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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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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盧대통령,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 없다"

[민주당 경제인터뷰]김종인 "경제가 '정치적 위기상황' 몰고올 것"

"정치적으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경제 상황이 몰고 갈 것이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때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단안을 내려야 할 순간에 몰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아무런 처방이 없는 걸 보면, 아마도 그 지점까지 갈 것 같다."

민주당 김종인 의원은 13일 프레시안과의 '4당 연쇄 경제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이헌재 경제팀의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과 처방 실패를 지적하며 심각한 '위기'를 경고했다.

김 의원은 11, 12, 14대 이어 17대 국회에 재입성한 4선의원이자, 노태우 정부시절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며 당시 만연했던 재벌의 부동산투기를 뿌리 뽑은 강골로 유명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 경제부총리에 내정됐다가 막판에 재계 등의 로비와 반발로 김진표 부총리로 바뀌었다.

***"내수에 수출까지 줄면 패닉 상황 올 것"**

김 의원은 우선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행동반경이 없어진 상황에까지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경제상황에서 조금만 변화가 오면 우리 수출 신장율이 뚝 떨어질 것이다"며 "그 때가면 패닉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내수가 줄었는데 수출까지 줄면 그렇다"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그때 가면 당황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지 모르지만 거기까지 가게 되면 너무 늦는다"면서 "지금 수술하려면 노무현 대통령이 현 상황의 파악을 면밀히 해서 여기서 수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야지 시간을 끌 여유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노무현 정부는 경제문제에 있어서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출발한 정부지만, 초기에 한국경제의 당면과제가 무엇인가를 솔직히 노정시켰어야 했다"면서 "그런데 한국경제가 별 문제 없는 양 출발해 누적된 문제가 터지고 있다"고 카드대란, 부동산 문제 등의 졸정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과거의 정권에서 변화를 이룩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변화를 노무현 정부에 기대했지만 그런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며 "노무현을 당선시킨 원동력인 중간이하의 소득계층에 대해 특별히 배려한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헌재, 경제정책 책임지기에는 한계에 봉착"**

현 경제를 이끌고 있는 이헌재 경제팀에 대한 비판도 따가왔다. 그는 이헌재 부총리를 "금융조작능력만 있는 인물"로 혹평하기까지 했다.

김 의원은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은 장애요인이 있다면 최종결정자인 대통령에게 '경제여건이 이러하니 이렇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확신을 불어넣어서 설득해야 한다"면서 "틀을 자기가 만들어야지 '나는 잘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방해해서 못했다'고 하면 경제정책을 책임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이어 "이헌재 장관이 최근 툭툭 뱉는 얘기를 보면 혼미한 상태인 듯하다. 이 사람이 경제정책을 책임지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면서 "경제상황의 변화를 꾀하려면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고 즉각 교체를 주문했다.

***"부동산 투기 부양책으로 한국경제 망쳐"**

김 의원은 정부정책의 실정을 조목조목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부동산 경기부양책과 관련, 김 의원은 "90년대에 '한국 경제에 부동산 문제가 또다시 문제된다면 한국경제를 다시 운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이 그런 상황이 된 것 같다"고 개탄했다.

김 의원은 "세금을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어느 나라도 세금 가지고 투기를 잡은 나라가 없고, 이론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 자리에 집착한 경제 총수가 '너 뭐했느냐'는 소리를 윗사람에게 들을까봐 거시지표를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썼다"고 노무현 정부 초기의 '김진표 경제팀'을 신랄하게 질타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도시에 대해서도 "누가 발상했는지 모르지만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토지수용권을 100%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그 사람들한테 재산을 뿌려주고 확대해주는 정책을 하면서 어떻게 분배를 한다는 소리를 하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헌재 팀의 '골프 경기부양론'과 관련해서도 "그 사람들이 자기현금으로 골프장 건설하겠나. 결국 은행에서 출발자금 얻어다가 멤버쉽 팔아서 한다"며 "투기의 효시인 70년대 아파트 건설을 할 때 건설업체들이 투기꾼 돈이라도 조달한 것과 똑같은 발상을 또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에서 불안감 불안 부정 '3불(不) 퇴치해야"**

김 의원은 정부가 단기부양책으로 제시한 재정지출 확대와 감세정책에 대해서도 "심리적 효과가 다소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저소득층은 소비능력이 없어 감세에 해당도 안되는 사람들"이라며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특히 "소비진작을 위해 특소세를 인하한다고 하지만, 유류세를 인하하는 게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라고 열린우리당 감세정책의 맹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흔히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할 소리냐"며 "경제정책 입안자가 그런 소리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국정감사 쟁점인 환율방어 논란과 관련, 김 의원은 "통화량을 발행해서라도 원화의 평가절상을 방지하겠다는 발상이 재경부같은 데서 나와 깜작 놀랐다"며 "원화절상을 무슨일이 있더라도 막아야겠다는 것은, 과거에 능력이상의 소비를 시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사고와 똑같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환율방어 운운하는데, 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생각하지 않는다"며 "담당자들은 당장 수출을 어떻게 뒷받침해줄 것인가만 보지만, 그러다보면 수출경쟁력은 또 떨어진다"며 "저평가된 환율에 따른 인위적인 가격경쟁으로는 수출경쟁력이 신장이 안되게 돼있다"고 잘라말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으로 "한국경제에서 불안감, 불황, 부정 등 '3불(不)을 퇴치해야 한다"며 "민간 소비자와 기업이 확신을 갖게 해주는 방향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경제정책의 행동반경이 없어진 상황"**

프레시안 : 우리나라 경제가 처한 진단부터 해달라.
김종인 의원 : 느끼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끼는 듯하다. 정부 입장과 경제를 피부로 느끼는 국민들 사이에 시각이 아주 다르다. 정부는 거시지표 수치를 보고 이 정도면 괜찮지 않느냐 변명하고 있는데, 일반 경제주체들의 입장에선 매우 어렵다. 경제는 기본적으로 경제주체가 어떻게 느끼는지가 주라고 본다. 국민들이 어렵다고 하면 왜 그렇게 느끼는가를 정책당국자가 재빠르게 파악해서 처리하는 노력해줘야 한다. 왜 어렵게 됐나. 원칙에 어긋난 경제운용을 해왔기 때문이다. 능력 이상의 경제생활을 하도록 했기 때문에 오늘 같은 상황이 온 것이다.

예를 들어 IMF가 온 것은 기업이 능력이상의 투자해서 은행이 부실화된 것이다. 금융기관의 외환유동성 위기라는 말이다. 이 위기를 벗어나니까 마치 IMF를 극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한국경제가 IMF를 맞은 근본적 원인을 치유하지는 못했다. 한국경제 침체가 구조적인 문제인데 그저 경기에만 신경썼다. 통화운용으로 일시적으로 경기가 살아난 것처럼 보였다. 단기적으로 경기를 올리기 위해 소비능력을 벗어난 소비를 하게 만들고 이것이 가계부채를 늘리지 않았나. 그 처리과정을 보면 과거의 습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에 다름아니다. 말은 시장경쟁, 적자생존 하지만 편법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정책당국자 얘기하는 것을 보면 확신이 없다. 어떤 경우엔 괜찮다고 했다고, 어떤 경우엔 어려워질 수 있다 한다. 심지어는 한국경제가 우울증 환자같다는 소리를 경제총수(이헌재 경제부총리)가 거리낌없이 내뱉었다. 왜 우울증 환자처럼 돼버렸느냐에 대한 명확한 진단을 하지 않고, 막연하게 우울증 환자같다고 말하면 결국 누가 고치겠다는 건가. 정확한 진단을 해서 치료를 해줘야 할 것 아닌가. 그래야 정부정책을 신뢰하는데 그러한 모습이 전혀 없다. 일주일만에 말을 바꾸는 경제정책이 어디있나. 경제규모가 12위 되는 나라의 경제정책책임자로서 문제인식과 의지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경제의 어려움을 겪다보니 경제정책의 행동반경이 없어진 상황에까지 왔다. 흔히 부자가 지갑을 열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그게 경제정책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공개적으로 할 소리인가. 경제정책 입안자가 그런 소리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을 것이다. 소위 고소득층은 한계소비성향이 거의 0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 지갑을 열어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정책입안자의 가벼운 말로 인해서 경제에 악영향을 가중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한다.

지금까지는 통화량 늘림으로써 경제를 지탱해왔다. 공적자금 1백60조원 가량 풀고, 정부재정과 일반재정에서 2백조원 가까이 풀어서 경제 운용을 해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행동반경이 없다. 경제정책은 복합적 요인이 있는데, 과거의 경제운영에서 배운 지식만 가지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경제라는 것은 정치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다. 정치사회적 요인과의 조화를 통해 확신을 가지고 끌고 가는 것이 자세인데, 일반경제주체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 초기에 한국경제 당면과제 솔직히 드러냈어야"**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의 경제운용 기조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김종인 :노무현 정부는 경제문제에 있어 엄청난 부담을 가지고 출발한 정부다. 하지만 초기에 한국경제 당면과제가 무엇인가를 솔직히 노정시켰어야 했다. 국민들이 그런 것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해야 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국경제가 별 문제없는 양 출발했다. 그러다가 누적돼서 터진 문제가 카드 대란 등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가 오기 이전, 김대중 정부 마지막 1-2년동안에 경제원칙에 위배되는 정책을 집행했다. 경기부양 명목으로 부동산 투기를 정책적으로 유도한 면이 있다. 그 문제도 노무현 정부 초반에 터져나왔다. 부동산투기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 부동산경기를 죽이지 않으면 사회적 불만이 싹틀 것 같으니, 지난해 10월29일 세금을 가지고 부동산투기를 잡겠다고 했다.

결국은 시장경제 한다고 하면서 시장경제에 배치되는 짓을 한 결과, 경제주체가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경제정책의 실패를 부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제정책은 민간 경제주체들이 비합리적인 행위를 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일반 경제주체는 자기가 가진 돈을 가지고 땅 투기든, 증권 투자든 수익을 내는 쪽으로만 생각한다. 그 행위에 대해선 국가경제전체 운용 틀에서 봤을 때 일정 부분 제재를 가하고 룰을 정해야 했는데 혼선이 많다.

***"이헌재는 금융조작능력밖에 없어"**

프레시안 : 이헌재 부총리도 자칭 시장주의자인데, 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나. 일각에선 청와대 앞에서 유턴한다는 비판도 있는데.
김종인 :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본다. 경제정책하는 사람은 자기확신이 없으면 못한다. 경제정책을 책임지는 사람은 장애요인이 있다면 최종결정자인 대통령에게 '경제여건이 이러하니 이렇게 갈 수 밖에 없습니다' 하고 확신을 불어넣어서 설득해야 한다. 틀을 자기가 만들어야지 '나는 잘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이 방해해서 못했다'고 하면 경제정책을 책임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또한 노무현 정부에 있어서 경제정책의 특색을 찾아볼 수가 없다. 이헌재 부총리같은 경우 IMF사태 이후 금융감독위원장하면서 금융 구조개혁을 하고 공적자금 관리했던 사람이다. 그 때는 공적자금이라는 쿠션을 가지고 나누어 주는 것이니 능력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 아니다. 그때 저질러놓은 것을 지금 수습해서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끌고 가야할 상황이 지금이다. 김대중 정부의 부산물이 노무현 정부에 넘어왔는데, 그때 하던 사람들 보고 지금 다시 하라고 하니까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없는 것이다. 자기가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하고 끌고 갈 수가 없다.

이헌재 부총리는 금융조작능력은 상당히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금융에만 주로 관심이 가 있다. IMF사태 이후 금융기관만 정상화되면 나머지는 괜찮아질 것처럼 보는 사고를 가지고 정책을 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산업정책에 대한 관심은 옆으로 밀려나왔다. 금융이 정상화되야지만 경제활력을 넣을 순 있지만 그 자체가 경제를 끌고 갈 수는 없는 것이다. 거기서 오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 말에 경제 파행을 이끌었다는 것은 그저 성장률 1-2% 성과 올리기 위해서 능력이상의 소비를 시켜서 신용불량자만 잔뜩 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부총리라고 하는 사람이 자기 평가를 받기 위해 그 짓을 한 것이다. '내가 있는 동안에만 괜찮으면 괜찮지'이고, 그 다음에 어떻게 될 건지는 생각 안한다.

최근도 마찬가지다. 외환보유고 1천8백억, 수출이 매년 30% 신장된다는 나라가 환율을 이런 식으로 다루면 안된다. 심지어 통화량을 발행을 해서라도 원화의 평가절상을 방지하겠다는 발상이 재경부같은 데서 나온다. 깜작 놀랐다. 재경위서 지적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된다. 원화절상을 무슨일이 있더라도 막아야겠다는 것은 과거의 능력이상의 소비를 시켜 신용불량자를 양산한 사고와 똑같다.

환율은 시장의 상황에 맞춰야 한다고 지적하면 다른 나라도 다 하니깐 우리도 한다고 핑계를 댄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의 문제다. 자기나라가 처한 환경을 봐서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 와서는 '금리도 더 내려야 한다'고 정부가 말한다. 미국도 네가티브 금리까지 끌고 갔었다는 구차한 소리를 하지만 이미 우리 금리가 네가티브다. 지금 기본적으로 금리가 비싸서 투자 안하는 게 아니다. 이건 경제정책의 행동방향이 제한되고 정책의 한계가 있다고 본다.

***"한국경제의 처방, 본질적인 구조 문제에서 찾아야"**

프레시안 : 노무현 경제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중 하나가 청와대의 분배중심기조인데...
김종인 : 그런 언론의 비판,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정부가 실질적으로 분배정책 강조한 부분이 없다. 이 정부도 상당히 기업편향적인 정부라고 본다. 말만 분배를 강조하면 무슨 소용이 있나. 실질적으로 하는 것이 없는데…. 경제정책 하는 사람들이 경제학을 제대로 공부했는지 하는 생각도 든다. '선성장 후분배'라는 말은 경제정책 공부한 사람으로서는 할 수 없는 말이다. 한국이 70년대에 매일 그것을 외쳤지만 언제 후분배 한번 한 적 있나? 한국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갈등이라는 것은 선성장 기조하에 압축성장 때문에 나왔다. 상당히 성장하긴 했지만 후분배한 적은 없다. 기껏 하는 것이 세금 걷어서 재분배 하는 것밖에 없는데, 그나마 재분배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다른 나라가 GDP 1만 달러였을 때 재분배한 상황과 비교해보면 아직 멀었다. 사회구조가 그렇게 돼있는 거다. 선성장-후분배, 이런 것을 학자가 말하는 것도 아니고 정책책임자가 말한다는 것은 웃기는 소리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 경제정책에 특색이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기대했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
김종인 : 과거의 정권에서 변화를 이룩하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변화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엄격히 얘기하면 노무현을 당선시킨 원동력이 거기서 나온 것이다. 호남표 영남표는 감정에 치우쳐 있으니 제외하고 보더라도, 노무현이 수도권에서 이회창을 이긴 것은 수도권에서 생활하는 중간이하의 소득계층이 노무현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이다. 이회창은 있는 사람 편만 드는 사람이고 노무현은 뭔가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기대감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실상 1년반이 지난 지금, 그 사람들을 위해 특별히 배려한 게 하나도 없다. 경제정책이 분배위주로 가서 성장이 안된다? 이건 절대로 맞지 않는 소리다. 정책입안자들이 핑계될 게 없으니 하는 말이다. 지금 문제는 한국경제의 본질적인 구조문제에서 처방을 찾지 않으면 해결 안된다.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가 기대치를 밑돌았던 것중 하나는 재벌개혁인데...
김종인 : 재벌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거대기업으로 하여금 경제의 원칙을 준수케 하는 것이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당연히 제재를 가해야 한다. 지금 재계의 요구는 가급적 그 원칙을 무너뜨려 달라는 거다. 그러나 경제정책은 제도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지난 40년의 경제성장의 역사를 보면 과거보다 규제가 많이 완화됐다. 그 엄격한 때도 다 경제성장해서 지금 수준에 왔다.

문제는 국제사회 변화에 적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그 변화에 적응을 하겠다고 해서 틀을 없애버리면 안된다. 여기서 글로벌 경쟁에 기업가 스스로가 적응해야 한다. 시장경제 원리를 적용하자면 철저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도 틀이 없으면 파탄의 길을 갈 수 밖에 없다. 어느나라나 똑같다. 그래서 어느정도 제도적인 제한을 가해서 틀 속에서 기업들에게 룰을 지키면서 활동해달라는 얘기다.

재벌들은 과거 봉쇄경제 때와 사고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자본시장 개방화로, 시가총액의 약 43%를 해외자본들이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환보유고가 많은 것도 우리 재산을 외국사람한테 팔아서 그런 것 아닌가. 그러니 재벌등 큰 기업들도 경영권방어에 직면하게 됐다. 스스로가 어떻게 변신을 했을 적에 방어할 수 있나를 생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을 자기한테 편리하게 안 해주면 경영권 방어가 안 되느니 소위 넋두리를 부리는데, 그동안은 원체 재벌의 힘이 세서 정부가 입법도 못하고 그랬지만, 이제는 글로벌 체제에서 해외자본이 들어왔는데, 그 사람들이 자본의 정상화를 위해 콘트를하는 상황이 됐다. 이건 누구를 원망할 수 없다.

***"부동산 투기정책의 장본인은 정부"**

프레시안 :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김종인 : 노무현 대통령에게 직접 얘기하기도 했지만 세금을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있는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 역사를 봐도 어느 나라도 세금 가지고 투기를 잡은 나라 없다. 이론상으로 맞지도 않다.

최근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정우 기획위원장의 논문을 몇 개 읽어보니 마치 한국의 분배구조가 잘못된 것이 부동산 때문에 된 것으로 상당히 편향돼있는 성향이 있더라.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 인상으로 부동산을 많이 소유한 사람이 지나치게 부를 많이 갖게 돼서 소득분배 시정을 부동산 조정을 통해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이 해결방안으로 세금을 강조한다. 그래서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이다. 실은 부동산 투기정책의 장본인은 정부다. 조율을 정부가 잘하면 부동산이 투기적으로 튈 수가 없다. 지난 10년간은 부동산가격이 기본적으로 안정돼 있었다. 과거에는 정책실패로 인해 경기가 주춤하면 경기부양 핑계대면서 부동산 투기를 조장했다가 사회문제가 되면 잡는 정책을 반복해왔다. 90년대 다시 한국경제에 부동산 문제가 또다시 문제되면 한국경제 다시 운용하기 힘들 것이라고 그 당시에 말했었다. 지금이 그런 상황이 된 것같다.

프레시안 : 조세를 통하지 않는 근본적인 접근방법이라면.
김종인 : 근본적으로 부동산투기가 나타나지 않는 정책을 썼어야했다.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안 썼으면 이런 사태가 안 왔다. 자기 자리에 집착한 경제총수가 '너 뭐했냐'는 소리를 윗사람에게 들을까봐 거시지표를 아릅답게 하기 위해서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정책을 썼다. 그 후엔 책임을 안 지니까….

프레시안 : 요즘 골프장 건설, 기업도시는 건설경기에 대한 집착에서 나온 것 같다.
김종인 : 기업도시라는 것을 누가 발상했는지 모르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일본에 도요타시, 독일에 바에르에 화학공장시가 있다. 그것은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시가 아니다. 기업이 한 지역에 막대한 투자를 하다보니 그 시 전체가 그 기업으로 먹고 사는 시가 된 것이다. 처음부터 삼성시, 현대시, 엘지시..이런 게 아니다. 기업이라는 것은 수익이 없으면 투자 안한다. 반대로 수익이 있다면 정부가 안해도 기업도시 만든다. 정부의 정책적 모순이란 한쪽으로는 분배한답시고 욕먹으면서 한쪽으로는 분배상황 악화시키는 정책을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거기에 투자하려면 자기 돈 가지고 하나. 은행에서 돈 꿔가지고 할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러면 이자도 내고 수익이 있어야 하는 것 이닌가. 그래서 토지수용권을 100%달라 말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그 사람들한테 재산을 뿌려주고 확대해주는 정책을 하면서 어떻게 분배를 한다는 소리를 하나. 정부의 경제정책에 정체성이 없다. 상반된 모순된 짓을 하면 안된다.

프레시안 : 결국은 기업도시는 재벌에 대한 특혜란 말인가.
김종인 : 특혜라는 표현은 안하려 하지만 정부가 이런 점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봐야한다. 골프장 건설만 해도 단기적으로 진작효과 일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골프장을 건설하려면 그 사람들이 금방 자기현금으로 골프장을 건설하나. 결국 은행에서 출발자금을 얻어다가 멤버쉽 팔아서 한다. 옛날 70년대 아파트 건설을 시작한 게 투기의 효시라고 보는데,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 저축이 빈약할 때다. 주택을 지을 수 있는 자금이 없었다. 그래서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사업을 하면서 투기꾼 돈이라도 조달을 한 것이다. 그런 발상을 또 하는 거다. 골프장이라는 게 그런 발상이다. 멤버쉽 중도금 받으면 되지 않냐, 이런 식이다.

***"지금 저소득층에게는 소비능력이 없다"**

프레시안 : 단기부양책도 일정부분 불가피하지 않나.
김종인 : 단기부양도 중장기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이면 가능하다 본다. 사회간접자본에 아직 투자할 부분이 많다. 그런 것엔 재정적자 나더라도 해도 괜찮다. 그런데 자꾸 민간기업으로 하여금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라고 하는데 이는 큰 착각이다. 민간기업은 수익을 전제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사람도 은행에서 대출받아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자내야 하는 건데, 결국 일정수익을 위할 수밖에 없다. 그걸 왜 정부가 못하나. 정부가 돈을 빌려서 사회간접자본 하면 문제가 없다. 민간이 투자하면 사회간접자본이란 말 자체를 쓸 필요 없다. 정책입안자가 일관성도 확신도 없다.

프레시안 : 정부가 재정지출 확대하고 감세정책도 내놓고 있는데, 효과가 좀 있겠나?
김종인 : 심리적 효과가 다소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의 저소득층은 소비능력이 없다. 감세에 해당도 안되는 사람인데 감세해가지고 무슨 효과가 있겠나.

최근에 고유가로 유류세 얘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유류세, 너무 높다. 그런데 '세금을 덜쓰게 하기 위한 유류전략차원에서 세금을 내리면 안된다'고 한다. 웃기는 소리다. 유류세는 그다지 탄력성이 없다.

지금 소비진작을 위해 특소세 인하한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유류세를 인하하는 게 가처분소득을 늘어나는데에는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지금 급하니깐 늦긴 했지만 열린우리당에서 구상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프레시안 : 저소득층을 위한 정책적 대안이라면.
김종인 : 전반적으로는 경기가 활성화되서 투자수요가 고용창출을 불러야 하는데,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저소득층을 무작정 방치할 수 없다. 최저생계비만 가지고는 생계 꾸리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자본주의 경제운용에는 어느 정도 긴장도 필요지만 그 긴장이 고조되면 치유할 수 없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 정부가 용의주도하게 설계해서 저소득층 보호대책을 세워줘야 한다. 이 정부가 분배를 강조하기 때문에 경제가 안된다고 하는 여론에 따라서 그 사람들을 방치하면 절대로 안된다. 그래서 경제정책이 어렵다는 것. 한쪽만 보고 하면 누가 못하나.

***"이헌재, 경제정책 책임지기에는 한계에 봉착"**

프레시안 : 이헌재 부총리 등은 여전히 경제성장률 5%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는듯하다.
김종인 : 이헌재부총리가 장관되기 전에 경제자문위에 같이 있었다. 작년 연말에 대통령과 경제팀하고 회동한 적이 있다. 그 때 정부가 금년도 성장률 5% 제시하니까 '이건 테크니컬하게 봐도 5% 안된다'라고 말했던 사람이 이헌재다. 그런데 이헌재 장관이 최근 툭툭 뱉는 얘기 보면 혼미한 상태인 듯하다. 그 사람이 머리가 좋은 사람인데…. 이 사람이 경제정책 책임지기에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본다. 경제상황의 변화 꾀하려면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안된다.

프레시안 : 새 진용에 대한 조언을 하자면.
김종인 : 그런 건 대통령이 하겠지. 내가 권할 수 있는 처지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프레시안 : 한국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종인 : 2000년도에 한 강의에서 그 당시 추진되고 있는 정책을 지속하면 한국경제도 장기불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 일본도 '잃어버린 10년' 하지만 우리도 경제상황 진단에 오류를 범하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일본이 1990년대 초반에 구조적인 문제로 경제침체를 시작됐는데, 당시 일본 당국이 단순한 경기 순환으로 보고 치유하려다보니 치유가 안된 것이다. 90년대 후반에 와서야 구조를 고치려고 했고, 최근에 나아진다고 얘기들을 하더라. 우리는 구조적인 문제를 사실 치유 못했다. 노동시장, 소득구조 문제도 해결 못했고, 민간실물경제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도 못했다.

장기불황이 온다면 일본식도 독일식도 아니다. 일본은 제조업이 튼튼한 나라다.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것이 금융에만 집착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같이 자원 없는 나라는 제조업 기반이 튼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다고 우리 금융이 굉장히 발달해서 장사할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나. 그런데 최근 보면 무슨 은행의 수익구조만 늘려주면 좋겠다, 이런 식으로 가고 있다. 방카슈랑스만 해도 다른 제2금융권은 엉망이 되고 있는데 은행만 살리려고 그러고 있다. 정책의 조화가 없다. 자기가 아는 금융에만 집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정책의지도 없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경제정책이 한계상황에 온 것이다. 나는 갈 때까지 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렇게 본다.

***"내수에 수출까지 줄면 한국경제 패닉"**

프레시안 : 시중에 나돌고 있는 경제대란이 올 수도 있다고 보나.
김종인 : 경제대란이라고 말하긴 싫고, 일반 국민이 상당 부분 고통속에 살아갈 것이다. IMF때보다 현재가 더 어렵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일반인의 가처분소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내년도 경기전망에 대해서 침울한 표현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국제경제상황에서 조금만 변화가 오면 우리 수출 신장율이 뚝 떨어질 것이다. 그 때 가면 패닉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내수 줄었는데 수출까지 줄면 그렇다. 그때 가면 당황해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지 모르지만 거기까지 가게 되면 너무 늦는다. 지금 수술하려면 노무현 대통령이 현 상황의 파악을 면밀히 해서 여기서 수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해야지, 시간 끌 여유 없다. 지금 겨우 수출이 버팀목 되서 해주고 있는데. 그것마저 제대로 안 돌아가면….

현 경제팀도 어려움이 올 것을 속으로는 안다고 본다. 그런데 회복이 될 수도 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사는 것 같다. 프랑스 혁명 때 루이 16세가 단두대로 사라져가면서 집행관에게 한 말이 있다. "난 이런 사태가 10년전부터 올거라고 생각했다. 안 오길 바랐는데"라고 말하면서 죽었다. 경제정책자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경험도 있지않나. 97년 7월 태국부터 외환위기가 벌어지니까 연구소, 관료 할 것 없이 99% 경제전문가들이 "우리는 태국,인도네시아와 다르기 때문에 외환위기 절대 안온다"고 했었다. 그러나 결국 왔지 않나. 너무 문제를 쉽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경제정책자들은 나중에 '무슨 책임있냐 정책적으로 한건데' 이러지만 정부에서 경제정책 하는 사람들은 국민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이 확실해야 한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 따라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전혀 안 느껴진다.

***"건방진 얘기지만 우리나라에는 참다운 경제정책가가 없다"**

프레시안 : 변화의 단초는 어디서 찾아야 하나?
김종인 : 현 경제팀에 지금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임하는 사람이 없다. 그저 관료들로 하여금 루틴한 범주 내에서 아이디어 있으면 한 두가지 첨가하는 식의 경제정책 운용이다. 이런 식으로면 정책이 새로워질 수 없다. 잘된 나라를 보면, 확신을 가지고 '어떤 도구를 가지고 어떻게 해야겠다' 하는 준비된 나라만이 살아남았다.

건방지다 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는 참다운 경제정책가가 없다. 경제지식 좀 가졌다고, 관료로서 행정관리능력 갖췄다고 경제정책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환율방어 운운하는데, 장기적으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를 생각 안하지 않나. 당장 수출을 어떻게 뒷받침해줄 것인가만 본다. 그러다보면 수출경쟁력은 또 떨어진다. 저평가된 환율로 인위적인 가격경쟁으로는 수출경쟁력이 신장이 안되게 돼있다.

1964년대 환율 현실화로 6백원대의 환율을 1천2백50원인가로 갑자기 평가절하한 적 있다. 그 당시 일본 달러환율은 360대 1이었다. 한국 돈이 일본 돈보다 3배나 비쌌다. 40년 지난 지금 상황에서 비교해보면 우리는 한 1천% 평가절하됐고, 일본은 3백% 평가절상 했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수출을 유지했겠나. 진짜 선진국이 되고 국민소득이 2만불, 3만불 되려면 물리적인 생산을 늘려서 3만불 만드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일본은 360대 1이라는 환율이 120이 됐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다. 일본 환율이 지금도 360대라고 하면 소득이 1만불밖에 안된다. 기업도 압박 안받으면 생산성이 안 늘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R&D 잘 안하는데…. 우리가 못살던 시절의 기억이 있어서 무역흑자가 늘어나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있는데, 이게 장기적으로 어떤 주름살 가져올지 모르는 것이다.

프레시안 : 외부적으로 고유가 같은 변수는 어떻게 보고있나.
김종인 : 고유가는 최근 현상이지만 이것도 사실 예상이 안됐던 것도 아니다. 이라크 전쟁으로 테러 등 정치적 불안요인도 있지만, 중국 인도 등 신흥산업국가들의 자원수요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일정수준 유가상승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에너지 문제에 관한 우리의 문제는 1차 오일쇼크를 73년, 2차를 79년에 겪을 때도 그랬지만 에너지 대책을 전혀 안세운다는 것이다. 쇼크 오면 깜짝 놀랬다가 84년에 급속도로 유가가 하락하니 신경 안써버린 것이다. 우리나라 정책입안자의 맹점 중의 하나다. 그때 시간만 넘기면 된다는 식이다.

***"노대통령, 더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프레시안 : 마무리로 더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김종인 : 지금도 현 경제상황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 즉 브릭스(BRICs)의 약진을 과거에 누가 상상했나. 신기술이 1~2년 사이에 팍팍 바뀌어서 변화가 상상을 초월한다. 민간 소비자와 기업에 대해서 확신을 갖게 해주는 방향이 나와야 한다. '3불(不)'을 퇴치하지 않으면 안된다. 불안감. 불안, 부정 이 3가지가 퇴치돼야 한국경제가 산다.

경제정책 담당자들이 자기 과시차원에서인지 너무 말이 많다. 부총리도 한은총재도 그렇다. 화폐개혁론까지 얘기 나오던데 이 사람들이 한계를 노정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그 사람한테 그런 단편적인 방안 얘기해줘봐야 소용도 없다. 아마 정치적으로 견딜 수 없는 상황을 경제상황이 몰고 갈 것이다.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다. 그 때 되면 노무현 대통령이 단안을 내려야 할 순간에 몰릴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아무런 처방이 없는 걸 보면, 아마도 그 지점까지 갈 것이다.

경제정책 운용에는 신념과 확신이 중요하다. 어딜 가나 제대로 하는 사람은 다 그렇다. 자리보존 능력이 강한 사람들은 올바른 정책을 할 수 없다. 그 상황까지 가는 데 오래 안 걸릴 것이다. 수출 증가율 떨어지고 있는 거 보면 내년에는 내수가 살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기대하지만 늘어날 것 같지 않다. 아마 그 견딜수 없는 지점까지 가는데 얼마 안 걸릴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의 분배구조 속에서 국내소비가 신장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틀을 새로 짜서 현명한 방법을 취해야 한다. 대개 2년차까지는 대통령이 시간에 대한 감각이 없다. 자기 임기가 굉장히 긴 줄 안다. 3년차 되면 조금 긴장되고 쫓기는 입장이 된다. 뭐든지 일반 국민들이 어렵다고 하면 어렵다고 받아들여야지, 거시지표 몇 개 가지고 변명하려 하면 안된다. 우리나라 미시경제구조가 탄탄하면 거시지표 갖고도 설명할 수 있지만, 거시지표 숫자 늘리는 거야 길거리에서 카드 나눠주고 쓰게 하면 소비 금방 늘어날 수 있는 것이다.

과거에 그것을 강행한 사람들이 책임소재가 아무 데도 없다고 한다. 경제 정책하는 사람이 매너리즘에 빠져있다. 최근에는 기금관리법을 만들었다. 사모펀드라는 것이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날 텐데, 그것이 앞으로 한국금융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 뻔히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사모펀드 운용할 수 있는 금융기술자도 없다. 지금 솔직히 대한민국에 뜯어먹을 것은 국민연금밖에 없다. 그 돈을 서로가 어떻게 뜯어먹을가 하고 있는데, 그런 사고 가지고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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