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몽준 의원 대신 이한동 전 총리 쪽으로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4일 SBS 라디오에 출연해 신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참여할 인사로 "이한동 전 총리가 거론되고 있으며 당에서 직·간접적인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몽준 영입 실패하자 '꿩 대신 닭'?**
김영배 신당추진위원장도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몽준 의원과 연대가 안 되더라도 자민련, 이한동 전 총리 등만으로도 통합신당이 가능하다"며 "이들과 합칠 가능성은 5대 5이며, 성사될 경우 노 후보는 이 전 총리와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의 이같은 방향 선회는 ▲노 후보 중심 신당에 대한 반노(反盧) 진영의 반발 무마 ▲신당 창당의 최소한 모양새 갖추기 ▲정몽준 신당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세력 규합 ▲대선 막판 정몽준 신당과의 당대당 통합 대비한 포석 등의 목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한동 전 총리는 지난달 18일 이인제 의원, 김중권 전 고문,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 등과 모임을 갖고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신당과는 별도로 '통합신당'을 추진하자는 '4자 연대'의 한 축이었다. 따라서 이 전 총리가 민주당의 영입 제의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또한 만약 이 전 총리와의 후보 경선이 성사된다 하더라도 국민적 관심을 모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신당 창당을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反盧 진영 반발 무마 위한 고육책**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발언은 이 전 총리의 영입에 의미를 둔 것이라기보다는 정몽준 의원 영입에 실패하면서 신당 추진이 노 후보 중심으로 가는 것에 대한 반노(反盧) 진영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영배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9월 15일까지 지켜보고 어렵다고 판단되면 추진위를 해산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신당 추진 포기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당내 기류가 노 후보 중심으로 가닥을 모아가는 것에 대해 반노(反盧) 진영 의원들은 강한 반발을 표시해 왔기 때문이다.
반노(反盧) 성향의 경기 및 충청권 의원들은 2일과 3일 잇따라 만남을 가졌으며 송석찬 의원 등 강경파는 "노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을 받겠다"는 의사를 다시 밝혔다.
또 반노 진영은 노 후보가 최근 한화갑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한 대표가 나를 대통령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해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한 대표는 3일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노 후보가 후보가 되고 난 뒤 내가 '후보 위주로 가야 된다'고 한 말을 출판기념회 때 한 것 같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몽준 끌어들이기 위한 시간끌기?**
또 흥행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노무현 대 이한동' 경선 카드를 민주당에서 들고 나온 것은 궁극적으로 정몽준 의원이 합류할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두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영입이 가능한 '제3세력'들을 모두 끌어모아 반노(反盧) 진영 이탈을 막고 '정몽준 신당' 참여를 최소화한 뒤 막판 '당대 당' 통합을 시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영배 위원장은 2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먼저 독자신당을 만든 뒤 합당을 하자고 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대선 직전 정 의원 지지도가 아주 높고 노 후보가 기대할 수 없는 정도로 하락할 경우 정 의원이 후보가 되는 합당을 요구한다면 그런 조건이 수용될지도 모른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노 후보측은 오는 11, 12일께 정 의원이 대선출마 선언을 할 경우 추석전 선대위원장 발표 등 선대위 구성를 통해 대선체제로 전환을 준비하고 있어 당내 갈등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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