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내란예비음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통합진보당 관계자, 민주노총 관계자 등 10여명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영장이 집행됐다. 일부 당직자들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된 것으로 알려졌다.
차경환 수원지검 2차장검사는 "국정원이 2010년부터 압수수색 영장 집행 대상자들의 내란예비음모, 국보법상 찬양, 고무 혐의에 대한 내사를 벌여왔다"고 했다.
형법 87조에 의하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죄'가 내란죄다. 이에 따르면 이 의원 등이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시킬 목적으로 폭동을 계획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정원과 검찰은 구체적인 범죄 혐의는 "수사 중인 사항"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2010년부터 진행해 온 내사라면, 이 의원이 지난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의 행위가 문제가 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의원은 소위 '경기동부' 출신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 의원은 한국내 '지하 혁명조직'을 활용해 통합진보당의 국회 진출을 도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의원은 2004년부터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통합진보당 당원 등이 참석한 비정기 회합을 진행했으며, 북한이 한국을 침략할 경우 과거 '빨치산'처럼 파출소와 무기저장고 등을 습격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직 국회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공안 사건은 정권의 성향과 권력기관의 판단, 정치적 분위기에도 크게 영향을 받아왔다.
통합진보당은 "청와대가 직접 지시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심하지만, 확인 되지는 않았다. 다만 이석기 의원 등에 관한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은 이랬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은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이 자진해 국회의원직을 내려놓지 않으면 국회가 제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은 정치인생 내내 '국가관'을 무척 강조했다.
새누리당도 비슷해 보인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바로 지금 이 자리에도 대한민국의 적이 있는 것은 아닌가 되묻고 싶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첫 대정부질문 자리였다. 이석기 의원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민주당은 이 문제로 김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27일 발의했다.
국정원은 보다 적나라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원장 재직시절 "종북 좌파 40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다"고 말한 게 뒤늦게 밝혀져 최근 논란이 됐다. 남재준 현 원장은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관련 국회 국정조사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 논란을 "대북 심리전에 대한 오해"라고 일축했다.
국정원이 압수수색을 단행한 시점도 의심을 산다. 박 대통령에 대한 민주당의 요구사항 중엔 남재준 원장 해임과 국정원 개혁이 있다. 또한 검찰은 26일 원세훈 전 원장의 혐의에 대해 "피고인(원 전 원장)은 그릇된 종북관에 따라 근거 없이 무차별적으로 야당 정치인에 대해 종북 딱지를 붙이는 신종 매카시즘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무분별한 국정원의 종북 매카시즘이 궁지에 몰리자 공안사건을 터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 법 하다.
그러나 통합진보당과 거리를 둬 온 민주당은 조심스러운 눈치다. 종북 논란에 한데 엮이기 싫어서다. 배재정 대변인은 "민주당은 국정원이 국회까지 들어와 현역 의원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이는 현 사태를 매우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국정원이 앞장 선 종북 공안 몰이가 거칠어 질 수 있다. "종북 얘기할 때 반론하는 분은 종북세력과 가까운 분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새누리당 이장우 의원)는 게 집권세력의 일반화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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