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세계적인 정치경제 평론가 조지 몬비옷(George Monbiot)이 미국의 진보적 웹 사이트인 ‘ZNet’(www.zmag.org)에 18일 기고한 ‘과유불급(過猶不及, Too Much of a Good Thing)’ 제하의 기사 전문이다.
몬비옷은 이 글에서 저명한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말을 인용,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고 하는 것은 ‘잉여자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몬비옷은 하비 교수의 말을 인용 “전쟁은 이라크나 대량살상무기, 억업받는 이라크인들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며 잉여자본 해소를 통해 지리적인 경제팽창과 군사비 지출을 통한 경기활성화, 다른 나라들에 대한 석유 공급의 통제라는 노획물을 얻게 되며 이를 통해 세계적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제시하는 명분은 명분일 뿐 “모든 전쟁 계획이 가지는 목표와 다를 바 없이 이번 전쟁도 영토, 자원 그리고 다른 나라 경제 지배라는 목표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하비 교수는 이라크 전쟁의 원인에 대한 국제정치경제학적 설명을 제시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미국의 잉여자본은 1930년대 뉴딜정책, 40년대 2차대전을 위한 군사비 지출, 그리고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유럽과 일본의 전후 복구에 투자함으로써 해소되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의 경제부흥이 완료된 70년대 이후 이들 국가들도 잉여자본을 만들어내고 이들 잉여자본이 미국으로 역류해 들어오게 되자 미국은 두가지 ‘어리석은’ 해법을 내놓았다.
미국을 생산 중심국에서 금융 중심국으로 변화시키는 것과 잉여자본을 흡수할 지역을 ‘약탈’을 통해서라도 지속적으로 개척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 해결책은 실패해 이제 남은 방법은 군사비 지출을 통해 잉여자본을 해소하는 것이었고 바로 그것이 이라크 전쟁을 치르려는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몬비옷은 또 전세계적인 새로운 뉴딜정책으로 잉여자본을 평화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나 미국의 지배계층은 이같은 대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
***과유불급/18일ㆍZNet**
***미국의 전쟁몰이 저변에는 잉여자본 해소의 필요성 깔려 있어**
우리가 바로 생물학 무기다. 반전 시위가 있던 지난 토요일, 런던 거리에는 7만 톤의 유기체가 쏟아져 나왔고 전 세계 각지에서도 그랬다. 이 ‘군중 폭발이라는 무기(weapons of mass disruption)’는 서구 국가 정부들의 안보에 위협을 주기 위해 시도된 것이었다.
우리의 반전 행진은 사상 유례 없는 것이었으나 아직까지 성공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미국과 영국 두 정부의 (대중들의 시위를 무마하는) 엄청난 면역 체계는 우리가 바랐던 것보다 더 튼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정부의 태도는 대답할 수 없는 일련의 질문을 던져준다.
대량살상무기에서 오는 가장 긴박한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 대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는 왜 이를 무시하고 이라크에만 관심을 집중시키는가? 자국민들은 사회적 보장장치가 결핍돼 있는데도 미국 정부는 왜 갑자기 (후세인에 억압받는) 이라크인들을 걱정하게 되었는가? 인권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왜 미국은 알제리 우즈베키스탄, 팔레스타인, (터키에 있는) 쿠르드족, 콜롬비아인들을 억압하는 세력에 지원금을 주었는가? (이라크의) 배고픈 사람들에게 음식을 주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데는 힘쓰지 않으면서 이라크 폭격을 왜 가장 중요한 인도주의적 해결책으로 보는가? 미국 연간 해외 원조액의 네 배에 달하는 예산을 (전쟁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 왜 다른 어떤 예산보다 중요한 것이 되었나?
저명한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 교수는 옥스포드에서 열리고 있는 강연회에서 미국이 전쟁을 벌이려는 이유에 대한 최초의 포괄적인 설명을 제시했다. 그는 전쟁이 이라크와 거의 관련이 없고 대량살상무기(WMD)와는 더더욱 그러하며, 억압받는 이라크인들과는 전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근본 문제는 모든 선진 경제국을 주기적으로 괴롭혀왔던 ‘자본의 과잉 축적’이다. 자동차건 신발이건 바나나건, 상품의 초과생산은, 새로운 시장이 발견될 수 없으면, 상품가격은 떨어지고 이윤은 폭락한다는 것을 뜻한다. 1930년대 초와 같이 미국은 지금 원자재ㆍ공업제품ㆍ생산능력ㆍ자본에서의 과잉으로 고심하고 있다. 또 당시와 마찬가지로 노동력 초과 상태에 직면했으며, 이 두 가지 과잉이 아직까지 이윤 획득을 위한 결합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당시와 같다. 이 문제는 1973년부터 대두, 발전해왔다. 이 문제를 풀고 세계적 지배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다양한 시도를 해 왔으나 이제 정치적 선택지로 유일하게 남은 것은 바로 전쟁이다.
1930년대, 미국은 뉴딜(New Deal)을 통해 잉여자본과 잉여노동 문제를 해소했다. 국가 기간시설과 교육, 복지에 대한 엄청난 투자로 잉여자본을 흡수했고, 생산제품을 소비할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으며, 수십만의 사람들이 일자리를 되찾게 되었다. 1941년이 되자 미국은 군사비 지출을 통해 이같은 효과를 얻었다.
전쟁이 끝나자 미국은 유럽과 일본에 대한 엄청난 돈을 투자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며 잉여자본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미국은 국내 기간시설과 남부ㆍ동남부 주의 경제개발에도 투자했다. 이 전략은 1970년대 초반까지 주효했으나 그 후 세 가지 난제가 고개를 들었다. 독일과 일본 경제가 발전하자 미국은 더 이상 지배적인 생산국가가 될 수 없었다. 새로운 경제 강국들은 더 이상 잉여자본을 흡수하지 않았고 자본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동시에 이전 몇십년간 투자된 돈이 미국에 상환되면서 새로운 잉여자본을 양산했다. 1973년의 위기는 전 세계 자산시장의 붕괴와 함께 시작되어 잉여자본은 더 이상 소화되지 않고 미국으로 역류했다.
새로운 접근법을 갑작스레 강구해야 했던 미국은 어리석은 두 가지 해결책을 내 놓았다.
첫째는 미국을 국제적인 생산 지배 국가에서 금융 지배 국가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긴밀한 관계를 갖고 움직였던 미 재무부는 미국 상업은행들의 투자를 위해 개발도상국에 새로운 투자처를 만들기 시작했다.
IMF는 자신들의 도움을 받는 나라들이 자본시장을 자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조치는 월 스트리트의 투기업자들이 그 나라들로 진입하는 것을 가능케 했고 많은 경우 그 나라 경제를 침식했다. 투기업자들이 일으킨 금융위기는 이 나라들이 갖은 자산을 평가절하시켰다. 이것은 미국 경제에 두 가지 이익을 가져왔다. 남미와 아시아에서 은행과 제조업자들이 몰락하자 미국의 잉여자본이 투입되어야 했다. 또 이 나라에서 파산한 회사는 헐값에 미국 기업에 넘어가고 미국 자본이 확대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
미국의 두 번째 해결책은 “강탈(dispossession)을 통한 축적”인데 이 말은 “백주대낮의 강도짓”을 점잖게 부르는 것에 불과하다. 농민들로부터 토지를 빼앗고, 사유화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공공 자산을 빼앗고, 정보와 유전자와 동식물의 종자(種子)에 특허권을 줌으로써 모든 사람이 가져야 할 지적 재산권을 빼앗았다. IMF와 상업적 은행들의 약탈행위가 일어나자 전 지구적 저항운동도 일어났다. 어떻게든 자본을 팽창시켜 과잉자본을 흡수할 수 있는 새로운 지역이 계속 개척되었다.
위기를 탈출하고자 미국이 내놓은 위의 두 가지 방안은 지금 실패하고 있다. 5년 전 IMF에 의해 파괴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가 회복되자 그 나라들은 다시 엄청난 잉여자본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세계 지배를 위해 생산 지배국에서 금융 지배국으로 전략을 변화시킨 것과 미 행정부의 경제 운용 실패는 미국 경제를 혼란과 붕괴에 더욱 민감하게 만들었다.
탈취 행위를 통한 기업의 사업 확대 시도는 지금 대중들의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유일하게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은 새로운 뉴딜정책이지만 이것은 (미국을 지배하는) 정치 계급에 의해 차단당하고 있다. 이들에게 용납될 수 있는 유일한 지출은 군사비다. 그렇다면 결국 남은 것은 전쟁이고 제국주의적 지배다.
이라크 공격은 미국이 국제적 지배를 유지하면서도 자본을 털어낼 수 있는 세 가지 길을 더 열어 줄 것이다. 첫 번째는 경제적 팽창을 할 수 있는 새로운 지리적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이것은 하비 교수가 지적한 것은 아니지만) 군사비 지출이다(일부는 이것을 군사적 케인즈주의라고 부른다). 세 번째는 석유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석유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더더욱 강력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전쟁에 대한) 정당성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미국과 영국의 수많은, 전(前) 민주주의 지지자들은 기꺼이, 그리고 갑자기 제국이란 그렇게 더러운 단어가 아니며, 과거 미개척 상태였던 많은 나라들을 문명화하게 해 준 인정 많고 욕심 없었던 강대국을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팽창의 다음 단계 계획을 수립중이다.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은 이라크 침공의 필요성에 관한 보고서를 1990년대 중반 이미 작성한 바 있다. 임박한 이라크 전쟁은 테러리즘이나 탄저균, VX 가스, 사담 후세인, 민주주의, 이라크 민중들의 구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모든 전쟁 계획이 가지는 목표와 다를 바 없이 이번 전쟁도 영토, 자원 그리고 다른 나라 경제 지배라는 목표를 가진다. 전쟁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미래의 지배력이 다음과 같은 간단한 경제적 공식에 의해 계속 유지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사람은 재생가능한 자원이지만 석유는 그렇지 않다(Blood is a renewable resource; Oil is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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