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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에서의 균형외교, 남북관계 개선으로 시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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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사이에서의 균형외교, 남북관계 개선으로 시작해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한반도포커스'] 제25호 <5>

박근혜 정부는 외교적 여건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범했다. 미국과 중국의 새로운 정부 출범으로 미·중 관계의 새로운 틀이 주조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입지는 별반 넓지도 안정적이지도 못했다. 더욱이 북한은 박근혜 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잇달아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한반도의 위기지수를 고조시키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지난 5월 초 미국을 방문하여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을 채택하고,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외교기조에 대해 미국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시의적절하고 성공적인 외교 행보의 산물이었다. 이어 6월 말에는 중국을 방문하여 기존 한중 간의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내실화하는 데 합의했다. 또한 이를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마련했다. 한중관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그 결과 박근혜 정부는 전반적으로 출범 당시보다 한반도 정세와 주요국인 미국, 중국과의 관계를 비교적 이른 시기에 안정화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성과를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의 외교역량이 가져온 효과로 환원하기는 어렵다. 미국이 국내 정치 사정, 외교관계의 우선순위 등으로 직접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대북정책 주도권을 한국에 넘겨준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지난 6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직후 박근혜(왼쪽)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리고 중국이 한국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적극 지지하고, 북한 비핵화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은 의미 있지만, 이 또한 기존 입장에서 크게 벗어난 새로운 변화는 아니었다. 더욱이 앞으로 중국이 한국의 기대대로 북한에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압박할 것이란 기대도 단지 희망적 사고에 불과하다. 중국이 미·중 관계 차원에서 북한문제를 사고하고, 한국과의 관계 설정을 고려·조율하는 면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박근혜 정부의 외교성과는 미국의 상대적 방치(relative negligence)가 가져온 한국의 확대된 외교적 공간, 그리고 지난 6월 미·중 정상회담 시의 중국의 '신형대국관계' 수립 표방이라는 대외여건을 적절하게 활용한 결과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한미 및 한중정상회담을 통한 박근혜 정부의 북핵 및 대북정책 관련 대미외교 및 대중외교의 성과와 의미를 살펴본다. 그리고 이와 관련 한미, 한중관계에는 향후 어떤 도전과 기회 요인이 있는지를 알아보며,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 및 전략적 고려사항에 대해 간략히 짚어 본다.

I. 대미, 대중외교의 성과와 의미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 60주년을 기념하여 한반도 미래상과 경제협력, 양국 국민 관계 발전, 동맹역할 확대 등을 포함하는 공동선언을 채택했다. 기존의 한미동맹 관련 성명이나 선언보다 진일보한 한미동맹의 비전을 제시하고, 한미동맹이 '신뢰동맹'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한국이 대북정책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와 공감을 얻어낸 것도 큰 성과임을 부인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간의 혼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고 정책 공조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북한의 한미 이간 전술을 차단하고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미 관계 진전이 불가능하다는 한미 간의 정책 공조를 선언하는 메시지가 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에 이어 한중정상회담에서도 적잖은 성과를 거두었다. 박 대통령은 마음과 믿음을 쌓아가는 여정이라는 심신지려(心信之旅)를 방중 슬로건으로 내걸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 내실화라는 새로운 한중관계의 로드맵을 마련했다. 그리고 정치, 안보분야에서의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특히 중국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냈다. 물론 중국은 한국의 북핵 불용 입장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동조를 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실현이 한중 간의 공동이익에 부합하고,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및 세계평화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공감했다.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과의 협력 가능성을 높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와 같이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에 미국, 중국과 동시에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와 기반을 조성함으로써 외교 분야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다. 박 대통령의 대미외교와 대중외교의 핵심을 요약한다면 연미화중(聯美和中)으로 칭할 수 있다. 곧 미국과의 전통적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G2의 한 축으로 부상한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처음에는 미·중이라는 초강대국의 틈새에서 과연 균형외교가 가능하겠느냐는 비관론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조성된 대외여건을 시의 적절하게 활용하여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서도,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도 의미 있는 협력관계를 만드는 성숙한 전략적 접근을 보여주었다.

II. 대미, 대중 외교 현안과 과제

그러나 위와 같은 박근혜 정부의 대미, 대중외교의 일정한 성과와 의미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를 비롯하여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 원자력 협정, 전시작전권 이양 등 당면한 현안과 과제도 만만치 않다. 한편 북한이 중국에 대해 갖는 지정학적·전략적 가치를 감안할 때, 중국이 한국의 희망대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고대사 문제, 서해 상에서의 어업 분쟁, 한중 FTA, 북·중 경협, 한반도 통일에 대한 관점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한중협력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박근혜 정부는 이와 같은 과제와 도전 요인들을 슬기롭게 조정·극복할 비전과 정책 대안을 마련하면서 대미, 대중 외교의 성과를 확대·심화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당장은 한미정상회담에서 공유된 대북정책 관련 정책 공조의 굳건한 유지를 통해 북한의 한미 이간 전술을 차단해야 한다. 한미 간의 확고한 정책 공조를 통해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 전략을 막는 것은 물론, 북한에 협상 지연 및 한미 이간 전술 구사의 여지를 줄 수 있는 비핵화와 비확산의 분리 추진을 막아야 한다. 미국이 이런 접근 방식을 채택하지 않도록 한국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한편 중국이 북핵 문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통일과정에서 건설적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여 일련의 과정에서 확실한 지지세력이 되도록 한중정상회담의 성과를 한층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중국은 한미동맹이 광역화되고 가치동맹화되면서 중국을 포위·견제하는 동맹으로 전환되는 것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때문에 한국은 한미동맹의 주 대상은 어디까지나 북한이며 결코 중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를 성의 있게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부상 및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의 국면에서 한국이 미·중 양국 가운데 어느 일방을 양자택일 식으로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는 구도는 한국의 국익과 안보에 있어서 치명적이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한미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공존과 조화를 기할 수 있는 지혜와 정교한 전략을 구비해야 할 것이다. 그 일환으로 중국이 주재하고 있는 6자회담 틀을 동북아 다자간 안보기구로 격상시키는 논의를 다시 시작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국제적 위상 제고라는 자국의 목표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사실 동북아 4강 중 남북한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지난번 중국의 박 대통령에 대한 환대도 동북아 질서의 재편이라는 구조적 틀의 변화 속에서 한국의 전략적 필요성 제고와 한국이 중국의 3대 교역국 중 하나라는 점에 기인한 바 크다.

이처럼 양국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물론 경제면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이해를 공유하고 있다. 이 점에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을 포함한 역내 협력의 분명한 전략목표를 공유하고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한국이 역내에서 G2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적절한 전략적 목표를 공유하고 신뢰를 강화하지 못한다면, 이는 고스란히 한국에 외교적·안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중한 판단과 고려로 한미협력과 한중협력의 조화와 균형을 기하는 한편, 동북아 경쟁구도의 심화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정립하도록 해야 한다.

III. 한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전략

앞서 박 대통령의 대미, 대중외교의 핵심을 연미화중 전략이라고 지적한바, 문제는 어떻게 이를 현실 외교의 장에서 적절하게 구현하느냐이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 및 중국의 부상, 이로 인한 아시아와 한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경쟁구도 사이에서 한국이 양국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 여하히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고, 나아가 한국의 고유한 역할을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 단순 비교는 가당치 않지만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놓인 남북한 모두 그와 같은 균형외교의 숙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것이다.

주지하듯이 북한 역시 자신의 탈냉전기 대외관계 설정에 있어 핵심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을 향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북한이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미국에 관계개선의 강한 신호를 보내는 것은 북한이 미국과 중국 간에 존재하는 견제와 경쟁의 측면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이중전략으로 볼 수 있다. 오늘날 북한은 중국이 우려하는 미북 간의 전략적 담합 가능성을 내비침으로써 중국의 대북지원을 확보하고, 미국이 우려하는 핵확산에 대한 협력 의사를 내보임으로써 한반도 평화협정 내지 북·미 관계 개선을 교환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북한의 '양다리 외교'는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이 협력하는 구도보다는 미·중이 갈등하거나 상호 견제하는 상황에서 그 효과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미·중 협력 구도에서는 북한이 소외 또는 부차적 대상이 되거나 북한의 독자적 공간이 축소될 수 있다. 2010년 천안함 사태를 계기로 미·중 양국이 부딪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아시아 중시 정책과 동맹체제 강화를 시도해 왔다. 북한은 이와 같은 상황에 우려의 눈초리를 보내는 중국의 전략적 이해와 입장을 누구보다 잘 간파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북한은 대미, 대중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하여 자신의 독자적 공간을 확보하고, 양자를 적절히 활용하여 북한의 전략적 가치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미·중대립 구도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는 상승될 수는 있으나, 균형외교는 구사되기 어렵고, 양자택일적 상황 속에서 한국의 국익과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는 딜레마적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은 오히려 미·중대립 구도를 완화하고 미·중 간의 협력 구도를 만들어 가는 데 주도적이고 건설적인 균형외교를 전개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그런 점에서 연미화중은 미·중 양 강대국 사이에서 양자택일의 딜레마 상황에 처해 취하는 양다리 걸치기 식의 기회주의적 접근을 넘어서는 전략이다.

연평도포격사건 이후 한미서해합동훈련에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한 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반도는 하위 동맹국 간의 대립과 분쟁이 미·중 간의 대립과 충돌로 비화될 수 있는 미·중 간 경쟁 및 견제의 초점이다. 다시 말해 한반도가 미국의 아시아 회귀정책과 중국의 부상이 격렬한 형태로 부딪히는 발화점이 될 수 있다. 물론 미·중 양국은 남북한 간의 대립과 분쟁이 미중 간의 격돌로 치닫는 연루 사태를 극구 피하고자 한다. 따라서 한국이 진전된 남북관계와 미국, 중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미·중 간의 충돌을 막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동북아 강대국 정치에서 한국이 질서 안정자 내지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는 것도 단순한 수사만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선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의 확대, 심화를 통해 한국이 남북관계에서 채널과 이니셔티브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대북 이니셔티브 확보를 위해 북한 외교 목표의 핵심인 북·미 대화 및 북·미 관계 개선을 한국 정부가 적극 권장하고 주도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한반도문제 해결의 도정에서 한국의 역할은 하나의 독립변수가 될 수 있다. 그리하여 남북관계-북·미관계-한미관계의 선순환 구도를 한국이 창의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선순환 구도가 중국의 동참을 끌어낼 수 있는 동기와 유인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미가 표방하고 있는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목표는 중국 역시 공감하는 부분이다. 솔직히 미국으로서는 적절하게 통제될 수 있다면 불량국가 북한의 존재나 북핵이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삼각동맹 및 MD 체제 구축을 위해 별로 나쁠 것이 없다. 그러나 한국은 북핵의 최고 피해자이며, 중국 또한 대외관계에 있어서 북핵은 큰 부담이다. 더욱이 미국이 주도하는 MD는 중국에 안보 면에서 압박이자 위협이다.

그리고 한중 양국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깨뜨릴 수 있는 북한의 '불량아' 역을 관망할 여유가 없다. 그러므로 한중 양국이 미국에 비해 더 절실한 문제 해결 의지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중국은 비핵화를 위한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개선, 그리고 미국의 6자회담 참여 독려에도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다. 이 점은 북핵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한국과 중국이 정책 공조를 펼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공조를 유지함과 더불어 중국에도 한국이 한미동맹을 통해 중국을 포위하는 '완장'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만들어가는 믿음직한 호혜적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나아가 미·중의 경쟁을 동북아의 협력관계로 전이시키는 데 한국이 조정 또는 선도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한미관계와 한중관계 간의 긍정적 상승작용 구도를 창출해 나가는 것이 박근혜 정부에게 주어진 숙제라고 하겠다.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소장 이수훈)가 발행하는 <한반도포커스> 2013년 9·10월호(제25호)에 실린 글입니다. 이번 호의 전체 주제는 '박근혜정부 6개월 평가 : 기대와 우려'입니다.

* 원제 : 박근혜 정부의 대미, 대중외교의 평가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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