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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성산배수지 건설 공청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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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 성산배수지 건설 공청회 열려

주민 1천여명 참석해 높은 관심, 바람직한 대화 모델

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성산배수지 건설과 관련해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성미산지키기주민대책위원회가 건립 여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마포구 주민들을 대상으로한 성산배수지건설공사 공청회가 열렸다.

성산배수지는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가 성산동, 망원동 등 성미산 인근 7개 동에 수도를 공급할 목적으로 성미산에 건설할 계획으로 올해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주민들이 성미산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배수지 건설을 반대해 왔다.

<사진1>공청회장

***성산배수지, 서울시 “필요하다”, 대책위 “필요없다” 팽팽히 맞서**

지난 17일 마포구에 위치한 경성고등학교에서 열린 공청회에는 지역주민 1천여명이 참여해 서울시와 대책위간의 열띤 공방을 지켜보며 활발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첫 번째 주제인 성산배수지 건설 관련, 서울시측은 상수도사업본부 유재룡 시설부장이 나서 현재 마포지역 성미산 인근 7개동에 안정적인 수도 공급을 위해 성산배수지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부장은 특히, 상암동에 부도심이 개발되고 있는 시점에서 인구의 증가와 상수도 수요의 증가를 고려해 성산배수지가 반드시 필요한 시설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책위측 주제발표를 맡은 최승일 교수(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부)는 “현재 성산배수지 건설은 10년 전에 예측한 상수도 수요량에 따른 공급계획에 의한 것”이라며 “그 당시 예측에 비해 수요량이 줄어들어 배수지 건설계획을 전체적으로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성산배수지 건설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교수는 “공학적 경제적 가치와 환경적 가치가 충돌했을 때, 환경적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서울시는 좀 더 설득력 있는 자료를 갖고 주민들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공사 통해 더 좋은 산림 조성”, 대책위 “자연 그대로의 생태계가 진짜 자연”**

두 번째 주제인 성미산의 생태계 복원 문제도 서로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서울시 박인규 조경과장은 “현재 성미산의 생태계는 아카시아나무 군락으로 조성돼 있고, 물이 없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기에 적당하지 않은 상태”라며 “배수지 공사 후 친환경적인 공법을 통한 생태계 복원을 통해 성미산을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으로 가꿀 계획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책위측의 이은희 교수(서울여대 환경생명과학부)는 “배수지를 짓고 그 위에 복토를 해도 그 지역은 ‘땅’으로 볼 수 없다”며 “현재 성미산은 녹지 공간이 부족한 마포 지역에 거의 유일한 자연생태녹지 공간”임을 강조했다.

<사진2>공청회 패널

1시간 30분여의 주제발표가 끝난 뒤에는 패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현재 성산배수지 건설 필요성 설득력 부족해”**

구자용 교수(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는 “시스템 공학적으로 배수지의 건설은 필요한 것이지만, 현재 서울시가 제시하는 자료만으로는 반드시 성산배수지 건설이 필요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며 “서울시는 더욱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논의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대책위 권규대 정책팀장(변호사)는 “지금까지 마포지역 주민들이 어느 정수장의 물을 먹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 논란을 통해 강북정수장의 물을 백련, 와우 배수지를 통해 이미 공급받고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다”며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를 비판했다.

권팀장은 또 서울시가 상암부도심 개발계획을 근거로 성산배수지의 필요성에 대해 주장하는 것에 대해 “상암 부도심의 수도 수요량 예측이 일부 전문가와 서울시의 예측이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며 “상암 부도심 개발 계획이 확정되면 그 상황에 맞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제일엔지니어링 이운란 이사는 성미산의 생태복원에 대해 서울시와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이이사는 “현재 성미산이 아카시아나무 밖에 자랄 수 없는 척박한 토양구조 이므로 조경계획을 통해 참나무 숲을 가꾸는 등 대대적인 정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생태계 복원은 오랜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김재현 교수(건국대 산림자원학과)는 약간 다른 견해를 보였다. 김교수는 “배수지 공사와는 상관없이 성미산 생태계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현재 서울시의 계획처럼 배수지 공사를 하고 인공식재를 통한 복원 방식은 오히려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일 수 있다”며 “생태계 복원은 일순간에 땅을 뒤엎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생태계가 변화에 적응해 가는 시간을 주면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3>공청회장 밖

주제발표와 패널들의 토론이 끝난 뒤에는 주민들의 질의 및 의견개진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성미산 밑에서 40년을 살았다는 임덕희씨는 “아카시아나무를 심으면 그 밑에 식물이 안자라 범죄를 막기 위해 심은 것”이라며 “성미산은 자연이 아니라”라고 주장했다. 68년부터 망원동에 살았다는 윤준열씨도 “성미산이 청소년 탈선의 장소로 이용되는 것을 봤다”며 “배수지 건설 반대하는 사람들 중 성미산 주변 주민이 몇 명이나 되나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성산1동에 사는 주부인 김효진씨는 상수도 사업본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했다. 김씨는 “상수도 사업본부가 주민과의 대화에 소홀히 하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강행하려 했다”며 배수지 건설과 관련 “산을 파헤치면서까지 새로 지으려는 물 공급보다는 주민들에게 절수를 적극 홍보 하는 등의 물 관리 대책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성미산은 후손에게 자연 그대로 물려줘야 한다”**

성산1동에 거주하는 신상열(성서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장)씨는 “자꾸 성미산의 아카시아나무를 문제 삼으며 성미산은 산이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데, 요즘 한창인 아카시아 냄새가 기가 막히다”며 “성미산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얼마나 도움을 주는 산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해 주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신씨는 또 “서울시의 조경계획은 그럴 듯 해보이지만, 땅속에 콘크리트 묻고 그 위에 복토해서 만드는 공원은 더 이상 자연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가치를 고려해 자연산인 성미산을 후손들에게 그대로 전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의 주민 논쟁에서 볼 수 있듯이, 공청회의 주요 안건인 배수지 건설에 관한 논의 보다는 성미산의 생태계에 관한 관심을 통해 인근 주민들이 성미산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서울시 박인규 조경과장은 “이번 배수지 논란을 통해 주민들이 성미산을 더욱 소중히 여기고 가꿔가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조경과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은 성미산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는 아무런 결론 없이 끝이 났다. 성산배수지 건설여부를 어떻게 결정할지도 아직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책위 김종호 위원장은 “오늘 공청회에서도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주민들이 배수지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상수도본부 측이 사업을 강행하려 했다”며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배수지 건설 필요성에 대한 더욱 자세한 검토를 해야 하고, 현재 성미산이 갖고 있는 사회적 가치도 평가에 포함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4>김종호 위원장

***성산배수지 공청회, 사회갈등 해결 방법의 좋은 표본**

한편, 이날 공청회 진행을 맡은 정홍식 서울시 의원(환경수자원위원회 간사)은 자칫 분위가가 험악해질 수 있는 공청회를 공정하고 매끄럽게 진행해 주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정의원은 “이렇게 활발하고 알찬 공청회는 처음 봤다”며 “설명회와 같은 일방적인 분위기가 아닌 현안사안에 대해 성숙하게 대처하는 마포구민들을 높이 평가 한다”며 “(이날 공청회가) 여러 사회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좋은 표본인 것 같다”고 평가를 내렸다.

현재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에 따른 교통대책 등에 대해 일부 지역 주민들이 "서울시가 직접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여론 수렴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어, 서울시에게는 이번 공청회가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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