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완상 전 통일부총리가 20일 한.미정상회담과 관련 “2차 북핵 6자회담을 앞두고 북핵 해법에서 전향적 내용이 없다”며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 전부총리는 '햇볕정책'이란 말을 최초로 만든 인물로, 김영삼정부시절 통일부총리, 김대중정부시절 교육부총리를 역임한 거목인 까닭에 그의 비판은 앞으로 노정부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왜 남북갈등 격화시키는 방법을 선택하나”**
한 전부총리는 이날 저녁 CBS라디오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양국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라크 추가 파병을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익’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가 부시 미 대통령으로부터 “다자틀 내에서 안전보장을 문서화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얻어낸 것을 성과로 꼽는 것에 대해 “북에서 볼 땐 다자틀 내 안보보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 전부총리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중국, 러시아, 일본, 남한 이런 다자 속에서 선제공격할 곳은 워싱턴밖에 없는데 워싱턴 당신이 체제 보장해야지 왜 선제공격 의지가 없는 중국, 러시아까지 넣어서 얼버무리느냐 이런 생각을 한다”며 “그래서 들러리 서 준 듯한 우리 정부에 섭섭하고 남북관계 개선에 희망이 밝아져야 할텐데 그렇게 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다자틀’을 강조하는 것이 내년 대선을 앞둔 정략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북한과의 양자틀을 강조해 회담에서 실패하면 내년 대선에 어려워지니 다자틀 속에서 해 안될 경우 데미지를 다른 쪽으로 나눌 가능성 있어 얘기하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 전부총리는 게다가 정부가 이라크 파병 결정을 내린 것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할 때 더욱 이번 정상회담은 ‘실패작’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선 파병 결정 자체가 북한과의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평양의 입장에서 보면 이라크와 함께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미국 정부 입장에 동조해 전투병을 파병한다면 북한이 이를 민족 공조를 높이는 것으로 보겠냐”는 것이다.
그는 “이는 냉전시대 악순환이었던 한미동맹이 민족 갈등을 격화시키는 쪽으로 가는 것이며, 윈-윈(win-win)이 아니고 선택할 바람직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의 외교역량 안타까와"**
그는 특히 이번 정상회담 후 발표한 양국 공동발표문에서 “한국 정부가 파병 시기, 규묘, 형태 등을 ‘독자적’으로 판단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독자적’이란 표현이 빠진 것에 대해 “결국 미국 입장만 재확인한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그는 “한미정상회담 담화문에는 독자적이란 말도 없고 인도적 관점에서 보낸다는 언급도 없다”며 “이걸 보면 결국 전투병이 갈 거라는 두려움이 생긴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결국 지난번 발표는 국내여론을 호도하고 또 한번 저자세 외교를 하는구나라는 두려움도 생긴다”고 말했다.
한 부총리는 또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부시 대통령과 태국 탁신 총리와의 정상회담과 비교하며, 미국측이 “군대를 파병하기로 선언하고 만난 대통령에 대해 조금 더 고려한 흔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같은 점을 볼 때 그는 “참여정부의 외교역량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왜 자기를 대통령으로 밀어준 국민들의 개혁의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나. 더군다나 김대중 정부 5년 동안 줄기차게 추진해온 햇볕정책을 심화시킬 절호의 찬스를 놓치고 한미공조와 남북공조를 동시에 추진해 탈냉전 시대에 새로운 외교 성과를 올릴 기회를 스스로 놓치는가”고 반문했다.
***“파병 하면 국제적으로 고립될 것”**
한 전부총리는 남북관계 뿐아니라 명분, 실익을 고려했을 때 “전투병 파병은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엔 결의하에 다국적군이 아닌 평화 유지군으로 가면 좋은데, 다국적군으로 가더라도 의료, 건설에 필요한 공병으로만 가는 것은 명분이 다소 있으니 북한도 긴장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이 북한에 대해 새로운 정책, 즉 '악의 축'이 아니라 '선린의 축'이라는 선언을 한 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이라크에 의료 봉사대나 공병대가 간다면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에 효과가 있다”며 “이런 쪽으로 정책적 선택을 해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 전부총리는 만약 미국의 요구대로 전투병 파병을 결정한다면 국민적 반대 뿐아니라 그간 펴왔던 친아랍정책 성과를 무너뜨리고 국제적으로도 고립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라크 국민들이 파병에 적대의식을 가지고 있다”면서 “전통적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나라가 대중동정책에서 친아랍정책을 줄곧 펴왔는데, 이번에 파병은 전통적인 친 아랍정책에서 얻었던 실리가 과연 지속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간다”고 지적했다.
한 전부총리는 또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국제적 동향에 대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지지했다지만 독일 -러시아는 전투병 파병 안한다고 하고 비용 분담은 거부하고, 터키는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지원받고 파병할 듯하다가 내부 여론으로 주춤하고 있고, 오늘(20일)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이 파병 거부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하는 명분 없는 전쟁에 우리가 전투병을 파병할 이유가 없다”고 거듭 전투병 파병 반대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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