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11일 노무현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 “사과요구를 정면 거부해 탄핵의 정당성만 확인했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에 따라 양당은 이날 중 탄핵안 표결 처리를 강행할 방침을 더욱 굳히고 구체적인 전략 수립에 돌입했다.
열린우리당도 본회의장 농성을 계속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어 여야 벼랑끝 대치로 인한 긴장감은 극도로 고조돼 있다.
***한나라, “盧, 새로운 선거운동을 한 것”**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기자회견과 관련, “국가대사를 말의 유희로 무마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입당도 안하고 총선과 재신임을 어떻게 연계시키겠다는 것이냐”고 맹성토했다.
은진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러한 대통령을 모시고 사는 우리 국민이 불쌍하다. 대통령 특유의 무책임하고 비양심의 극치를 보여줬다”며 “진정한 사과를 통해 국정혼란을 수습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너무나 무참히도 짓밟았다”고 혹평했다.
그는 선거법 위반 발언에 대해 “제멋대로 해석하는 무서운 독선과 오만의 모습을 보이면서 그 책임마저 언론에 돌리고 있다”며 “김영삼 전대통령과의 비교는 명백한 아전인수격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총무단, 대변인단과 함께 국회 대표실에서 TV로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최병렬 대표는 중간에 자리를 뜨며 “개별적으로 얘기하지는 않겠으나, 사람 느낌이 다 비슷한 것 아니겠느냐”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
홍사덕 총무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총선은 정당후보와 정당에 대한 선거구민의 평가를 받는 자리지, 대통령의 신임을 묻는 정치의사가 아니다”며 “모든 국민이 진정한 사과를 바랬는데, 측근 친인척 변호하러 나왔느냐. 지금 새로운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홍 총무는 “파시스트 정권도 저렇게 안한다”며 “탄핵으로 가는 것이다. 대통령 말바꾸기엔 국민들도 신물이 났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탄핵안 표결 처리가 불가피해졌다고 보고 상임위별로 오찬 모임을 갖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어 막판 표 단속에 진력키로 했다. 이와함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저지방침에 대비한 표결처리 전략 수립을 위한 숙의를 거듭했다.
이미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관계없이 표결처리키로 방침을 정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의원들이 개인적인 판단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하는 일이 없기 바란다”고 강경론을 고수하고 있다.
홍사덕 총무는 “어제(10일) 8시로 탄핵선을 넘겼다”며 “열린우리당의 물리적 저지에 대해서는 같이 분노해달라”고 호소했다. 홍 총무는 “오후 2시부터는 어떻게 하는지 보게 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국회 문을 닫아걸면 그냥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행 의지를 천명했다.
표결 강행 방법에 대해 최 대표는 “경호권을 공식적으로 요구했으니 두고보자”고 박관용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홍사덕 총무는 경호권 발동 요구에 박 의장이 명확한 입장 표명을 보이지 않은 데 대해 “국회의장이 해결하지 못하면 국회 수장으로서의 직위를 당장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추미애, “대통령 상황판단 잘못, 표결에 반영하겠다”**
민주당도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과 관련 “탄핵의 정당성을 다시한번 보여줬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영환 의원은 “약을 기대했는데 독을 줬다. 물을 부어 불을 꺼야 하는데 기름을 부은 격이다”며 “사과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총선과 재신임을 연계한 것은 가장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총선에 개입하겠다는 말이고 중립의무 준수를 권고한 선관위의 경고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며 “탄핵의 정당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고 말했다.
추미애 의원도 “대통령이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있다”며 “국회가 대통령에게 맞짱뜨는 식으로 한수씩 더 나가면 국정불안만 야기된다는 것이 내 우려였는데, 그러나 대통령이 오히려 선거 개입에 대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며 중앙선관위 경고를 정면 반박해 상황이 달라졌다”고 탄핵안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추 의원은 “그대로 두면 국정을 파탄 낼 것이고 국회에서 냉정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며 “표결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김경재 의원은 노 대통령이 자신이 제기한 ‘삼성그룹 접촉설’을 거론한데 대해 “그동안 묵묵부답 하더니 변명거리를 만드느라 한 것 같다”며 “안희정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내가 당시 노 대통령을 찾았을 때 누구를 꼭 지명할 필요가 없었다”고 안희정씨를 삼성자금 수령자로 지목했다.
한화갑 정균환 의원 등도 “문제를 악화시켰을 뿐이다”, “측근비리 변호하러 나온 사람 같더라” 등 혹평 일색이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표결 가부를 재검한 결과 1백80석을 충분히 웃도는 의석을 확보했다고 자신하며 “정치적 탄핵은 이뤄졌으며, 남은 절차는 표결 뿐”이라고 불퇴전의 의지를 확인했다.
민주당은 자체 파악한 결과 반대의사를 분명히 밝힌 설훈 박종완 김기재 의원을 제외한 비서명파 상당수가 찬성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이후 추미애 의원이 찬성표를 던질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데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우리당, 육탄저지 불사**
한편 열린우리당은 박영선 대변인은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솔직하고 성실하고 설득력 있는 회견이었다”고 평가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이 총선 결과를 존중해서 이를 심판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것은 정치안정을 위한 결단으로 받아들인다”며 “한민 공조세력은 탄핵안을 철회하고 총선에서 심판받을 각오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원내부대표도 “대통령이 앞으로 선거법을 위반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것은 야당에 긍정적 메세지를 보낸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부대표는 이어 “야당이 우려하는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논의를 위해 대통령과 4당 대표의 회담을 주선하겠다”고 말했다.
김 부대표는 “탄핵사태에 대한 국민의 심려와 불만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해결에 노력하겠다”면서도 “그러나 본회의 상정을 막겠다는 원내대책에는 변함이 없다”고 표결 불가 입장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야당이 표결 강행의사를 천명했고, 표결 시 부결을 자신할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47명 의원 중 구속중이거나 외유중인 5명을 제외한 42명 전원을 본회의장에 소집해놓았다.
김근태 원내대표는 “다수의 횡포에 의해 이루어지는, 합법의 외형을 갖고 있지만 민주주의 근간을 파괴시키는 망동에 대해 우리는 국민과 더불어 실력으로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확인한다”며 일전을 벼르고 있다.
정동영 의장은 “총선이 끝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운명을 같이하게 될 것”이라며 “그동안 정치적 매춘행위를 넘어 이제 사실상 부부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민 탄핵공조를 비난했다.
우리당은 오후 1시 의원총회를 열어 저지계획을 논의하고 저지조를 편성키로 하는 등 육탄으로라도 야당의 표결처리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당은 본회의가 시작되면 당내 유일한 여성의원인 김희선 의원을 의장석에 앉히고, 주변을 의원들이 스크럼을 짜 야당 의원들의 접근을 막기로 했다. 이에 따라 탄핵안 표결 시한인 12일 오후 6시27분까지 열린우리당은 의장석 등 본회의장을 점거, 표결처리 없이 탄핵안을 폐기시킬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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