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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여, 진정 러시안 룰렛 게임을 원하는가”

1백30여 美경제석학 비상성명, "세계경제 재앙 올 것"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을 포함한 미국의 내로라 하는 경제석학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강행이 미국과 세계의 경제에 재앙을 몰고오며 그 결과 미국의 안보도 보장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서명운동에 돌입, 부시에게 치명적 타격을 가했다.

***이라크 전쟁은 미국경제의 '러시안 룰렛' 게임**

뉴욕에 본부를 둔 연구단체 '무기 감축을 위한 경제학자들의 동맹(ECAAR, Economists Allied for Arms Reduction)'에서 5일(현지시간) 발표한 이 성명에는 케네스 애로우(72년 수상), 로렌스 클라인(80년), 다니엘 맥파든(2000년), 더글러스 노스(93년), 윌리엄 샤페(90년), 로버트 솔로(87년), 조셉 스티글리츠(2001년) 등 7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비롯,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1백30여명의 경제학자들이 서명했다.

<사진: 스티글리츠>

이들은 성명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즉각적인 인간비극과 황폐를 목도하고 있다며 "전쟁이 과연 안보를 강화시켜줄 것인지, 미래의 불안정과 테러리즘의 증대를 막을 것인지"라고 따져 물었다.

경제학자들은 미국이 겪고 있는 경제적 문제를 크게 세가지로 제시하며 전쟁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첫번째 문제는 민간 부문에 대한 투자 부족이다. 과다한 군사비 지출이 테크놀로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더욱 위축시켜 경제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라고 학자들은 주장했다.

두번째 문제는 소비 지출 둔화다. 이들은 전쟁이 벌어지면 고금리, 고유가, 저달러로 그동안 근근이 버텨왔던 소비 지출마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번째는 연방·주·지방 단위 정부의 재정 악화 문제다.

이들은 90년대 미국이 향유했던 경제성장은 냉전 종식이 가져다 준 "평화 배당금"이고 전쟁으로 벌어질 경제 파탄은 "전쟁 할증금"이라고 비유하며 보다 많은 학자들과 미국인들이 자신들의 입장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서명을 마친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쟁이 임박한 시점에서 우리는 이 나라와 안보에 미칠 모든 측면을 생각해야 한다"며 "전쟁에 돌입이라는 엄청난 결정을 하려면 인간에게 미칠 비극적인 영향에서부터 이미 빈약해질대로 빈약해진 우리의 경제상황까지 모든 것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노벨상 수상자가 아니더라도 이날 서명에 동참한 경제학 대가들의 이름이 가진 중량감은 미국 사회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이들이 제시한 경제 변수가 어떻게 이동하는지만을 바라보아야 하는 것은 미국인들이 처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5일 미국 경제학자들이 발표한 성명서 전문.

***이라크 전쟁에 관한 미국 경제학자들의 성명**

미국의 경제학자로서 우리는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인 전쟁 주도 계획에 반대한다. 전쟁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안보와 경제에 불필요하고 해롭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이 나라에 가하는 뚜렷한 위협이 전쟁을 통해 없어질 수 있다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묻는다. 전쟁이 과연 안보를 강화시켜줄 것인지, 미래의 불안정과 테러리즘의 증대를 막을 것인지. 전쟁으로 인한 즉각적인 인간 비극과 황폐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우리는 또 미국과 세계의 경제에 미칠 심각하고 잠재적인 해악을 목도하고 있다.

위태로운 미국의 경제상황에서, 미국은 국내 경제문제를 푸는 것에 리더십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은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전쟁에 그 리더십과 자원이 전용되고 있다. 유엔 무기사찰단장 한스 블릭스가 지적했듯, 이라크 봉쇄의 목적은 지금 달성되고 있다. 여기에는 250명의 사찰단에게 매년 8천만 달러를 들이면 된다. 그러나 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15만명의 군인과 최소 1천억 달러의 돈이 당장 필요하다.

미국의 어떤 행정부도 모든 문제를 동시에 풀겠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다. 미 행정부의 관심 부족으로 미국 경제는 다음의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

첫째, 여러 산업에서 사기업에 대한 투자가 여전히 회복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신규 투자 부족은 곧 일자리 부족이다. 전쟁에 대한 전망은 미국의 재정·에너지 시장과 여타 시장에 위협을 가한다. 군사 부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은 민간 영역에서 자원을 빼앗아 테크놀로지 부문의 회복을 더디게 할 것이다.

둘째, 느린 경기회복을 떠받쳐왔던 소비지출이 최근 심각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가계 채무는 치솟았다. 저금리와 지속적인 주택 수요, 적당한 기름값, 값싼 수입품만이 저간의 소비 지출을 이끌어왔다. 우리는 전쟁이 이자율과 기름값을 치솟게 할 것이라고 걱정한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혹은 달러가 하락세가 더 심각해진다면 엄청난 소비 긴축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군사비 지출액을 압도할 것이다.

셋째, 주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 악화가 계속될 것이다. 예산 부족은 공공 서비스 감축과 세금 인상을 불러오고 있다. 이는 모두 가계 예산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다. 워싱턴의 전쟁 열병은 주(州)와 지방정부의 파산을 막기 위해 연방정부가 주로 쓰는 방법인 예산 분배(revenue sharing)를 가로막고 있고, 본토 방위에 대한 적절한 노력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의료·교육·실업·빈곤 등 여전히 시급한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희망조차 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 90년대 엄청난 경제성장과 금융시장 확대, 전례 없는 일자리 증대를 향유했다. 우리는 그같은 성장을 냉전 종식 후에 온 "평화 배당금"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행하게도 "평화 배당금" 대신 "전쟁 할증금"을 내고 있다. 전쟁은 이를 더 악화시킬 것이고 특히 전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불안정해진다면 인상된 기름값도 할증금이 될 것이다.

중동에서의 새로운 전쟁 발기는 미국 경제에 "러시안 룰렛" 게임이 되고 있다. 미국 정치지도자들은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아야 한다. 미국인들은 잘못 운용되는 경제나 경제적 위험도에 대한 과소평가를 감내해 낼 수 없다.

우리는 경제학자와 기업가 그리고 모든 미국인들이 우리의 전쟁 반대 결정에 동참하고 경제적 요구에 관심을 쏟는 정책을 지지하자고 호소하는 바이다. 우리는 이 전쟁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필요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미국의 안보와 세계 경제의 평화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건전한 미국 경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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