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3백51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라크파병반대비상국민행동(이하 국민행동)은 23일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이 이번 파병 결정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파병에 따른 책임을 한나라당에 묻겠다”며 최병렬 대표에 대해 면담 요청을 수락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국민행동은 22일 열린우리당 김근태 대표과 면담한 데 이어 오는 24일 민주당 박상천 대표와 면담이 예정돼 있다. 최병렬 대표는 그러나 바쁜 일정을 이유로 이들의 면담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고 국민행동은 밝혔다.
한편 김근태 대표는 이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내외 상황을 모두 고려하고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향후 발전 등을 심사숙고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파병논의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국민행동은 23일 논평을 발표,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정부에 책임 떠넘기기’식으로 일관해온 한나라당의 태도를 비난했다.
국민행동은 “한나라당은 국회 과반수를 넘게 점하고 있는 원내 제1당이며 이번 파병 결정에 대한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이후 파병에 따른 책임을 우리는 한나라당에 물을 수 밖에 없다”고 책임 소지를 분명히 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파병 논란에 대해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하며, 국민적 우려에 대해서도 성의있는 답변을 해야한다”는 게 국민행동의 주장이다.
이들은 또 최병렬 대표가 20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이번 파병은 평화유지군으로 가는 것과 성격이 달라 우리 아들들이 목숨을 바칠 것을 각오하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전지로 떠나는 우리 아들들에게 확실히 하는게 옳다”며 “따라서 당론으로 가야한다는 게 내 생각”이라고 밝힌 점을 지적하며, 한나라당이 ‘파병 찬성’을 당론으로 결정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국민행동은 “파병 찬성을 당론화하려는 것은 현재의 이라크 상황, 국제적 정세, 국민적 논란 등을 감안한다면 무책임하고 성급한 결정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면서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당론을 방패삼아 개별 의원들을 보호하려는 의도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한나라당은 이제라도 다양한 의견의 국민들과 논의하는 자리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며 국민행동 대표단과의 면담에 응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김근태 “신당 정체성 고려,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
한편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22일 국민행동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전투병 파병에 대해 국내외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향후 발전도 중요하니, 이러한 것들을 심사숙고해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당이 평소 '평화개혁정당'을 표방했다는 점에서 우회적으로 파병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당내 일부 친노성향 의원들은 노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 대통령의 파병결정은 수용하되, '비전투병 파병'을 당론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김 대표는 “이라크 파병 건에 대해 이미 당내에서 두세차례 격론이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당론으로 공식적 입장을 발표하는 것이 부족했다”면서 “이번주 금요일(24일)에는 당론을 결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국민행동 대표단들은 “개혁을 표방하는 우리당(통합신당)에 부응하는 당론을 내놓길 바란다”며 파병 반대를 당론화할 것으로 요구했다. 또 “정부의 외교.국방라인은 국회비준이 통과되지도 않았는데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들이 대통령에게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궁지로 몰아넣어 외교에 경험이 부족한 대통령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도록 부추긴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제동’이 필요한 시점이며 통합신당이 그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성호.송영길 의원도 적극적으로 “파병 반대” 주장**
이 자리에 함께한 김성호 의원은 “24일 금요일에 우리당(통합신당)의 당론을 발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당(통합신당)은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햇볕정책을 승계하고, 국제분쟁에 대해서는 평화적 해결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다. 우리당(통합신당)의 존재의의는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송영길 의원도 “노 대통령이 귀국해 전화받고 당론을 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당내에서 올바른 방향이라고 논의된 결론으로 대통령도 견인하고 협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속한 결정을 김 대표에게 촉구했다.
송 의원은 “파병하는 그 순간 노무현 대통령의 의미는 사라지게 되며 우리당(통합신당)도 마찬가지”라면서 “단 한명의 이라크인이 죽더라도, 반대로 단 한명의 우리군이 죽더라도, 이러한 충돌이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가 그동안 아랍민중들에게 쌓은 신뢰를 모두 허물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민족자주가 결여된 정치개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허망한 결의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1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면담에는 우리당(통합신당)에서는 김근태 대표, 송영길, 김성호 의원이 참석했으며, 파병반대국민행동 측에서는 홍근수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상임대표, 김종일 전국민중연대 자주평화위원장,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박순성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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