지난달 20일자 “검찰총장부터 바꿔라”라는 기사에서 검찰총장, 국정원장, 청와대 민정수석 등 사정팀 수뇌부의 전면교체 필요성을 이미 제기한 바 있다.
각종 게이트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의혹을 받고, 게다가 서로 ‘음해설’로 치고받는 난맥상을 보이는 사정팀 수뇌부를 새 진용으로 개편하고 ‘성역 없는 사정’에 나서야만 잇따른 게이트 파문을 종식시키고 국민 불신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로부터 한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게이트 파문은 더욱 확대되고, 불신과 의혹은 증폭되었다. 급기야 애초 검찰 수사에선 '무혐의'라던 검찰총장의 친동생이 특검팀에 의해 구속되었다. 대가성 뇌물을 받고 검찰 수뇌부를 접촉, 이용호 게이트 관련 수사를 방해한 혐의다.
그리고 결국 검찰총장 스스로 사의를 표명했다. 버티고 버티다 끝내 뭇매를 맞고서야 정신을 차린 격이다. '옷로비' 사건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의 사례와 너무도 닮았다.
이제라도 연속된 게이트 파문으로 난맥상에 빠진 국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는 공정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검찰이 신뢰받을 수 있어야 하며, 그 방법으로 신임 검찰총장부터 당장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할 필요가 크다.
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도 높은 사정’, ‘부정부패 척결’을 다짐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못하다.
나라 전체가 게이트 파문에 휩싸이고, 선거정국과 맞물려 여야간 비리의혹 폭로.공방전으로 1년을 보내게 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검찰 수뇌부를 세우는 일이 너무도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국회에서 논의중인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을 서둘러 이번 신임 검찰총장 임명부터 적용시켜 최소한의 신뢰 회복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선거관리용 중립내각이 거론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중립검찰'을 세우자는 것이다.
***“DJ가 야당총재라면 정권이 무너졌다”**
“만약 DJ가 지금 야당 총재였다면 정권이 무너졌을 것이다.” 게이트 파문이 줄을 잇던 지난 해, YS가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며 내뱉은 말이다.
말의 초점은 이 총재 비판에 맞춰져 있었지만 그 배경엔 소위 ‘게이트 정국’의 엄중함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DJ가 야당 총재라면 “대통령 물러나라”는 구호가 벌써 튀어나왔을 만한 상황이라는 뜻이다.
해가 바뀌어도 게이트 파문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윤태식 게이트로 ‘개혁 상징인사’라 불리운 부패방지위원회 위원장이 사퇴하고, 급기야 청와대 수석들 이름까지 오르내리게 되었다.
이처럼 파문이 확대되면서 사건의 실체에 가까이 가기는커녕 오히려 의혹만 더더욱 무성해져 게이트 정국의 끝이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급기야 14일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 기조도 바뀌었다. 애초 기자회견의 화두는 ‘경제활력 회복과 월드컵 대회 성공을 통한 국운융성’으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청와대 등 권력핵심의 비리의혹 연루설과 그에 따른 국민여론 악화로 인해 ‘부정부패 척결’로 기조가 바뀐 것이다.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김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올해는 부정부패 척결의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해 남은 임기 1년 동안 강도 높은 사정작업이 뒤따를 것임을 예고했다.
게이트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비롯해 여권 핵심에까지 그 파장이 미치면서 여론은 극도로 악화되었다. 따라서 강도 높은 사정 이외엔 현 국면을 타개할 다른 방안이 없다는 인식에 도달한 것이다.
***국민 신뢰 회복할 검찰총장 임명 필요**
그러나 말로만 ‘부패척결, 지속 사정’을 외쳐서 타개될 상황은 이미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김 대통령은 게이트 파문이 잇따르는데도 오랜 침묵으로 일관하다 지난 달 18일 처음으로 ‘성역 없는 사정’을 지시했다. 지난 8일에는 ‘벤처기업 비리에 대한 강력한 척결’을 내각에 지시했다.
이처럼 연이어 게이트 파문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지시했지만 파문은 오히려 커져 온 것이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비리 의혹은 확산되어 왔고, 국민 불신만 깊어졌다.
급기야 검찰총장의 동생이 구속되고, 총장이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제는 검찰 수뇌부들이 줄줄이 특검팀에 소환될 차례다.
따라서 이제 새롭게 임명될 검찰총장부터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치권과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해야만 앞으로의 검찰수사에 그나마 기대를 걸어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검찰총장과 국정원장을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에 포함시킬 것인지 여부는 이미 정치권의 쟁점이 된지 오래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며, 여야는 이달중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위헌 여부를 논의한 뒤, 도입여부를 결정한다는 대략적인 일정에 합의한 상태다.
그러나 검찰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현상황에서 어차피 새 검찰총장을 임명해야 한다면 바로 이번부터 인사청문회를 도입하는 것이 옳다.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총장 대상자를 국민 앞에 세워 조롱거리로 삼아 검찰의 권위를 훼손하자는 목적이 아니다. 정반대로 검찰총장 대상자가 정치권과 국민 앞에 정정당당하게 평가받는 과정을 거쳐 검찰의 권위와 신뢰를 바로 세우자는 뜻이 훨씬 강하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결단 있어야**
따라서 지금이야말로 검찰총장 인사청문회가 가장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이용호 게이트는 이미 특검제가 도입되었고, 진승현 게이트과 윤태식 게이트는 검찰이 수사중이지만 벌써 특검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이처럼 검찰수사가 신뢰를 잃고 매번 특검제가 거론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과감히 끊어야 한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무난히 마치고, 선거정국을 생산적인 경쟁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서도 지금의 게이트 정국에서 하루빨리 탈피해야 한다.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국가적 대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고, 경제회생에 매진해야 할 시기에 의혹과 불신, 소모적 공방만으로 국력을 낭비할 수는 없다.
그러자면 그야말로 '철저한 수사'가 있어야 할 것이며, 수사결과에 대해 국민과 정치권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신임 검찰총장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는 그 첫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정치권의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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