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27일 대표직을 사퇴할 것으로 알려져 통합21이 사실상 해체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16대 대선 투표 개시를 불과 7시간 반 앞두고 노무현 당선자에 대한 '지지철회'를 선언한 것을 계기로 당세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당의 실질적 지배주주인 정 대표마저 일선에서 후퇴함에 따라 통합21은 사실상 유명무실한 정당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통합21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19일 이철 전 의원 등 지구당 위원장과 당직자 60여명이 정 대표의 일방적인 '공조파기'에 반발, 집단탈당한 데 이어 20일 당직자 전원이 사퇴해 거의 당 조직이 와해된 상태다.
한편 이철 최욱철 전 의원 등 정치사회개혁연대 소속 20여명은 25일 성명을 내고 "민주당이 향후 개혁적 정파들과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때 뜻을 모아 함께 해나갈 것"이라며 신당 참여 의사를 밝혔다.
***"鄭 2선 후퇴는 당분간, 정계은퇴 고려 안해"**
이인원 당무조정실장은 26일 "정 대표가 27일 당무회의에서 대표직을 사퇴, 2선으로 물러나고 신낙균 전 의원이 대표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 나도는 '정계은퇴설'에 대해선 "정 대표가 정계은퇴할 이유가 없다"며 일축했다. 정 대표가 당분간 외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도 이달희 대표 비서실장은 "떠도는 소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2선 후퇴는 '당분간' 이라는 게 핵심측근들의 전언이다.
정 대표는 25일 당내 인사들과의 북한산 산행에서도 대선공조 파기에 대해 "원칙을 지킨 것"이라며 "앞으로 여러분들과 상의해 (정치 행보를) 열심히 할 것"이라며 조만간 정치 활동을 재개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정 대표는 당분간 외곽에서 정치권 기류를 봐가며 정치적 재기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원중 전 의원이 이날 정 대표의 정계은퇴를 촉구하며 탈당을 선언하는 등 상당수 당직자들이 당을 떠나거나 절연한 상태여서 당의 정상적 운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행 "공조파기 우발적인 것"**
한편 국민통합21 김행 대변인은 24일 정 대표의 공조파기 선언 배경을 문서로 정리해 공개했다.
김 대변인은 A4용지 10쪽 분량의 문건에서 "정 대표가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것이 사실이고 이에 대한 여론의 매는 두고두고 맞아야 하겠지만 18일 저녁 명동과 종로 유세는 정 대표가 배신감과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며 '사전계획설'이나 '외부개입설' 등에 대해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김 대변인은 "18일 오후 6시30분 시작된 명동 유세에선 당초 노, 정 두 분만 연단에 오르기로 했는데 민주당 정동영, 추미애 의원 등이 함께 등단했다. 그러나 통합21 김흥국 문화예술특보는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고, 또 노 후보는 정 의원을 '차세대 지도자'라고 소개한 반면 정 대표에 대해선 '재벌개혁을 하겠다'며 '도와주실 거죠'라는 말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오후 8시40분께 종로4가 한 음식점에서 김흥국 특보는 캔맥주를 마시면서 울분을 토했고 정 대표의 부인 김영명씨는 눈물을 흘렸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김 대변인은 "정 대표의 권력배분 요구가 문제가 됐다는 설, 지지율에서 노 후보가 떨어져 지지를 철회했다는 설 등은 전혀 근거없다"며 "정 대표는 노 후보를 끝까지 도와주려고 했는데 돌발적인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의도를 갖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또 "당직자들도 모르는 상황에서 나는 5층 기자실에 도착해서야 (지지철회) 회견문 내용을 알았다"고 말해 정 대표가 당직자들과 상의없이 내린 결정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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