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성미산 배수지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성미산 개발저지를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4일 오후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본부장 신동우)와의 면담을 통해, 전문가들이 배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어 배수지 개발에 대한 바람직한 대안과 주민 합의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사진1> 성미산을 살려주세요
***상수도사업본부, 대책위 등 공청회 열기로 합의**
대책위 김종호 공동대표는 상수도사업본부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성미산 배수지 개발 논란과 관련, 상수도사업본부, 마포구청, 환경운동연합, 심재옥 서울시의원(민주노동당), 대책위 5인이 참석하는 공청회 열고 "배수지 개발 계획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를 하고 대안 마련에 나서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책위는 이날 오전 "마포구청측이 배수지 개발을 위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마포구청장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배수지 개발 문제에 있어 중립을 지키고 주민의 여론을 수렴해야 할 마포구청측이, 상수도사업본부의 배수지 개발을 위한 홍보전단을 관청조직까지 동원해가며 배포 및 설득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책위 측이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마포구청측이 상수도사업본부의 협조공문을 받아 통반장들이 직접 가정을 방문해 배수지 개발을 위한 상수도사업본부의 홍보물을 배포한 것으로 돼 있다.
<사진2>포스터
***마포구청, 시장의 여론수렴 지시에도 배수지 건설 당위성 홍보에 여념 없어**
대책위측이 이러한 마포구청의 '배수지 건설의 당위성 홍보'를 문제 삼는 것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지시와 위배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대책위의 면담 요구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배수지 건설 사업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기에 지역 주민들의 뜻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해당구청인 마포구청장에게 마포구 주민들의 의견이 무엇인지 의견을 수렴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결과에 따라 배수지 건설사업 여부를 결정코자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대책위는 공정하게 여론을 수렴해야 할 마포구청이 미리 관청조직을 동원해 부당하게 여론을 형성한 뒤 찬성여론을 바탕으로 배수지 개발을 강행하고자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3>마포구청장 면담
이에 박홍섭 마포구청장은 "여러분들이 (배수지 개발) 반대 내용만 일방적으로 알리고, 여론을 오도해 주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며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구청도) 사실을 (주민들에게) 알려주겠다. (성산배수지 건설은) 주민의 이해관계와 직결되기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지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주민들의 성미산 개발에 대한 반발로 인해 박홍섭 현 마포구청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후보들이 '성미산 보존'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었다.
***성미산 아파트 개발, 주민 반발에 한 걸음 후퇴**
성미산 개발을 둘러싼 논란은 이미 2001년부터 계속돼 왔다. 성미산 배수지는 1993년 해당부지에 대한 도시계획결정 공시와 1997년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1999년부터 2001년까지 부지를 매입한 뒤, 2001년 11월 착공예정이었다.
그러나 성미산 배수지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성미산 인근 주민들은 '성미산을 지키는 주민연대모임'을 구성, 성미산 지키기 운동에 나서 착공이 미뤄져오다가 2003년 1월 29일 기습적으로 배수지 예정지역을 벌목하면서 다시 사회적 논란이 일어났다.
당초 배수지가 들어설 예정인 성미산은 한양대학교 법인의 한양재단측이 소유하고 있는 땅으로 한양재단은 배수지 개발 계획과 함께 아파트단지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강한 주민들의 반발로 현재 한 발 물러선 상태다.
그러나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바와 달리, 한양재단은 아직 아파트 개발을 완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포구청 도시계획과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한양재단은 아파트 건설 자체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내용을 좀 더 보완해 서울시 자문소위원회에 다시 심의를 요청하기 위해 기존의 자문요청을 철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양재단측에서도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현 상황에서 아파트 건설 계획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 측은 "배수지가 건설되면 개발 논리를 들어 다시 아파트 건설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4>장승
***성미산 배수지 과연 필요한가**
배수지 건설에 대한 논란도 대책위와 상수도사업본부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상수도사업본부측은 성미산 주변 망원동, 성산동, 서교동 등 7개동에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과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배수지를 건설하게 되면 현재 각 가정의 지하수조 및 옥상 물탱크를 거치지 않고 직접급수체계가 갖춰지기 때문에 단수 없이 안정적으로 깨끗한 물이 공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배수지 건설 후, 배수지 윗부분 복토를 통해 친환경적인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책위는 상수도사업본부의 주장이 개발을 위한 변명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현재 강북정수장의 물이 백련배수지와 증산배수지를 통해 성미산 인근 지역에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고, 수압과 용량이 문제라면 가압장과 급수탑을 설치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자연 휴양림을 파괴하면서까지 성미산에 배수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또한 "배수지가 완공되면 기존의 자연림이 갖고 있는 능선과 울창한 숲은 사라지고, 낮은 키의 관상수로 꾸며 놓은 언덕정원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라며 "상수도사업본부의 '생태공원'을 통한 원상회복은 허구"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미산, 마포구내 유일한 자연 숲**
서울시내 녹지 공간이 날로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성미산은 마포구민의 거의 유일한 자연삼림 휴식 공간으로 평가 받고 있다. 대책위는 "기존의 노고산과 와우산은 배수지 공사 이후 아파트와 체육시설로 뒤덮여 자연녹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고, 사실상 성미산 만이 마포구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자연숲"임을 강조하고 있다.
성미산은 인근 주민들의 산책로로, 병든자들의 쉼터로, 노약자들의 휴식처로, 아이들의 놀이터로 마포구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나마 이마저 지난 1월 기습 벌목으로 상당부분 훼손돼 있는 상태다. 성미산 주변 주민들로 구성된 대책위는 성미산을 살리고 지키기 위해, 나무심기 운동을 펼치고 정상에 천막을 쳐 24시간 교대로 감시하는 등 성미산 지키기에 생업도 내팽긴 채 나서고 있다.
<사진5>벌목된 나무들
이제 성미산 배수지 건설 여부에 대한 판단은 대책위와 상수도사업본부의 공청회로 공이 넘어갔다. 그러나 환경과 개발의 대립 속에 기습적으로 잘려나간 나무를 다시 보기 위해서는 30여년의 세월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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