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당창당 논의가 합의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당내중진인 조순형 의원이 무분별한 세력규합 중단, 민주정통성 고수, 부정부패에 대한 명확한 입장 정리, 국민경선제 유지 등을 주장하며 신당 창당의 원칙과 정도를 분명히 세울 것을 주장해 신선한 자극을 던져주고 있다.
조의원은 21일 오전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당무회의에 앞서 제출한 의견서에서 "신당 창당 논의가 당의 이념, 노선 등 정체성과는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대선승리를 목적으로 무원칙한 세력규합으로 과거회귀적 정당을 만든다면 국민이 외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의원은 "신당은 우리당의 민주 정통성과 이념,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계층대표성에 걸맞은 개혁적 국민정당 노선을 확대, 발전시키는 미래지향적 정당이어야 하며 국민참여경선제 등 일련의 정치개혁이 후퇴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의원은 특히 "신당을 창당하고 후보를 교체한다고 해서 신당이 현정권의 부정부패 등 과오로부터 면책되는 것이 아니며 대통령 아들들을 비롯한 일련의 부정부패도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집권당의 공동책임"이라고 지적한 뒤 "부정부패에 대한 당의 입장과 대처방안을 명확히 정리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국정의 비전과 함께 제시하는 것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조의원은 또 당내 최대 논란인 국민경선과 관련, "신당창당 과정에서 2002년 1월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하여 단행한 국민참여 경선제 등 일련의 정치개혁이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며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국민경선 관철 입장을 지지했다.
특정계보에 속함이 없이 일관되게 원칙과 정도를 주장해온 조의원은 지난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신당을 창당하려면 최소한의 명분과 당위성을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신당논의에서는 어떤 명분도 찾아볼 수 없다”며 쓴소리를 한 바 있다.
조의원의 이같은 신당창당 논의 비판은 그동안 정파의 이해관계가 지배하던 민주당의 신당논의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높게 평가받고 있다.
다음은 조순형 의원이 21일 제출한 의견서 전문.
***의견서**
존경하는 당무위원 제위,
최근 우리 당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창당과 관련한 극심한 의견대립․갈등으로 당이 사분오열되고 분당위기로까지 치닫고 있습니다.
저는 당 상임고문의 한 사람으로서 구당적 차원의 충정으로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오니 논의에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당헌 제36조의7(상임고문과 고문) ②상임고문과 고문은 최고위원회의 자문에 응하고 최고위원회 등에 주요 당무와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다 음
***1. 신당창당 논의를 조속히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당의 신당창당 논의는 이념, 노선 등 정체성과는 관계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신당창당이 당내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전 검토절차 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어 극심한 의견대립, 갈등으로 당이 사분오열되고 있습니다.
오로지 대선승리를 목적으로 하여 무원칙한 세력규합으로 과거회귀적 정당을 만든다면 국민이 외면할 것입니다. 신당은 정치발전에 이바지하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대선승리만을 위한 일회용 정당으로 그칠 것입니다.
그러므로 신당은 우리당의 민주 정통성, 이념과 계층대표성(중산층과 서민)에 걸맞는 개혁적 국민정당 노선을 확대, 발전시키는 미래지향적 정당이어야 합니다.
신당창당 과정에서 2002. 1. 당 발전과 쇄신을 위하여 단행한 국민참여 경선제 등 일련의 정치개혁이 후퇴되어서는 안 됩니다.
***2. 새천년민주당의 민주정통성은 반드시 보존, 승계되어야 합니다.**
우리 새천년민주당은 강령전문에서 “우리 새천년민주당은 4.19이념과 반독재 민주화 투쟁의 전통을 이어받아 건국이래 처음으로 민주적 정권교체의 위업을 이룩한 민주주의의 정통세력‥‥”임을 천명하고,
2000. 1. 20. 창당대회 치사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은 자유당 치하에서 창립되고 4.19 이후 집권한 민주당의 맥을 이은 정당이며 군사독재 아래에서 일관되게 민주화 투쟁을 해 왔으며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여·야 정권교체를 이루어 낸 50년 민주전통의 정당임을‥‥” 선언하였습니다.
이러한 민주정통성은 우리당이 현존 어느 정당과도 차별화되는 우리당만이 갖고 있는 역사와 전통이므로 어떠한 신당창당과정에서도 승계되어야 합니다. 무원칙한 신당창당으로 민주적 정통성이 소멸된다면 우리는 후세의 역사에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3. 당의 단합과 결속을 굳게하고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원칙과 정도에 입각한 정치를 펴나가면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신당을 창당하고 후보를 교체한다고 해서 신당이 현정권의 부정부패 등 과오로부터 면책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당은 집권당으로서 지난 5년간의 업적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는 떳떳한 공당의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대통령 아들들을 비롯한 일련의 부정부패도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과 집권당의 공동책임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선거와 8. 8 재보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대선전망이 결코 절망적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회복해야 합니다.
부정부패에 대한 우리당의 입장과 대처방안을 명확히 정리하고 국민에게 새로운 국정의 비젼과 함께 제시하는 것이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정파간 이해관계에 따른 “우리들끼리”의 “신당창당 논의”보다 원칙과 정도에 의한 새정치로 국민의 지지를 얻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당지도부는 지금의 내외상황이 창당이래 최대의 위기임을 인식하고 개인과 각 정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애당심을 발휘하고 지도력을 확립하여 당의 단합과 결속을 이루어야 합니다.
2002. 8. 21. 상임고문 조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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