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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나 사라진 '독자적'이란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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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만나 사라진 '독자적'이란 표현

'국내여론 호도용'이었나, 라종일 "표현이 너무 강해서"

지난 18일 이라크 추가 파병 부대의 규모, 성격, 형태, 시기 등을 '독자적'으로 결정하겠다던 정부가 불과 이틀 뒤인 20일 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서는 '독자적'이란 표현을 빼, 이 표현이 '국내여론 호도용'이 아니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라종일 "독자적이란 표현이 너무 강하지 않나"**

지난 18일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 사실을 밝히면서 정부가 발표한 3개항의 발표문에는 "파병 부대의 성격, 규모, 형태, 시기는 미국의 요청을 고려하되 국민 여론의 지속적 수렴, 제반 현지조사단의 조사 결과, 국군의 특성과 역량을 종합 검토하여 이라크의 평화정착과 재건 지원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독자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불과 이틀뒤인 20일 조찬을 겸해 태국 방콕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발표된 양국 공동 언론발표문에서는 '독자적'이란 표현이 빠졌다. 이날 발표문은 "노 대통령은 파병부대의 규모와 성격 및 형태와 시기 등에 대해서는 국내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하면서 현지 조사단의 조사결과와 우리 군의 특성 및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만 돼 있다.

하지만 분명 이날 아침에 사전배포된 언론 설명 자료만 해도 분명히'독자적'이란 표현이 담겨 있었다. 외교관례를 깨고 공동보도문 발표가 3시간여나 지연됐던 것이 바로 이 '독자적'이란 표현을 빼라는 미국측 압력 때문이었고, 결국 이같은 압력에 굴복한 게 아니었냐는 의혹을 낳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라종일 보좌관은 이같은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독자적이란 말에 레저베이션(단서)이 조금 있을 수 있다. 표현이 너무 강하지 않나"고 말해 미국측 압력에 밀렸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이틀 전에는 다른 소리**

라 보좌관은 "미국과 협의도 해야 하고 국내여론과 정치권 동향 등 여러가지 요인을 감안해 우리가 결정한다는 의미"라면서 "너무 표현에 매달리지 말라"고 이해를 구했다.

라 보좌관은 그러나 지난 18일 파병 발표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는 '독자적'이란 표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독자적이라는 표현이 좀 지나친가. 미국과 협의를 거치겠으나 궁극적 결정은 우리가 스스로 한다는 뜻이다. 미국과의 협의가 유일한 요소가 아니고, 다른 요소도 있다는 것을 참작해달라"며 파병을 '독자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었다.

라 보좌관은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요구한 게 있나'는 질문에 "파병 성격과 규모, 시기, 편성 등에 대해선 앞으로 협의한다는 것 외에 다른 말이 없었다"고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따라서 당초 청와대가 파병 결정을 발표하면서 넣었던 '독자적'이란 표현은 단순히 국내여론 호도용에 불과한 게 아니었냐는 비판이 강력히 일고 있다.

***"美에 '파병 친서' 전달한 일 없어"**

한편 라 보좌관은 '지난 12~14일 방미시 이라크 파병을 북핵 문제와 연계시키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의 친서를 미국측에 전달했다'는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 주장에 대해 "그런 일 없다"며 부인하면서 '친서' 전달여부에 대해서는 '외교관례'를 내세워 명쾌한 답을 회피해 빈축을 샀다.

라 보좌관은 "친서같은 외교적 사안에 관해선 관례상 밝힐 수 없다는 원칙을 이해해 달라"며 "지난 12~14일 저의 방미 때 우리 정부가 미국에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어떤 결과도 사전에 통보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 정부가 국가의 위신이나 국민에게 부끄러운 일을 한 일이 없다"며 "현안이 이렇게 많은 두 나라 정상 사이에 친서가 왔다갔다 한다고 할지라도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닌데 이런 것이 왜 문제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시 '先 핵포기' 입장에 盧도 수긍"**

라 보좌관은 또 이날 6자회담에서 관심을 모았던 북핵 6자회담과 관련된 성과는 부시 대통령이 '선(先) 핵포기, 후(後) 체제 보장'이란 기존 입장을 공식 문서화해 줄 수 있다고 밝힌 것에 불과하다는 혹평에 대해 "새로운 점은 미 행정부 최고 수반인 대통령이 직접 말했다는 것"이라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라 보좌관은 이어 "두 정상이 차기 6자회담에서 진전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연구하자는 것도 의미가 있다"면서 "일종의 모멘텀 조성에 기여하겠다는 것을 정상차원에서 언급한 첫 사례"라고 강조했다.

라 보좌관은 '다자틀 내 안전보장에 대해 북한은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 노 대통령도 동의했냐'는 질문에 "일단 미국측의 설명을 청취했으며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취했다는 말이 수긍했다는 뜻과 같은가'는 질문에 "수긍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라 보좌관은 '선(先) 체제보장을 주장하는 북한이 부시 대통령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엔 "다음 6자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또 6자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협의해야할 문제 아니겠냐"고 즉답을 피했다.

라 보좌관의 일문일답을 종합해 볼 때 역시 얻은 것은 별로 없었던 회담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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