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강봉균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관련, “우리 경제를 어떻게 하면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을까 하는 로드맵을 만드는 것에선 크게 잘못한 것이 없지만, 단기적으로 유연성이 없는 면이 있다”며 재정-금리-규제 등 모든 면에서의 대대적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전경련이 요구하고 있는 기업도시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강 의원은 9일 프레시안과의 진행중인 '여야 4당 연쇄인터뷰' 차원에서 행한 인터뷰에서 거듭 단기적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주문하며 “경기 연착륙을 위해선 대가를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외환위기 초기인 김대중 정부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경제수석, 재경부 장관을 역임한 열린우리당의 대표적 ‘경제통’이다.
***“대대적인 단기적 경기부양책 시급”**
강 의원은 “정부는 지난 1년6개월동안 내수경기가 침체하는데도 경기에 도움이 되는 재정정책을 하지 않아 실제적으로는 경기위축적인 운용을 했다”며 “최근 들어 약간 재정 적자도 늘려보겠다고 하지만 더 적극적으로 해야한다”고 추가재정 확대를 촉구했다.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조치에 대해서도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은이 콜금리 동결로 경기를 낙관하는 신호를 보낸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본다”며 “경기불황 문제가 물가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할 때는 물가 쪽이 부담을 좀 져야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5% 경제성장 전망도 단기적으로 유효한 정책수단의 동원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진단했다. 주된 방향은 건설경기와 증시부양에 초점이 있다. 그는 “4백조원 정도의 단기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가는 길을 막아놨다. 이 돈이 증시로 가야하는데 못 오고 있다”고 진단한 뒤, “국민연금만 해도 90조 정도의 자금이 국공채 은행에 예금돼 있는데, 국민연금법을 고쳐 제도적 규제와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기금관리기본법 등의 조속 처리를 강조했다.
강 의원은 또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 아래 부동산 억제 정책을 강력하게 써 부동산과 건설경기 위축을 가져왔다. 좀 유연해졌으면 좋겠다”고 주택거래신고제 등 부동산규제의 완화 등도 주문했다.
기업도시 특별법은 대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은 “기업도시에 재벌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기 위해선 개발권한을 참여자에게 줘야한다”고 재벌에게 토지 강제수용권을 주는 데 대찬성했다. 그는 다만 “개발이익이 기업에 사유화되느냐 마느냐에 포인트가 있다”며 “일체의 사유화를 차단하고 개발이익은 기업도시를 만드는 기반 재투자에 써야한다”고 주장했다.
재벌 특혜가 아니냐는 반론에 대해선 “충분한 이해가 모자라서 생기는 반발이 많다”며 “큰 기업은 더 커지지 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과는 기본적으로 대화가 안된다”고 기업도시를 적극 옹호했다.
***“중소기업 어렵다고 경제 거덜 안나”**
강 의원은 한편 당면한 경제 난국의 원인으로 중국의 영향을 우선으로 꼽았다. 그는 중국과의 노임 격차를 지적하며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집약 산업 외에는 수출이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에 비해 월등한 기술 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어려움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이라며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뛰어넘어야 할 하나의 시련기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그러나 경제 위기의 심각성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우리 경제가 거덜나거나 하는 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위기론 확산을 경계했다.
그는 또 시장에 나도는 '중소기업발(發) 경제위기설'에 대해선 “중소기업 때문에 경제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9~10% 성장할 때도 중소기업은 어렵다고 했다”고 일축했다. 그는 “내수 경기가 어렵다보니 괜찮은 기업도 부도가 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내수경기 상황의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경쟁에서 우월한 기업들이 잘 돼야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같이 살아남는다”고 말해 대기업이 잘돼야 중소기업도 살아날 수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장기불황 가능성에 대해선 “일본식 장기불황이 될 가능성은 없지만 노력은 해야한다”면서 “어느 부분이 곪았다고 하면 외환위기 때처럼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절대로 감원이 안된다는 사회구조가 되면 일본처럼 어려워진다”고 말해, 노동시장 유연성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최근 악화된 빈부격차 문제에 대해선 “부자들이 위축된다고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며 “모든 경제정책이 부자를 위한, 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계층분할적으로 보면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소세 인하를 예로 들며 “특소세 인하 품목을 사는 것은 돈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물건을 만들고 파는 것은 서민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특소세 제품이 외국산 수입품이라는 점을 간과한 답변인 셈이다.
다음은 강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우리 경제, 구조적 시련기에 직면”**
프레시안: 경제가 어렵다는 것은 이구동성이지만 심각성에 대한 진단은 저마다 다르다. 어느 정도로 보나.
강 의원: 국민 계층에 따라 심각성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본다. 산업계에서는 수출 잘되는 업종의 기업들은 위기라는데 동의하지 않겠지만, 내수 부문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국내 시장을 겨냥하는 중소제조업체와 유통서비스 분야, 음식, 숙박업, 운수업체는 상당히 어렵다는 것이 느껴진다. 건설업 분야도 어렵다. 이런 분들은 위기가 아니라는데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경제 상황을 포괄하기는 어렵지만 어려운 계층에게는 아주 어렵다고 할 수 있다.
프레시안: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이 경기 변동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만은 아닌듯하다.
강 의원: 경기 흐름의 영향도 일부 있고 세계적인 시각에서 구조적 어려움도 있는데 후자가 중요하다. 우리 경제 어려운 원인을 캐 들어가면 중국 경제의 영향이 심각하다. 중국과 비교해 일반 단순 노임의 경우 10분의 1정도의 수준이고, 고급 기술 인력도 5분의 1 수준이다. 중국 경제가 계속 성장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을 하더라도 기술 집약 산업 이외에는 수출이 어렵다. 내수의 경우도 시장 개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구 지역 같은 섬유산업 중심 지방은 굉장히 더 어렵다. 농산물, 수산물 같은 경우에도 싼 물건들이 들어온다. 농어민은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뛰어 넘어야할 하나의 시련기에 직면했다고 본다. 흔히 얘기하는 대로 중국에 비해 월등한 기술 경쟁력 갖추지 않으면 어려움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으로 본다.
단기적으로는 경기의 진폭을 완화할 수 있는 노력을 정부가 해야한다. 작년에 나는 개인적으로 내수가 굉장히 어려워 경기를 살리는 거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해 왔다. 하지만 정부나 청와대는 내수 경제가 이렇게 어려울 것으로 예상치 못해 대응이 늦은 면이 있다.
프레시안: 정책결정라인의 단기적 경제진단 실패라는 말인가.
강 의원: 실패라기보다는, 경제 성장률이 작년에 5% 이상 될 것으로 봤고, 금년에도 5% 넘는 것은 무리 없을 것으로 봤다. 그런 예상들이 기대보다 낮아졌다. 중요한 것은 전체 경제성장률이 수출에 의해 전체가 주도되기 때문에 내수 어려움에 대한 감이 적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중소기업 때문에 경제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중소기업의 사정 악화, 가계부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에서는 제2의 경제위기설도 파다하다.
강 의원: 용어를 조심해야 한다. 경제 위기를 정의하는 문제인데, 예를 들면 우리가 7년 전에 겪었던 외환위기 정도의 위기는 지금 겪고 있는 고유가, 신용카드 때문에 오는 것은 아니다. 국민경제 전체 위기는 외환 고갈상태, 금융시스템 붕괴, 재정파탄, 심각한 노사분규 등에서 오는 것이지 함부로 오는 것이 아니다.
프레시안: 중소기업 문제의 심각성은 대체로 진단이 일치하는 것 같은데.
강 의원: 중소기업 때문에 경제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9~10% 경제성장할 때도 중소기업은 어렵다고 했다. 중소기업은 부단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새로 생기는 기업이 있고 소멸되는 기업이 있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특성이다. 소멸되기만 하고 생겨나지 않으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다면 생성되고 소멸되는 과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프레시안: 자금난 악화로 무더기 도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강 의원: 대기업, 재벌처럼 큰 기업이 도산되면 하청이 연쇄 도산한다. 그런 현상이 중소기업에는 생기지 않는다. 소멸되고 생성되는 기업이 항상 같이 있기 마련인데 문제는 소멸보다 생성이 적으면 문제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 삼아선 안 된다. 내수 경기가 어렵다 보니 괜찮은 기업도 부도가 나는데 이는 중소기업의 문제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내수 경기의 상황의 문제다.
프레시안: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압박 완화를 주문하지만, 관치가 아니냐는 논란부터 근본적 치유는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강 의원: 중소기업은 정책적으로 금융을 완화했다가 다시 구조조정이 해이해질 때가 되면 강화하는 식의 정책의 신축성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인력 문제다. 사람 구하기가 굉장히 어려워 외국인 노동자라도 늘려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다. 나라 전체로 보면 한 쪽에서는 일자리를 못 구하는 사람이 많고 다른 쪽은 사람을 못 구하는 상태가 병존하는 모순에 빠져 있다. 고임금 대기업과 저임금 하청기업 이중구조가 문제다.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문제기 때문에 중소기업 애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걱정이다.
프레시안: 경제가 최악의 사태까지 안 갈 것이라 전망했는데, 장기불황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문제인 것 같다.
강 의원: 우리나라 경제의 미래를 일본식 장기불황이 될지 여부, 또 중국의 고속 성장이 악재냐 호재냐를 살피는 각도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식 장기 불황이 될 가능성은 없지만 노력은 해야 한다. 일본이 왜 10년 동안 장기불황을 겪었나. 부동산 거품 등으로 경제 부실이 생겼는데도, 힘들고 어려운 구조조정을 미뤄가면서 재정정책을 통해 국가 부채를 늘려서 해결하려고 하다 그렇게 된 것이다. 어느 부분이 곪았다 하면 외환위기 때처럼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일본이 대표적으로 못한 것이 감원이다. 우리도 문제 생겼을 때 절대 노동조합에서 절대로 감원이 안 된다는 사회 구조가 되면 일본처럼 어려워진다.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리가 일본보다 우월한 것이 정보, 정보통신 쪽 잠재력인데 이런 쪽에서는 활력을 살려 나가는 노력을 정책적으로 해야 일본처럼 장기불황에 빠지지 않는다.
중국과 관련해서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것이 있다. 중국이 상해 푸동지구 건설하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라면 환경문제로 엄청난 문제제기가 있었겠지만 중국은 빠르게 진척이 됐다. 국가 장래를 위한 일에 대해서는 속도가 있다. 우리나라는 웬만한 대형 국책사업을 하는데 비용 부담도 클 뿐 아니라 뭐든지 시간을 지체시키는 많은 시련을 겪는데 이런 것을 줄여야 한다. 시민운동, 환경운동도 조금 한계를 갖고 했으면 좋겠다.
***“한은 금리동결은 문제 있어”**
프레시안: 단기적 경기부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여왔는데, 한국은행의 콜금리 동결조치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이헌재 부총리는 불만인 것 같은데.
강 의원: 나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대해 말을 아끼는 편이다. 중앙은행 독립성이 떨어져 가급적이면 관여를 안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 동결은 약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 든다. 미국은 경기가 하락할 때 콜 금리를 1년에도 매달 금리를 낮췄다. 콜금리 인하는 중앙은행에서 시장에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인데,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콜금리 동결로 경기를 낙관하는 신호를 보낸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한은으로서는 물가압력이라는 토끼 한마리라도 확실히 잡겠다는 것 아니겠나.
강 의원: 중앙은행은 경기보다 인플레를 걱정하는 속성이 있다. 그걸 탓할 생각은 없지만, 양쪽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경제 정책은 없다. 경기불황 문제가 물가보다 심각하다고 생각할 때는 물가 쪽이 부담을 좀 져야 한다. 아마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간 시각차인 것 같다.
프레시안: 내수 침체 극복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경제성장률은 어느정도로 예상할 수 있나.
강 의원: 경제성장에 수출 기여도가 지난 1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내수가 지난 1년보다 앞으로 1년이 좋아질 것이냐에 판단이 달려 있다. 이 부총리는 내수를 살려보겠다는 정책적 의지가 들어가서 5% 성장을 전망하는 것으로 본다. 유효한 정책수단 동원하느냐 문제를 감안하면, 지나친 낙관이라는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유효한 정책 수단들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 같은데.
강 의원: 조금 미흡하다고 본다. 크게 보면 재정 쪽에서의 역할, 금융, 산업정책 등 거시경제 관리 수단에서 그렇다. 기획예산처가 관장하는 재정정책이 지난 1년 반 동안 내수경기가 침체하는데도 경기에 도움이 되는 재정운용을 하지 않았다. 전체 방향은 중립적이라고 했지만 실제 운용은 경기 위축적으로 운용했다. 최근 들어와 약간 재정 적자도 늘려 보겠다는 얘길 하는데 재정적 노력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보면 모자라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 하나가 금융인데 한국은행 금리정책이 아직 좀 미흡하고 시장의 흐름을 관리하는 데 문제가 있다. 4백조 정도의 단기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가는 길을 막아놨다. 이 돈이 증시로 가야 하는데 못 오고 있다. 국민연금만 해도 90조 정도의 자금이 국공채나 은행에 예금돼 있다. 이것을 국민 연금법을 고쳐 제도적인 규제와 장벽을 없애야 한다. 한나라당이 여기에 반대하는 것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 정부가 연금 운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자율성과 독립성은 담보하되 제도적으로 막아놓은 것은 고치자는 것인데 경제를 살리겠다는 한나라당이 반대 입장을 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경제팀, 정책조율에 문제 있어"**
프레시안: 이헌재 경제팀에 대해선 대체로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강 의원: 지난 정부에서 이 장관은 금융 구조 개혁을 선두에서 지휘했다. 재경부 장관도 지난 정부에서 2년 반 가까운 경험이 있다. 그분의 개인적 능력이나 경험이 모자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제팀이라고 하면 넓은 의미에서 한은 총재를 포함해 재경부 장관, 공정거래위 위원장, 금융감독위 위원장 등이 총괄된다. 정책방향이 잘 조율이 돼야 할 텐데 그런 측면에서 약간 모자란 것 같다.
프레시안: 팀워크의 문제라는 말인가.
강 의원: 경기를 살리는 쪽으로 경제정책 책임자들이 호흡을 맞춰줬으면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 것 같다.
프레시안: 어쨌든 이 부총리 기용은 능력과 경험을 믿고 구원투수로 경제를 책임져달라는 것 아니었나.
강 의원: 예전부터 경제는 경제부장관한테 맡기는 시절이 있었고 아닌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 시절이 아닌 것 같다.
프레시안: 시장은 책임지길 기대하지 않았나.
강 의원: 책임은 지금도 자기가 진다고 얘기하지만 고난이 따르지 않는 게 문제다.
프레시안: 지나치게 청와대 눈치를 많이 본다는 지적도 있다.
강 의원: 본인이야 한 번 더 하는 자린데, 오래하고 싶어 눈치야 보겠나. 마음대로 안돼서 그런 거지.
***“기업도시, 개발이익 사유화 차단이 포인트”**
프레시안: 기업도시 문제에는 깊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강 의원은 당정협의를 마치고 정부 안을 70점 정도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 지적해달라.
강 의원: 다른 정책만큼 여야간, 국민 계층간 큰 갈등 있는 사안은 아닌 것 같은데 일부 시민단체, 학자들이 재벌에 특혜를 준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내용을 보고 얘기해야 한다. 물론 기업도시는 재벌이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건 만들어주지 않으면 성공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기업도시 개발권한을 참여자에게 줘야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3백만, 5백만 평 개발해 자기네들이 직접 투자 하고 아파트 지어 팔아서 개발이익이 생길 때, 그 개발이익이 기업에 사유화 되느냐 마느냐에 포인트가 있다. 우리가 만드는 특별법은 일체의 사유화를 차단하고 개발이익은 기업도시 만드는 기반 재투자에 쓰라는 것이다. 그것을 재벌에 대한 특혜라고 보면 일이 안된다.
프레시안: 핵심은 결국 개발이익 환수를 위한 강제 조치가 따르느냐의 문제다.
강 의원: 정부 법안에도 개발이익 전액을 기업도시에 재투자하도록 돼 있다. (실제의 정부안은 개발이익의 70%만 재투자에 쓰도록 돼 있고, 전경련은 100%를 기업쪽이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편집자주)
프레시안: 의원입법으로 하겠다는 것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진다. 70점짜리를 85점짜리로 만들겠다는 것은 재계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것 아닌가. 구체적으로 정부안과 달라질 부분은 무엇인가.
강 의원: 크게 달라지는 것 없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강의원 주장대로 개발이익 100%를 환수한다면 재계입장에서는 이익이 남지 않는 장사를 할까 싶은데.
강 의원: 재벌은 기업도시를 원활하게 건설하는 자체에 만족할 것으로 본다. 공장이나 레저시설 등을 지을 수도 있는데, 우선은 자족도시 기능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들이 지방을 내려가니 이런 것들만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을 해서 직원들을 끌고 가 기업 활동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재계도) 그 과정에서 이익을 갖겠다는 생각은 없다.
전경련 쪽에도 다소 생각했던 것보다 힘이 들더라도 기업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보려고 하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주문하고 있다. 전경련도 기업도시 건설 자체가 가능하다면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재벌특혜라는 반발에는 어떻게 대응할 셈인가.
강 의원: 충분한 이해가 모자라서 생기는 반발이 많다. 큰 기업은 더 커지지 말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분들과는 기본적으로 대화가 안 된다. 그래도 대화는 꾸준히 해 나가야한다.
***“부자들이 위축되면 서민경제도 위축”**
프레시안: 노무현 정부 경제 정책의 방향을 총괄적으로 판단한다면 어떤가.
강 의원: 우리 경제를 어떻게 하면 탄탄한 기반 위에 올려놓을까 하는 로드맵을 만드는 것으로 봐선 크게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유연성이 없는 면은 있다. 예를 들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목표아래 부동산 억제 정책을 강력하게 썼는데 모든 경제 효과는 좋은 효과와 나쁜 효과를 병행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부동산과 건설경기 위축을 가져왔는데 좀 유연했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10.29 주택시장안정 종합대책으로 인해 거래 위축이 심해졌다는 지적인 것 같은데, 부동산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얘기냐.
강 의원: 보완을 해야 한다. 주택거래 신고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한다는지 하는 세밀한 기법이 보완돼야 한다.
프레시안: 성장 잠재력이 둔화되는 추세에 있어 걱정인데....
강 의원: 성장 위주냐, 분배 위주냐 하는 것은 큰 의미 없는 논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성장이 잘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민을 계층으로 나눠 정부가 부자들을 억누르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정책을 많이 편다고 분배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특소세 인하를 두고 민주노동당과 비슷해 논쟁을 했는데, 특소세 인하로 물건을 사는 것은 돈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물건을 만들고 파는 것은 서민들이다. 부자들이 위축되면 서민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좋아지냐 하면 그렇지 않다. 맞물려 있다. 그렇게 모든 경제정책을 겨냥해서 부자를 위한, 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으로, 계층분할적으로 보면 실패한다. 오히려 분배 정책도 역할을 할 수가 없어진다.
***"참여정부, 분배를 강조하긴 했으나 액션은 그렇지 않아"**
프레시안: 역대정부에 비해 노무현 정부가 분배에 관심이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강 의원: 초기에 분배를 강조하긴 했지만 구체적 정책으로 액션을 했냐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민노당에선 열린우리당을 좌파도 아닌데 좌파라고 한다고 하지않나.
빈부격차와 관련해서, 세계적으로 시장 경제의 흐름, 개방의 흐름이 국가간 경쟁, 기업간 경쟁을 증가시키는 쪽으로 세계경제가 가고 있다. 경쟁에서 우월한 나라, 기업, 개인들이 조금 더 유리해 진 것이 사실이다. 이때 나라 안에서는 경쟁에서 우월한 기업들이 잘 돼야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같이 살아남는 것이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맞았을 때, 그리고 선진국들은 이보다 5년쯤 전에 세계화가 본격화 됐는데 그 와중에 경기가 나빠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보다 지니계수가 반전되고 있다. 이것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프레시안: 관념적 논쟁이긴 하지만 참여정부 경제정책이 좌파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강 의원: 지금 좌-우파 논쟁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좌우파 논쟁과 한국 좌우파는 다른 면이 있다. 국내 좌우파 논쟁은 70, 80년대 좌우파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기 전, 소련이 살아 있고 독일 통일되기 전 좌우파 논쟁과 지금은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지금은 시장경제를 선택하지 않는 나라가 없다. 국내적으로 봐도 시장경제 이외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소위 성장과 분배에 중 어디에 강조점을 두느냐는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이에 정부가 적극적 역할 해야 하냐는 논쟁은 유익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 좌파라면 냉전시대, 북한 위협에 무력한 좌파를 떠올리는 가운데 벌이는 좌우파 논쟁은 백해무익하다. 국가발전에 도움이 안된다고 본다.
프레시안: 한나라당은 남미를 빗대 좌파 포퓰리즘 정권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강 의원: 10년 전 포퓰리즘은 남미에서도 생명력을 잃었다. 남미식의 포퓰리즘 갖고 정권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현재 남미가 아니라 과거 남미와 비슷하다는 말은 타당하지 않다. 일반 국민들의 머릿속에 과거식, 20~30년 전 좌우파 논쟁의 고정관념 찌꺼기가 상당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그런 말 안되는 논리를 악용하면 안 된다.
프레시안: 정부의 노동정책도 짚어달라. 당장은 비정규직 보호 법안도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강 의원: 정규직, 비정규직 간의 차별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비정규직 문제는 정규직에 대한 상대적인 임금격차, 고용 환경에서 발생한다. 임금격차 문제만 하더라도 대기업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 없이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이를 줄이기 어렵다.
프레시안: 노동 유연성 측면에서 보면 어떤가.
강 의원: 마찬가지다. 정규직에 대한 경직성 완화하면서 비정규직에 대한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상대적이다.
***“단기적 경기부양책 시급, 대가 감수 공감대 필요”**
프레시안: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결국 표결로 갈 수밖에 없는 문제로 보인다. 한쪽에선 재벌개혁 후퇴라고, 재계에선 미흡하다고 아우성이다.
강 의원: 국가보안법과 비슷한 문제다. 우리나라가 내용보다는 명분 싸움을 너무 많이 한다. 출자총액제도 내용을 봐야 한다. 내용이 많이 완화가 돼 있으면 서로 타협을 해야 한다. 보안법도 안보를 지키는 내용을 만들면 됐지 이름을 두고 안 두고를 두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은 후진적인 모습이다. 극복해야 한다.
프레시안: 카드대란과 관련해선 야당은 국정조사까지 벼르고 있다. 어떤 입장인가.
강 의원: 국정감사 기간에 정무위에서는 금감원을 상대로 규제 행정 차원에서 카드 정책을 살필 것이고 재경위도 제도 차원에서 나름대로 볼 것이다. 카드 문제는 우리가 기업 대출을 계획 없이 해서 기업 부실도 생기고 외환위기도 그렇게 생긴 것이다. 개인 대출이 어렵던 것을 카드로 개인 대출을 간편하게 하니 봇물이 터진 것이다. 우리는 겪어야 배운다. LG 카드는 완전 거덜이 날 정도로 가버렸는데, 그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해야 할 규율이 카드 회사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겪었으니 잘될 것으로 본다.
프레시안: 카드문제가 이제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고 보는 것인가.
강 의원: 카드 정책이나 회사 규제를 하는 것은 다 정비가 됐는데 문제는 경기다. 실업자나 영세한 상인들에 관한 카드 문제는 경기가 나쁘면 그 문제가 치유되는 데에 시간이 좀 많이 걸린다.
프레시안: 국민은행장이 새로 선출됐다. 간단한 평가와 당부의 말을 한다면.
강 의원: 그런 문제는 평가하고 싶지 않다.
프레시안: 국민은행 분식회계 사태와 관련한 관치논란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강 의원: 노코멘트. 관치는 무슨 관치….
프레시안: 경제 위기 해법의 단초는 어디서부터 찾아야겠나.
강 의원: 우리 경제가 거덜나거나 하는 큰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미래를 위해 좀 부드럽게 갈 것인가, 어렵고 힘든 코스로 갈 것인가 문젠데 감내할 수만 있다면 힘든 쪽으로 가는 것이 미래를 위해 나은 것인 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다 감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연착륙을 이끌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프레시안: 연착륙을 위한 방향 제시를 하자면.
강 의원: 장기적인 것은 여러 부문에서 개혁할 것이 있으니 열거하기 어렵고 단기적으로 연착륙하려면 대가를 감수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재정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려면 정부 부채가 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정부 부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해 경직적 사고방식 가지면 지난 일 년처럼 재정이 운용된다. 단기적으로는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길게 보면 경기가 어느 정도 살아나도록 해야 재정 건전성이 나아질 수 있다. 카드문제 같은 것은 경기가 계속 나빠지면 수습에 더 시간이 걸리고 그만큼 비용부담이 생긴다. 금리 문제도 한국은행이 물가 걱정을 하겠지만 유가는 한국은행 금리정책을 펼 때 변수로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 심각한 경제 상황이나 경기를 생각해서 미국처럼 신축성 있게 단기적으로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업도시 같은 것도 재벌 특혜 논쟁에 휘말리면 작동이 안 된다. 폭넓게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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